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간 같은 정숙성…슈퍼카社의 고급진 반란 ‘카이엔’ [면허 1년차 시승기]
스포츠카 브랜드 정체성은 모호…데일리카 느낌이 강해
“카이엔이 전기차였나?”
공도로 나간 순간, 포르쉐 신형 카이엔에게 가스라이팅 당한 기분이 들었다. 전기차도 아닌데 엔진소리가 이렇게 들리지 않을 수 있나. 카이엔의 적막한 침묵은 내연기관차라는 명확한 정보에 대한 확신을 잃게 했다. 엔진소음이나 풍절음은 커녕 바깥 소리와도 차단돼 오롯이 운전하는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용인스피드웨이에서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23’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포르쉐 월드 로드쇼는 타이엔, 타이칸, 2도어 등 포르쉐의 여러 차량들의 퍼포먼스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다양하고 매력적인 포르쉐 차량 중에서도 지난달 국내 공식 출시된 신형 카이엔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신형 카이엔은 3세대 모델을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해서 카이엔, 카이엔 쿠페, 카이엔 터보 GT 총 3종으로 나왔다. 브랜드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게 업그레이드됐다는 신형 카이엔은 디스플레이, 섀시 기술, 소프트웨어 등 기능이 더욱 강화됐다.
카이엔의 정숙성은 소리뿐만 아니라 서스펜션에서도 극대화됐다. 포르쉐는 특히 서스펜션 개선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그 노력에 대한 성과는 확실했다.
SUV는 스포츠 다목적 차량이자 오프로드 맞춤 차량으로 특유의 덜컹거림이 있는 편인데 카이엔은 고급세단을 탄 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 마치 거친 노면이 사포질하고 부드러운 실크 천을 얹은 것처럼 느껴졌다. 기본 사양으로 장착된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이 차량에 오는 충격을 최대한 흡수해 운전자에겐 뭉글한 느낌만 전달했다.
가속페달도 가벼웠다. 살짝 발을 얹은 것만으로도 경쾌한 속도감을 선사했다. 주행모드는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등 3가지인데 주행게임 ‘카트라이더’에서 사용되는 부스터를 떠올리게 했다. 드라이빙 모드 변경 중앙 버튼을 누르니 약 20초가량의 게이지가 생기면서 더 높은 출력을 발휘하도록 지원했다. 신형 카이엔은 3ℓ V6 터보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360마력, 최대토크 51kg·m을 발휘한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6초가 소요된다.
하지만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퍼포먼스의 즐거움을 주기엔 다소 부족했다. 브레이크도 다소 밀리는 느낌이여서 감속해야 할 상황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밟기 시작해야 했다. 풀브레이킹을 걸어도 급정거에서 단박에 멈추기는 어려웠다. 코너링때도 쏠림 현상은 더 있었지만 SUV 특성인 육중한 무게를 감안하면 서스펜션이 흔들리지 않도록 잘 잡아주는 편이었다.
익스테리어는 기존과 큰 차이 없다지만 인테리어는 큰 변화가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시보드와 디스플레이다. 포르쉐는 운전자뿐만 아니라 동승자들도 즐거운 주행경험을 할 수 있도록 대시보드와 뒷좌석에 디스플레이를 처음 설치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카이엔은 포르쉐가 추구하는 이미지인 ‘가장 열망하는 스포츠카’라는 브랜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게 느껴졌다. 포르쉐하면 으레 포르쉐 911을 떠올리게 된다. 911 모델은 ‘내가 꿈꾸던 차를 찾을 수 없어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는 포르쉐 창업자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철학이 가장 잘 반영돼 포르쉐의 상징이자 수많은 이들의 ‘드림카’가 됐다.
반면 카이엔은 ‘911의 스포츠카 특성을 계승한 SUV’라는 꼬리표가 무색하게 뜨거운 열정과 흥분을 불러일으키기보단 도심 속에서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는 데일리카 느낌이 강했다. 카이엔을 타기 직전에 2도어 스포츠카를 운전했는데 성난 맹수와 같던 굉음에 고양된 기분으로 트랙을 거침없이 누볐던 탓인지 상대적으로 카이엔의 매력은 반감됐다. 내연기관차 특유의 엔진소리 맛과 멋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는데 카이엔의 정숙함은 그 만족감을 충족시키진 못했다.
비일상적인 경험이 주는 희열은 찾기 어려워 ‘현실과 타협을 해도 너무 많이 타협한거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기에 국내에서 포르쉐 차주 두 명 중 한 명은 카이엔을 선택해서 희소성 측면에서도 프리미엄 가치를 희석시켰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1억3310만원이다.
▲타깃
-영화 같은 화려함보다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당신이라면
-‘뜨거운 청춘’보다 ‘안정적인 어른’이 되고 싶은 거라면
-고급SUV의 끝판왕을 즐길 준비가 됐다면
▲주의할 점
-오락성 운전 재미를 주는 ‘스포츠카 브랜드 DNA’는 실종
-너무 잘 팔린 탓에 희석된 ‘하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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