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말고 싸우라" 말했던 尹, 신원식·유인촌·김행 발탁한 이유

현일훈, 황수빈 2023. 9. 1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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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3일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는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를,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는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각각 발탁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정무직 인선을 발표했다. 지난 6월 통일부 장관 교체를 첫 개각으로 보지만, 복수의 장관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것은 윤 대통령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먼저 신 후보자에 대해 김 실장은 “고도화되는 북한 핵·미사일 맞서 ‘국방혁신 4.0’을 완성할 최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3성장군 출신인 신 후보자(육군사관학교 37기)는 제3보병사단장, 국방부 정책기획관,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합동참모차장 등을 역임했다.

1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정무직 인선 발표 브리핑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에 지명된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왼쪽부터)과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에 지명된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국방부 장관 후보에 지명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김대기 비서실장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뉴스1

유 후보자에 대해선 “문화예술 현장에 대한 이해와 식견뿐 아니라 과거 장관직을 수행하며 정책 역량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연기자 출신인 그는 이명박(MB)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을 지냈다. 2011년 장관 퇴임 후 무대로 돌아갔다가, 지난 7월 윤 대통령의 문화특보로 중용됐다.

김 후보자는 중앙일보 여론전문기자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여가부 산하 기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을 역임한 경력도 있다. 김 비서실장은 “전환기에 처한 여가부 업무를 원활히 추진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지명 발표 자리에는 후보자 3인도 함께했다. 신 후보자는 “부족하지만 국민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국방부 장관이 된다면 소임을 다 하겠다”며 “군인다운 군인,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데 문화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여가부가 존속하는 기간 국민과 소통을 활발히 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20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이슈와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문제로 야당의 표적이 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나 김현숙 여가부 장관 교체에 대해 '문책성'이란 관측이 제기됐지만 대통령실은 부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장관 교체에 대해 “1년 4개월쯤 장관직을 했고, 보통 이 정도면 과거에도 교체했다”며 야당의 탄핵 공세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이 제출한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선 “안보 공백은 하루라도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신 후보자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수리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야당에서 "후안무치한 '재탕 후보'의 전형"(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이라며 MB 정부 인사 중용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있는 유 후보자의 발탁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재를 등용하면서 과거 정부에 한번 몸을 담았다는 것은 큰 기준은 아니다. 전문성, 책임성을 갖고 역사적 소명을 다 할 수 있느냐를 집중적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를 ‘투사형’ 장관의 전진 배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주저하지 말고 싸우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 후보자는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선제 주장하는 등 관련 이슈를 주도했다. 유 후보자도 MB 정부 시절부터 추진력 강한 강성 이미지가 강했다. 김 후보자도 최근까지 방송 등을 통해 대야 공세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국정 성과에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해 전문성을 중심으로 내각 역량을 보강한 것”이라며 “다음 달 국정감사 등을 앞두고 일신하는 차원으로 내각 전열을 재정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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