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무기 거래' 시사한 러시아…北, 기습 도발까지

장희준 2023. 9. 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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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 4년 만에 재회…정상회담 돌입
푸틴 "정찰위성 도우려 우주기지 만남 선택"
"공개되면 안 될 영역까지"…결의 위반 시사
北, 회담 직전 기습도발…"한미 경고에 반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년 만에 재회했다. 정상회담 이전부터 '무기 거래' 의혹으로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우던 두 사람은 군사 분야 협력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권의 강력한 경고에도, 북한이 골몰하고 있는 군사 정찰위성 등 분야에 러시아의 기술 이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1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러시아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두 사람의 재회는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 회담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은 회담 시작 전 모두발언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는 북한의 최우선 과제로, 제국주의에 맞서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김정은-푸틴, 대놓고 '군사 협력' 의지 드러냈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서 대화하는 북러 정상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까지 시사했다. 현지 뉴스 영상을 보면 푸틴 대통령은 회담장으로 이동하기 전 '러시아가 북한의 인공위성 제작을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것 때문에 이곳(우주기지)에 온 것"이라며 "북한 지도자는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우주를 개발하려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회담이 성사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2016년 4월 첫 위성 발사로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러시아의 최첨단 시설이자, 소련 시절 '우주 대국' 위상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담긴 장소다. 이곳에서 회담이 열린다면 무기 및 군사 기술 거래를 통한 양국의 군사적 협력 확대를 상징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는데, 애써 부인하지 않고 전면 인정한 것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군사기술 협력 문제도 논의될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서두르지 않고 모든 문제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와 관련해서 크렘린궁 측은 "북한과 러시아는 공개되면 안 되는 민감한 영역에서도 협력할 것"이라며 안보리 제재 결의를 어길 수 있다는 의지까지 가감 없이 드러냈다.

북한은 '핵무력 완성'의 필수 조건으로 꼽히는 군사 정찰위성이 절실하다. 또 최근 핵잠수함을 처음 공개하는 등 해군 무력을 강조해온 맥락을 고려하면, 잠수한 운용 관련 기술을 이전받길 희망할 가능성도 있다. 군사 분야 첨단기술을 원하는 북한에 러시아가 기술을 내준다면, 반대급부에서 북한은 포탄이나 소총 등 재래식 무기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비단 무기 거래뿐만 아니라, 북한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수 있도록 식량·원유 등 자원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북한은 러시아 전후 복구현장에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제재 장기화 속 활로가 필요한 북한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 물자가 부족한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것. 그러나 이런 거래는 모두 대북 제재 위반이다.

北, 군부 핵심 총출동…4년 전 없던 김여정까지

김여정, 북러 정상회담 장소 동행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정은의 이번 방러는 수행단부터 면면이 남달랐다. 최선희 외무상과 군 서열 1~2위로 꼽히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이 모두 함께했다. 특히 박태성 당 비서와 김명식 해군사령관,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 등 핵심 인물들도 수행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이번 러시아 방문에 '군사적 성격'이 짙다는 점을 드러냈다.

먼저 박태성 당 비서는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위해 설치한 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울러 김명식 해군사령관의 동행은 잠수함 운용을 위한 기술 이전이 북한과 러시아의 '위험한 거래'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했다.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은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핵심 관계자다.

특히 이날 러시아 현지에서 공개된 사진들을 보면, '김정은의 친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함께 방러한 것으로 확인된다. 평양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동행 여부가 불분명했지만, 외신 중계화면에서 김여정이 방명록을 쓰는 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2019년 4월 첫 회담 당시에는 수행단에 포함되지 않았었다.

수령도 없는데 기습 도발…"한미 겨냥한 반발"

북러 정상회담 뉴스 지켜보는 시민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울러 북한은 사실상 처음 최고지도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11시43분부터 10분간 북한이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포착했다. 탄도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30일 SRBM 2발 이후 14일 만이며, 이달 2일 순항미사일 발사를 기점으로 보면 11일 만이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일상적으로' 도발을 감행하고 있지만, 주목할 만한 차이점은 김정은 위원장부터 군부 핵심까지 모두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기습 도발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이번 도발은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러시아 현지 회담장소에 도착하기 약 1시간 전에 이뤄졌다. 사전에 계획된 도발 일정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양국의 '위험한 만남'에 경고음을 내온 한미를 겨냥한 반발 차원도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푸틴이) '국제적인 왕따'에게 지원을 요청하려 자국 영토를 가로질러 여행하는 것을 '구걸'이라 규정한다"고 꼬집은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미사일 도발로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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