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취업, 여성·고령층 활약했지만 '성장 없는 고용' 우려

이우림 2023. 9. 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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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중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를 기록하며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고용 지표는 이례적으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과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취업자 수를 견인하며 고용률이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실업자 수는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60만명 아래를 기록했다. 하지만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가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에서 취업자 감소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고용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867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만8000명 늘어났다. 올해 들어 30만~40만 안팎을 유지했던 증가 폭이 7월 집중호우 여파로 21만명대로 하락했다가 지난달 다시 20만명대 중반으로 늘어난 것이다.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인 고용률(15세 이상)은 63.1%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월간 통계 작성 이래 8월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이다. 15∼64세 고용률도 69.6%로 같은 달 기준 가장 높았다. 실업자는 4만1000명 감소한 57만3000명으로, 역대 1∼12월 실업률 가운데 최저치를 찍었다.

김영희 디자이너


고용 호조를 기록한 건 여성과 고령층에서 취업자 증가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1만3000명 줄어든 반면 여성 취업자는 28만1000명 늘어났다. 특히 30대 여성의 '우먼파워'가 거세다. 지난달 고용률은 68%로 전년보다 무려 3.1%포인트나 오르며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저출산 추세와 맞벌이의 보편화로 혼인ㆍ출산이 여성의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령 별로는 60세 이상에서 취업자가 30만4000명 늘었다. 그중에서도 60세 이상 여성에서 17만9000명이 늘면서 60세 이상 남성(12만5000명)보다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청년층(15∼29세)에서는 취업자 수가 10만3000명 감소하며 10개월째 하락세를 기록했다. 인구 감소 측면도 있지만, 인구 대비 고용률도 47%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하락해 7개월째 하락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20대 초반 학업을 하는 재학 비중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그중에서도 고령층이 고용률을 견인하고 있는 상황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 고령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과 숙박·음식점업 취업자가 많은데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전년 동월 대비 산업별 취업자 수를 보면 보건·복지업(13만8000명)과 숙박·음식점업(12만1000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5만7000명)에서 증가세를 보였고 도소매업(-6만9000만명), 제조업(-6만9000명)에서는 취업자가 감소했다. 제조업 취업자는 8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반등세를 보인다고 해도 경기가 직접적으로 살아나고 있는 게 아니니까 일자리도 좋을 일자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이 살아나야 하는데 중국발 경제 위기에 더해 대기업 노조들의 정년 연장 주장, 반도체 부진 등이 합쳐져 회복이 잘 안 되고 있다”며 “결국 지금 보이는 고용 지표도 ‘성장 없는 고용’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고 봤다. 그는 “정부가 노동개혁을 시도도 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여야가 의견을 모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성장동력을 키워야 하는데 총선을 앞두고 의견을 모으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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