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우주항공청 이유없이 반대, 국민 심판받을 것"
“인도는 달에 우주선을 보내는데, 우주항공청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가로막혀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20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대한민국 초거대 인공지능(AI) 도약회의’를 주재하며 한 말이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아무런 이유 없이 무조건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역량이 인도만큼 출중한데도 관련법이 국회에서 발목 잡혀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지난주 인도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뉴델리 정상회의를 계기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양자 회담을 하고 우주산업 협력에 합의한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양국의) 합의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우주 분야 협력을 주도할 우주항공청이 이른 시일 내에 설립돼야 한다”고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월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법안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AI와 디지털 역량이 산업의 수준을 좌우한다. 반도체와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 등 전후방 산업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다”며 “전 산업의 발전과 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초거대 AI 기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처럼 종합적인 인지와 추론을 할 수 있는 AI로, 챗GPT가 대표적이다. 동시에 윤 대통령은 AI 시대의 디지털 윤리 규범 필요성을 강조하며 “과도한 규제는 절대 안 되지만, 제대로 더 잘 쓰기 위한 법적 규제는 필요하다”며 “인류 전체의 후생을 극대화하는 방안에 입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세계 디지털 질서를 정립할 국제기구 창설을 주창한 ‘파리 이니셔티브’를 공개한 윤 대통령은 G20 뉴델리 정상회의 때도 디지털 규범 확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장선에서 윤 대통령은 가짜 뉴스의 폐해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 정치인을 만나면 가짜뉴스가 AI와 디지털을 이용해 빛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우리 미래를 망칠 수 있다는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엔 최상목 경제수석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등 당정 인사뿐 아니라, 국내 초거대 AI 관련 기업 관계자들과 AI 인력을 양성 중인 염재호 태재대 총장 등 민간 및 학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선 자유 토론도 이어졌는데, AI스타트업을 대표해 발언한 업스테이지의 김성훈 대표는 “AI 기술은 반도체처럼 막대한 국외 수입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AI 기술 수출의 필요성을 밝혔다. 학계 발언을 맡은 염 총장은 “교육에서도 AI가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라며 “디지털 측면에서 우리가 인류 문명사의 변화를 주도하고 디지털 질서를 정립하는 등 국제 사회의 모범이 된다면, 글로벌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제원 국회 과방위 위원장도 “대통령께서 후보시절부터 대한민국을 과학기술강국으로 만들겠다고 늘 강조하셨다”며 “국회에서도 입법을 통해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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