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주년' 한미약품, 다음 먹거리는 오너 2세가 이끄는 '비만 치료제'
'오너 2세' 장녀 임주현 진두지휘
'2025년 출시 목표' 에페글레나타이드
필두로 파이프라인 5종 구축
다음 달 창립 50주년을 맞는 한미약품그룹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비만'을 택했다. '오너 2세'로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한미약품 사장)이 이끄는 'H.O.P(한미 비만 파이프라인, 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통해 2025년 첫 비만약을 출시하고 이를 포함해 총 5종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그룹사 미래를 위한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비만 관리'를 선정했다"며 "H.O.P 프로젝트로 한미만의 차별화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나가겠다"고 13일 밝혔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의 뜨거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당뇨·비만 치료제에 대해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향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한미약품 R&D 센터와 신제품개발본부, 전략마케팅팀, 평택 바이오플랜트, 팔탄 제제연구소, 원료의약품 전문기업 한미정밀화학 연구진들이 프로젝트에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가장 앞서 있는 건 최근 임상 3상 승인 절차를 시작한 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HM11260C)'다. 기존에 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던 물질로 2015년 글로벌 빅 파마(대형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수출해 다양한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됐지만 2020년 관련 권리가 한미약품 측에 반환됐다. 하지만 당시 2형 당뇨 환자 대상 임상에서 당화혈색소 개선, 혈당 조절 효과는 물론 유의미한 체중 감소 및 유지 효과가 확인됐다.
GLP-1은 이처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강하하는 효과가 있어 당초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부수적으로 뇌에서의 식욕 억제 효과, 위에서의 음식물 배출 속도 감소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로의 용도 추가가 이뤄지는 추세다.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리라글루티드)'·'위고비(세마글루티드)' 모두 GLP-1 계열의 당뇨 치료제로 먼저 개발이 이뤄지다가 비만 치료 효능이 확인된 사례다. 삭센다는 '빅토자', 위고비는 '오젬픽'이라는 이름으로 당뇨 치료제로 출시됐던 제품들을 비만 치료제로 재출시된 제품들이기도 하다.
한미약품그룹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과도한 체중 감량보다는 한국인의 비만 기준에 맞춘 '한국인 맞춤형 GLP-1' 비만약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해외에서 혁신적 성과로 일컬어지고 있는 20%가 넘는 체중 감량 효과는 초고도비만 환자가 그리 많지 않은 한국의 특성상 오히려 지나친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개발 완료 및 출시 시점은 향후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국내에 비만 적응증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이외에도 4종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상태다. 기본적인 비만약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갖추고, 이에 더해 비만 정도에 따라 초고도비만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약품부터 근육량 손실 방지, 요요현상 억제, 섭식장애 개선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다는 구상이다.
우선 지방감소 효과를 크게 높인 'HM15275'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GLP-1 및 에너지 대사량을 높이는 글루카곤(GCG), 인슐린 분비 및 식욕 억제를 돕는 인슐린 분비 자극 펩타이드(GIP)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차세대 3중 작용제(LA-GLP·GIP·GCG)’다. 전임상에서 현재까지 나온 비만 치료제를 뛰어넘어 위 밴드 수술 등 비만 대사 수술의 25% 내외 체중감량 효과와 맞먹는 효능이 확인됐다.
특히 이 약에는 한미약품의 차세대 독자 플랫폼 기술이 적용됐다. 기존 한미약품그룹의 바이오신약 플랫폼인 '랩스커버리'가 아닌 차세대 플랫폼으로 최근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즉, 기존에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개발 중인 또 다른 3중 작용제(GLP·GIP·GCG) '에포시페그듀타이드(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와는 다른 후보물질이라는 것이다.
이외에 한미는 GLP-1 제제 사용 시 나타날 수 있는 근육량 손실을 막아주고 요요 현상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바이오 신약, 폭식 등 섭식장애를 개선할 수 있는 후보물질도 최근 도출해냈다. 이에 더해 먹는 펩타이드 플랫폼 기술 개발을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하고 조만간 먹는 GLP-1 제제의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디지털 치료기기(DTx) 개발에도 나선다. 비만 치료제 사용 시 환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및 투약 안전성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솔루션을 DTx를 통해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환자가 투여·복용하는 치료제들의 체중감량 효과를 더욱 높이고 약물의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면서도 환자 라이프스타일을 교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처럼 한미는 비만 치료뿐 아니라 예방, 체중 감소 이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비만 치료 전 주기적 영역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맞춤형 치료제’들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H.O.P은 영어로 ‘폴짝 뛰다’란 의미가 있고, 불어로는 격려하거나 무언가를 뛰어넘으려 할 때 ‘자, 어서’를 뜻하는 감탄사로도 쓰인다”며 “H.O.P 프로젝트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또 다른 비상을 준비하는 한미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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