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에 목돈 마련 부담까지…후분양 단지, 청약할까 말까

황의영 2023. 9. 1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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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들어서는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전경. 이달 후분양으로 공급 중이며, 내년 3월 입주가 시작된다. 사진 대우건설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공사 현장. 건물 뼈대를 세우는 골조 공사는 끝났고, 내·외부 마감공사가 80~90% 진행되고 있었다. 착공한 지 2년6개월이 지난 현재 공정률은 85%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이달 771가구를 분양했고,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국내 분양시장에서 이런 식의 후(後)분양 아파트가 쏟아진다. 그동안 청약 당첨자가 내는 분양대금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선(先)분양’이 대세였지만, 최근 아파트를 60% 이상 짓고 나서 분양하는 곳이 늘고 있다. 후분양은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많아 청약할 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연내 전국에서 10여 개 단지가 후분양으로 공급된다. 서울에선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를 비롯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12월)가 후분양으로 나오고, 경기도에선 광명시 ‘트리우스 광명’(10월), 화성시 ‘동탄 레이크파크 자연&e편한세상’(9월) 등이 분양된다.

최근 후분양 물량이 늘어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선분양하려고 했던 시기에 시장 분위기가 나빴거나, 좀 더 높은 분양가를 받으려고 분양 시점을 미루는 것이다. 특히 후자가 많다. 다음 달 청약을 받는 광명시 ‘트리우스 광명’이 그런 경우다. 이곳은 2021년 선분양하려 했다가 후분양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조합이 신청한 3.3㎡당 2300만원보다 낮은 2000만원대에 분양가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에 속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곳도 마찬가지다. 분양가 산정에 반영되는 택지비나 공사비가 오르기 때문에 선분양보다 분양가를 높게 정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정근영 디자이너

청약자 입장에서 후분양은 장단점이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사례처럼 조합과 건설사 간 공사비 인상 갈등으로 입주가 지연될 가능성이 작다. 분양 시점이 비교적 늦기 때문에 공사 기간 오른 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는 단점과 직결된다. 분양을 늦게 하는 만큼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전가돼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높고, 입주까지 기간도 짧아 웃돈(프리미엄) 수준도 선분양에 비해 덜하다.

박합수 건국대 겸임교수는 “선분양 단지는 2~3년 후 분양가보다 두 배로 오르기도 하지만, 후분양은 늦게 할수록 가격 메리트가 떨어진다”며 “금융비용과 시세 상승분을 모두 반영해 분양가가 정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분양은 2~3년에 걸쳐 분양대금을 내면 되지만, 후분양은 수개월 안에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들어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분양가는 3.3㎡당 3963만원으로, 전용 84㎡가 최고 13억9000만원대다. 인근 역세권 단지인 ‘상도역롯데캐슬파크엘’(2021년 입주) 전용 84㎡가 지난 6월 13억5000만원에 팔린 점을 고려하면 주변 시세보다 비싼 편이다. 계약 후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기까지 6개월밖에 안 남아 자금 조달 일정도 빠듯하다.

또 후분양이란 말이 무색하게 실물을 확인할 수 없다. 대부분 공사 60~80% 시점에서 분양하는 ‘무늬만 후분양’이기 때문이다. 최근 아파트 부실시공의 대안으로 후분양이 떠올랐지만, 준공 전 단계에선 내부 마감재를 확인할 수 없어 감리(설계대로 공사하는지 점검하는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소장은 “진정한 의미의 후분양인 ‘준공 후 분양’이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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