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가 된 교사들... 이 방법이 필요합니다

변상철 2023. 9. 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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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교사를 향한 고소고발 사건... 압박받지 않을 수 있도록, 비대면 조사 활성화해야

[변상철 기자]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교내 민원업무로 인한 교사의 극단적 선택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많은 경우 학생 간의 문제로 인한 학부모의 문제제기 과정에서의 갈등이 법적 갈등으로 커지는 경우였다. 최근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 역시 수년 간 고소 등 문제제기에 시달리다 운명을 달리했다. 특히 교사들은 경찰 등 사법당국에 고소가 되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법적 대응에 대한 어려움을 자주 겪고 있다.

#. 사례 1
지방 학교에서 근무하는 A교사는 최근 경찰로부터 피의자 출석 요구를 받고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교내에서 친구의 극단적 선택에 심한 우울증을 앓으며 등교를 하지 않으려는 학생을 지도하는 담임 입장에서 학교수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교장과 선생님, 그리고 교육청 등의 자문을 받아 학생을 지도했다. 그러나 얼마 전 익명의 학부모로부터 '업무방해' 죄목으로 고발을 당했다. 위에서 언급한 학생의 출결과 수행평가 성적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경찰의 요구대로 학생 관련 생활기록부, 수행평가지, 성적일람표, 각종 위원회 회의록, 심지어 CCTV 영상자료까지도 모두 제출해야 했다. 이러한 자료를 모두 제출했음에도 교사는 끝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조사를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함께 조사를 받던 교감 선생은 스트레스로 인해 교내에서 뇌출혈로 쓰려져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교사는 교내 업무는 물론 경찰에서 요구하는 각종 자료들을 정리해 제출해야 하는 업무 과중을 몇 달 째 겪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동료, 선배 교사들이 사망하거나 괴로워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사례 2
지방에서 근무하는 B교사는 학교폭력에 연루되었던 C부모로부터 고소당했다. 고소 이유는 B교사가 C부모의 자녀와 관련한 학교 폭력 내용을 다른 학부모에게 알려주었다는 혐의라고 했다. 그러나 B교사는 학교폭력담당교사가 아니었을 뿐더러 관련한 회의에도 참여한 적이 없기에 다른 학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에서는 관련된 서류뿐만 아니라 직접 경찰에 출석해 이 사실과 관련한 조사를 받으라고 하여 너무도 괴롭고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고소, 고발이 되더라도 여전히 학교 업무와 교사의 의무를 다하는 와중에 홀로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 아이 돌봄과 학교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수사기관에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적절한 대응을 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일단 고소가 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교사가 느껴야 하는 절망감과 수치심, 모욕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 요구하는 각종 서류와 자료는 오롯이 고소, 고발을 당한 해당 교사가 준비해야 한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교사가 성실히 준비해 자료를 내더라도 수사기관에서 출석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이때 출석하는 교사의 신분은 '피의자'가 되어버린다. 진실의 여부와는 전혀 상관없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는 시선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다.

학교는 교육 현장... 수사과정과 방법, 신중을 기해야
 
 최정규 변호사가 국민신문고에 제안한 비대면 조사 활성화 제안. 교사에 대한 과도한 출석요구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으며, 이는 교사 뿐 아니라 다른 고소, 고발 사건에서도 이러한 출석요구를 제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변상철
 
최근 발생하고 있는 수사기관의 교사 출석요구에 대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 고소 내지 고발을 당한 교사의 법률자문을 수행하고 있는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최근 이러한 수사기관의 과도한 출석요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국민신문고에 "교사의 학생지도와 관련한 사건 수사에 있어 비대면 조사 활성화"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교사의 교권침해가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단지 피고소인이라는 이유로 수업 등 업무에 지중해야 하는 교사가 경찰에 수사를 받기 위해 소환되고 있기에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수업권은 침해되고 있습니다. 중대한 아동학대 사실이 확인되거나, 대질신문 등 반드시 출석해서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아님에도 수사 관련상 소환조사가 이루어지는 문제점이 확인됩니다."

최 변호사는 이러한 절차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수업권 등 보호를 위해 불필요한 소환조사를 자제하는 대신 전화, 이메일 등 비대면, 서면 조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며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비대면 조사를 적극 활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조사방법에 대한 개선을 통해 결국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수업권이 침해받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 변호사는 비대면 조사에 대한 근거로 '대검형사부'의 지침(8월 23일자)을 들었다. 이 지침에 따르면 대검은 교사의 학생지도와 관련된 고소, 고발 등 사건 수사 및 처리 과정에서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 기본권과 함께 교권과 교사의 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지시했다. 특히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수업권 등 보호를 위해 불필요한 소환조사를 자제토록 하고 있다. 더불어 고소, 고발 자체로 형사법령상 범죄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한 경우 신속한 각하 등 불기소처분 등으로 교사가 불안정한 지위나 상태가 지속되지 않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이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 보면 제19조(출석요구)에 '출석요구를 하기 전에 우편, 전자우편, 전화를 통한 진술 등 출석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의 선택 가능성을 고려'하라는 규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같은 조항에 '출석요구시 생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을 고려하라는 내용도 담겨져 있는데 교사의 경우 교사의 업무에도 영향을 주지만, 교사의 이러한 조사과정은 결국 학생의 수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초래되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의 출석 요구 등은 극도로 자제되어야 할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학교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으로 이루어진 교육공동체 공간이다. 이 세 주체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취급되거나 권리에서 배제될 수 없다. 교사, 학부모, 학생 어느 한 주체의 문제는 곧 학교 공동체의 문제이며, 해결되지 않는 갈등은 곧 교육의 붕괴를 우려하게 하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는 한다. 특히나 수사기관이 개입하는 경우 이러한 교육현장의 공동체성을 고려해 수사과정과 방법에 대한 신중을 더욱 기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교사의 비대면 조사 활성화 제안에 대해 정부가 어떠한 답변을 들려줄지 사뭇 기대된다. 

* 위 제안을 자세히 보고 싶다면, 국민신문고(https://www.epeople.go.kr/nep/prpsl/opnPrpl/opnpblPrpslList.npaid)에 접속해 상세검색란의 검색어에 '비대면 조사 활성화'라고 검색하면 제안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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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변상철씨는 공익법률지원단체 '파이팅챈스' 소장입니다. 파이팅챈스는 국가폭력, 노동, 장애, 이주노동자, 군사망사건 등의 인권 침해 사건을 주로 다루는 법률 그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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