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80만원대로 뚝…2차전지 하락에 '뭉칫돈' 몰리는 곳
2차전지 관련주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여름 개미들의 마음을 달구며 두 달 전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의 고가주)에 등극했던 에코프로 주가는 80만원 대로 밀렸다. 2차전지 관련 업종의 투자 심리가 식자, 이들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는 상품에 개인투자자의 뭉칫돈이 쏠리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전날보다 3.33% 내린 89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는 이달 들어 지난 8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주가는 지난달 말(125만7000원)보다 28.4% 내렸다. 지난 7월 26일 기록한 장중 고가(153만9000원)와 비교하면 하락 폭이 41.5%에 달한다.
에코프로뿐 아니라 2차전지 열풍과 함께 주가가 올랐던 포스코 관련주의 약세도 두드러졌다. 이날 POSCO홀딩스는 전날보다 3.11% 하락했고, 포스코DX(-11.17%), 포스코퓨처엠(-2.52%) 등도 하락했다.
2차전지에 대한 투자자의 믿음도 흔들리고 있다. 2차전지 관련 종목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에 투자금이 몰리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KB자산운용이 지난 12일 상장한 ‘KBSTAR2차전지TOP10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이틀에 걸쳐 386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12일 250억900만원, 13일 135억4700만원 등이다.
해당 ETF는 2차전지 관련주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수익률을 반대로 추종하는 ETF다. LG에너지솔루션과 POSCO홀딩스, 삼성SDI,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등을 담고 있다.
반면 해당 종목들이 상승했을 때 수익을 내는 ‘KBSTAR 2차전지TOP10′ ETF의 개인 순매수액은 이틀 동안 8억76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해당 ETF 출시에 2차전지 종목에 투자한 주주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포털사이트 등에는 “KB증권과 은행 계좌를 해지했다” 등의 글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서 특정 업종에 대한 인버스 ETF 상품이 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2일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POSCO홀딩스(2617억)와 LG에너지솔루션(2458억), 에코프로비엠(1630억원), 포스코퓨처엠(1312억), 에코프로(1219억원) 등 2차전지 관련 종목이 여전히 대거 포진해있다.
2차전지 업체의 주가 하락은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와 이에 따른 리튬 가격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테슬라발 전기차 단가 인하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 등으로 완성차 업체와 LG에너지솔루션 등 셀 업체의 주가는 지난 8월 들어 내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에코프로 등 2차전지 소재 업체의 경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 등 수급 관련된 이슈로 주가가 버텨왔지만 이런 이벤트가 끝난 뒤 주가 지지력이 무너진 것 같다”고 말했다.
런던금속거래소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에 많이 사용되는 수산화리튬 선물 가격은 지난 7월 말 t당 4만3080달러에서 지난 12일 2만8500달러로 하락했다. 리튬 가격이 내려가면 에코프로 등 2차전지 소재 업체의 평균판매단가(ASP)도 내려가게 된다. 비싼 가격일 때 사들인 리튬으로 제품을 만들었는데, 판매할 때 하락한 리튬 가격을 적용한 단가에 제품을 팔아 업체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다.
강성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광물 가격 하락에 따른 ASP 하락은 매출 감소뿐만 아니라 수익성 악화로도 이어지므로 (에코프로 등) 양극재 업체의 하반기 실적 부진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주가 하락과 별개로 2차전지 업종에 대한 투자 의견을 높인 증권사도 있다. 주가 과열이 진정돼 사볼 만한 가격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판단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2일 에코프로비엠과 포츠코퓨처엠의 투자 등급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했다. NH투자증권 주민우 연구원은 “주가 하락으로 상승 여력이 생겨 투자의견을 상향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차기 미국 대선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불확실성은 더해질 수 있고 전기차 수요는 높은 금리에 더 약해질 수 있다”며 “2차전지 종목의 주가가 많이 빠졌다 싶어도 지금은 매매의 영역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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