"엄마 내가 채상병 못 잡았어"…해병대 아들은 매일 울며 잠 깬다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대 채모 상병과 함께 물에 휩쓸렸다가 구조된 A 병장의 어머니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13일 고발한다고 밝혔다.
A 병장 어머니 B씨는 이날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휘관을 믿지 못하는 군이 대한민국을 바로 지킬 수는 없을 것"이라며 업무상과실치상·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이날 오후 고발장을 낸다고 말했다.
고발대리인 강석민 변호사는 "입수 명령을 내린 임 사단장이 과실이 있고 임무 수행으로 A 병장의 건강권이 침해돼 직권남용죄도 성립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A 병장은 7월 19일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중 물에 빠진 병사를 구하려다가 채 상병과 함께 물에 빠져 50m가량 떠내려가다가 구조됐다. 현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이다.
B씨는 "본인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돌아온 사고였는데도 불구하고 첫 통화를 했을 때 '엄마, 내가 ○○이(채 상병)를 못 잡았어'라고 말하며 울었다"고 전했다. B씨는 사고일로부터 16일이 지난 후인 지난달 4일 아들을 처음 볼 수 있었다.
B씨는 "늘 잠꾸러기였던 아들은 집에 와서 하루도 편하게 잠을 자지 못했다"면서 "땀을 뻘뻘 흘리며 깨기도 했고 어느 날은 울면서 깨는 모습도 보였다"고 했다.
이어 "정작 입수 명령을 내렸다던 사단장은 현장에서 포병부대가 제일 문제라며 잔뜩 혼을 낸 이후엔 본 적이 없다고 한다"며 "당신은 작전에 투입된 해병대원들을 전우라고 생각하고 있느냐 아니면 (대원들은) 그저 당신의 입신양명을 위한 도구였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아오지 못하는 채 상병과 복구 작전인지 몰살 작전인지 모를 곳에 투입된 아들들을 모두 정상으로 돌려놓아라"라며 "이미 당신이 아들들에게 사과할 시점은 지나도 한참 지났다"며 눈물을 흘렸다.
군인권센터는 임 사단장이 사고 발생 이후 A 병장 등 물에 휩쓸렸던 병사들을 찾아온 적이 없으며, 생존 장병을 위한 트라우마 치료는 집체교육 형태의 트라우마 교육이 전부였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달 24일 경북경찰청에 대대장 2명(중령)에 대해서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이첩했다. 해병대 수사에서 혐의자에 포함된 임 사단장, 여단장, 중대장, 중사급 간부는 혐의를 빼고 사실관계만 적시해 경찰에 넘겼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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