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에 목돈 마련 부담까지…후분양 단지, 청약할까 말까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공사 현장. 건물 뼈대를 세우는 골조 공사는 끝났고, 내·외부 마감공사가 80~90% 진행되고 있었다. 착공한 지 2년6개월이 지난 현재 공정률은 85%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이달 771가구를 분양했고,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국내 분양시장에서 이런 식의 후(後)분양 아파트가 쏟아진다. 그동안 청약 당첨자가 내는 분양대금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선(先)분양’이 대세였지만, 최근 아파트를 60% 이상 짓고 나서 분양하는 곳이 늘고 있다. 후분양은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많아 청약할 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연내 전국에서 10여 개 단지가 후분양으로 공급된다. 서울에선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를 비롯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12월)가 후분양으로 나오고, 경기도에선 광명시 ‘트리우스 광명’(10월), 화성시 ‘동탄 레이크파크 자연&e편한세상’(9월) 등이 분양된다.
최근 후분양 물량이 늘어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선분양하려고 했던 시기에 시장 분위기가 나빴거나, 좀 더 높은 분양가를 받으려고 분양 시점을 미루는 것이다. 특히 후자가 많다. 다음 달 청약을 받는 광명시 ‘트리우스 광명’이 그런 경우다. 이곳은 2021년 선분양하려 했다가 후분양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조합이 신청한 3.3㎡당 2300만원보다 낮은 2000만원대에 분양가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에 속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곳도 마찬가지다. 분양가 산정에 반영되는 택지비나 공사비가 오르기 때문에 선분양보다 분양가를 높게 정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청약자 입장에서 후분양은 장단점이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사례처럼 조합과 건설사 간 공사비 인상 갈등으로 입주가 지연될 가능성이 작다. 분양 시점이 비교적 늦기 때문에 공사 기간 오른 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는 단점과 직결된다. 분양을 늦게 하는 만큼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전가돼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높고, 입주까지 기간도 짧아 웃돈(프리미엄) 수준도 선분양에 비해 덜하다.
박합수 건국대 겸임교수는 “선분양 단지는 2~3년 후 분양가보다 두 배로 오르기도 하지만, 후분양은 늦게 할수록 가격 메리트가 떨어진다”며 “금융비용과 시세 상승분을 모두 반영해 분양가가 정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분양은 2~3년에 걸쳐 분양대금을 내면 되지만, 후분양은 수개월 안에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들어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분양가는 3.3㎡당 3963만원으로, 전용 84㎡가 최고 13억9000만원대다. 인근 역세권 단지인 ‘상도역롯데캐슬파크엘’(2021년 입주) 전용 84㎡가 지난 6월 13억5000만원에 팔린 점을 고려하면 주변 시세보다 비싼 편이다. 계약 후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기까지 6개월밖에 안 남아 자금 조달 일정도 빠듯하다.
또 후분양이란 말이 무색하게 실물을 확인할 수 없다. 대부분 공사 60~80% 시점에서 분양하는 ‘무늬만 후분양’이기 때문이다. 최근 아파트 부실시공의 대안으로 후분양이 떠올랐지만, 준공 전 단계에선 내부 마감재를 확인할 수 없어 감리(설계대로 공사하는지 점검하는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소장은 “진정한 의미의 후분양인 ‘준공 후 분양’이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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