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껏 뛰어놀렴"…심장 구멍난 미얀마 소년, 韓의사들이 준 기적
소년의 심장엔 구멍이 있었다. 심장에서 폐로 이어지는 폐동맥은 막혀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 저산소증과 심부전 위험을 달고 사는 소년에게는 남들처럼 걷는 것조차 기적이었다. 4년의 기다림 끝, 기적이 찾아왔다.
13일 서울대병원은 심실중격결손 등 선천적 심장질환을 지닌 미얀마 소년 코코(9)를 지난 2019년과 올해 8월 이뤄진 두 차례 초청 수술 끝에 성공적으로 치료했다고 밝혔다. 심실중격결손은 우심실·좌심실 사이의 벽(칸막이)에 구멍이 있는 선천성 심장 질환이다. 코코는 이에 더해 심실과 폐를 연결하는 폐동맥이 차단돼 있어 심장에서 폐로 피가 흐르지 못했다. 코코의 폐는 대동맥과 폐동맥 사이에 난 좁은 측부혈관에 의지해 피를 공급받았고, 이로 인해 저산소증과 심부전 발생 가능성이 있어 달리기는 물론 천천히 걷는 것조차 위험했다.
이런 심장을 치료하려면 여러 단계에 걸쳐 수술을 해야 하지만, 현지 의료환경과 가정형편에서는 꿈도 꿀 수 없던 상황. 서울대병원은 코코의 사연을 2019년 한국인 선교사 장철호씨를 통해 접한 뒤 ‘해외환아 초청수술 사업’과 연계해 그해 11월 한국에 데려와 수술받을 수 있도록 했다. 김웅한 소아흉부외과 교수와 김기범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대동맥에서 폐동맥으로 이어지는 지름 6mm의 인공 도관을 연결해 피를 흐르도록 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1차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한창 성장기인 코코의 심장 발달 경과를 지켜본 후 후속 수술을 계획해야 했다. 우심실에서 폐동맥을 거쳐 폐로 이동하는, 정상 심장과 동일한 혈류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당초 수술 예정이었던 2022년은 그냥 흘려보낼 수밖에 없었고, 엔데믹이 찾아온 지난 8월에서야 코코를 다시 초청해 2차 수술을 진행했다. 이번엔 오른쪽 갈비뼈 사이를 절개해 불필요한 대동맥 측부혈관을 막고, 흉부 중간을 절개해 우심실과 폐동맥 사이에 판막이 있는 지름 20mm짜리 인공도관을 연결했다. 심실중격결손을 막고, 늘어나 있는 상행대동맥 크기도 줄였다. 코코는 수술 열흘만에 회복해 지난 22일 퇴원했고, 미얀마로 돌아가 일상을 되찾았다.
해외환아 초청수술 사업은 서울대병원이 2009년부터 형편이 어려운 해외 어린이 환자를 초청해 무료 수술을 지원해온 사업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도 기준 120여명의 아이들이 이 사업을 통해 치료받았다.
수술을 이끈 김웅한 교수는 “성공적인 후속 수술을 통해 코코에게는 건강한 삶을, 코코의 가족들에게는 희망을 선물할 수 있어 기쁘다”며 “4년여간 긴밀히 협력해왔던 서울의대와 여러 후원기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기범 교수는 “첫 수술 후 코로나 팬데믹과 미얀마 현지 정세 등으로 후속 치료까지 상당한 시간이 경과해 걱정스러웠다”며 “다행히 코코의 상태가 안정적이었고 치료 과정이 성공적이었다. 코코가 친구들과 함께 등교해 행복하게 뛰어놀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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