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시다 새 내각, 여성각료 5명 역대 최다…21년만에 女외무상

이영희 2023. 9. 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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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21년 만에 여성 외무상이 탄생했다. 내각 내 여성 각료의 수도 2명에서 역대 최다인 5명으로 늘어났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13일 각료 대다수를 물갈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내년 자민당 총재 선거를 1년여 앞두고 인적 쇄신을 통해 분위기 전환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13일 일본 새 외무상에 임명된 가미카와 요코 전 법무상이 도쿄 총리관저에 들어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번 개각에선 총리를 제외하고 총 19명의 각료 가운데 6명이 유임됐고 13명이 교체됐다. 이 중 2명은 각료 경험자고 11명은 첫 입각이다.

특히 이번 개각에서 외무상에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전 법무상이, 어린이정책 담당상에 가토 아유코(加藤鮎子) 의원, 지방창생담당상에 지미 하나코(自見英子) 의원, 부흥상에 쓰치야 시나코(土屋品子) 의원이 등용되면서 여성 각료가 기존 2명에서 5명으로 늘어났다. 여성 각료 5명은 역대 최다였던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내각과 2014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때와 같은 수준이다.

가미카와 신임 외무상은 2002년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무상 이후 일본에서 21년 만에 나온 여성 외무상이다. 시즈오카(静岡)현을 지역구로 둔 7선 의원으로 도쿄대 교양학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나와 2000년 중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세 차례 법무상을 지냈으며 두 번째 법무상 재임 당시 옴 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麻原彰晃)를 비롯해 16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해 주목받았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일한의원연맹 소속 지한파 의원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 2007년 시즈오카에서 열린 조선 통신사 400주년 심포지엄 연설에서는 한·일 과거사 갈등에 대해 "과거의 잘못을 아는 것은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필수적"이라며 "양국이 서로 손잡고 대화를 이어나가자"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내년 자민당 총재선을 위한 포석"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 총리가 이번 개각에서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노렸다고 분석했다.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주요 각료들을 유임시키는 한편 새 인물과 여성 정치인의 입각으로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담당상, 고노 다로(河野太郎) 디지털 담당상,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재무상,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斉藤鉄夫) 국토교통상 등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다.

집권당인 자민당 간부 인사에서도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재,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간사장,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정조회장, 다카기 쓰요시(髙木毅) 국회대책위원장 등이 유임됐다. 총무회장에는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선거대책위원장을, 선거대책위원장에는 오부치 유코(小渕優子) 조직운동본부장을 기용했다.

13일 일본 집권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오부치 유코 의원이 도쿄 총리관저에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부치 위원장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주역인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전 일본 총리의 차녀다. 전직 총리의 딸로 주목 받으며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감'으로 꼽히기도 했으나 2014년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추락했다. 당시 검찰의 가택 조사에 앞서 하드디스크를 드릴로 파손한 사실이 밝혀져 '드릴 유코'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오부치 의원은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사건에 대해 "마음 깊이 반성한다"며 "앞으로의 행보를 보고 판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개각 및 자민당 인사에 대해 "기시다 총리가 내년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경쟁자들을 주요 보직에 묶어 놓는 포석을 뒀다"고 평가했다. 차기 총재선 출마가 유력시됐던 모테기 간사장은 계속해서 자민당의 주요 보직을 맡아 총재 선거에 나서기가 쉽지 않아졌다. 지난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와 경쟁했던 고노 디지털상과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도 각료직에 유임돼 기시다 정권에 반기를 들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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