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총 보수 인하 전쟁…중소형사 ‘곡소리’

노성인 2023. 9. 1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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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성장에 경쟁 과열…3개월만 6%↑
일부 ETF 총 보수 0.01%로 낮추기도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순자산 총액이 1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총 보수 인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역마진’ 우려가 나올 정도로 수수료 경쟁이 너무 과열됐다는 지적과 더불어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의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107조1386억원으로 지난 6월 말(100조7769억원) 대비 6.3%(6조3617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말(73조7339억원)과 비교하면 45.3%(33조4047억원) 늘어난 것으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증시 변동성 확대로 간접투자 선호 심리가 부상하면서 ETF 시장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크게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ETF를 포함한 운용 보수가 포함된 자산운용사들의 수수료 수익은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운용자산(AUM) 50조원 이상의 7개 운용사 중 작년 동기 대비 수수료 수익이 증가한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3곳 밖에 없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올해 6월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51억원(14.0%) 늘어난 1924억 원의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 같은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 ETF 순자산총액이 27조8654억원에서 36조5286원으로 8조6632억원(31.1%) 늘어난 것에 비하면 저조한 규모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자산운용도 전년동기 대비 11억원(0.9%) 증가한 1258억원, 신한자산운용도 17억원(2.9%) 증가한 613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각각 벌었다. 반면 두 자산운용사의 ETF 순자산은 각각 10조6286억원(34.9%), 1조1131억원(229.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KB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등은 각각 5.3%(827억원→783억원), 6.6%(638억원→596억원)씩 수수료 수익이 감소했다. 해당 기간 ETF 규모는 오히려 48.7%(2조9378억원), 52.6%(8182억원) 늘어나기도 했다.

기존에 운용사들의 수수료 수익을 지탱해 왔던 공모펀드 등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ETF 또한 시장 내 총 보수 인하 경쟁이 이어지면서 수익 증대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달 10일 ‘ACE 2차전지&친환경차액티브 ETF’의 총 보수를 0.50%에서 0.29%로 낮췄다. 이는 총 보수가 0.3~0.5%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2차전지 액티브 ETF 중에서도 가장 낮은 보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최근 ETF 총 보수를 소수점 두 자리까지 낮춘 곳도 나왔다. 지난달 19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의 총 보수를 기존 0.03%에서 0.01%로 낮췄다. 신한자산운용도 같은달 22일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의 총 보수를 0.05%에서 0.03%로 인하한 것에 이어 연내 0.01%로 인하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앞서 지난달 11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의 총 보수를 연 0.06%에서 0.01%로 인하하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ETF에 대한 총 보수 경쟁이 오히려 운용사들의 ‘역마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대형사보다는 ETF를 운용하는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고충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ETF 운용보수 수준이 운용사 수익에 당장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면서도 “다만 규모가 작은 운용사들도 마케팅 차원에서 대형사의 운용 보수 인하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어서 역마진 우려 등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국내 ETF 시장이 규모가 큰 운용사로 자금이 몰리는 ‘승자독식’ 현상이 심해지면서 중소형 운용사들은 고객 유지를 위해 대형사 보다 총 보수를 더 크게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무리한 보수 경쟁보다는 상품별 차별성을 키울 수 있는 액티브 ETF로 활로를 모색하는 중소형 운용사들도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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