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방·문체·여가부 장관 개각…내부 장악력 강화
문체장관 후보자 MB정권 장관 유인촌 특보
여가장관 후보자 朴청와대 대변인 김행 전 비대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3개 부처의 장관을 교체했다. 그동안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던 각종 논란에서 벗어나 국정 장악력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독립운동가 흉상 이전을 둘러싼 역사 전쟁을 비롯해 새만금 잼버리 파행 등 이들 부처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면서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야당은 총공세에 나섰다. 이 때문에 이번 개각은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사들을 전진 배치해 야권의 공세를 막고 대국민 설득 등에 더욱 힘을 주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윤 대통령이 이날 신임 국방부 후보자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보, 여성부 장관 후보자에 김행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을 각각 지명했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지명된 신 후보자, 유 후보자, 김 후보자는 공직 경험이 풍부하며, 윤 대통령이 업무 추진과 정무적 능력을 인정한 인사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 후보자(육군사관학교 37기)는 육군 예비역 중장 출신으로,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합참 차장 등 요직을 두루 지냈다. 지난 21대 총선째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로 활동 중이다. 지난 7월 윤 대통령이 리투아니아·폴란드를 순방할 때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하기도 할 정도로 윤 대통령의 '국방철학'을 잘 이해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전날 사의를 밝히면서 하루 만에 교체를 단행했다. 김 실장은 "현재 국회 국방위 간사이자, 작전 분야 모두 풍부한 경험한 인물"이라며 "고도화되는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안보 역량을 견고히 하고 국방혁신 4.0 완성 최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신 후보자는 후보자 소감을 발표하며 "대내외 안보 환경, 여러 도전들이 심각하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국민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국방부 장관이 되면 소임을 다하겠다"며 "그리고 군인다운 군인, 군대 다운 군대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8년 2월~2011년 1월 3년여간 문체부 장관을 역임한 경력이 있다. 그는 문체부 장관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MB정부에서 문화특보를 지냈다.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부터 문화·체육계 정책을 조언해왔고, 지난 7월에는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로 임명될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다. 유 후보자가 문체부 장관이던 시절 김 실장이 문체부 2차관을 지낸 바 있다.
유 후보자에 대해 김 실장은 "유 후보자는 문화예술 현장에 대한 이해와 식견뿐 아니라 과거 장관직 수행할 만큼 정책 역량도 갖추신 분으로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컬쳐의 한 단계 높은 도약과 글로벌 확산을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유 후보자도 "저는 평생 현장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답이 현장에 있고 또 현장이 요즘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그런 변화하는 현장에 잘 맞도록 정책, 그 외 모든 지원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앞서, 빨리 쫓아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새만금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사전 준비와 행사 기간 부실 대응으로 국민적 질타를 받아온 김현숙 여가부 장관도 교체됐다. 후임인 김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대변인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을 지낸 바 있다. 16대 대선이 치러진 2002년 정몽준 당시 국민통합21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하며 정치권에 입문했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대변인을 맡았고, 이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냈다.
김 실장은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폐지 방침을 거듭 강조하며 "김 후보자는 중앙일보 전문위원, 대통령 비서실 대변인을 역임 중견 언론인 출신이다. 여가부 업무 중 가족, 문화, 청소년, 여성 일자리 등 업무는 원래 소관 부처로 이관해서 국민에게 좋은 서비스 제공할 계획"이라며 "다만 폐지 법안이 제출됐지만, 야당 반대로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후보자는 언론, 정당, 공공기관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난 소통 능력 겸비. 전환기 처한 여가부 업무 원활히 추진할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김 후보자는 김 실장의 호명 이후 연단에 올라 "여가부는 다양한, 중요한 업무가 남아 있고 그 중심에는 생명의 존엄성이나 가족의 가치, 그리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어찌 보면 유일한 부서다"며 "여가부 존속 기간 동안 국민들과 소통 활발히 하고 실제로 저희가 대상자 상대로 열심히 최선 다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안보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교체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야권에서는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는 기자의 말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문책성 인사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지만 (이 장관 취임이) 1년 4개월 됐다. 보통 이 정도면 과거에도 교체를 했다. 해병대는 이번 인사에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특히 현재 이 장관도 군 장병 사기도 많이 올렸고, 방위산업의 기틀을 마련했고, 또 한미연합훈련 그런 것도 새로 해주는 등 많은 업무를 했다"며 "거기에 이제 이걸 기반해 글로벌한 것으로 안보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다고 봐달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들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후보자는 여당 내 강경 보수로 꼽히며, 최근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적극 지지하면서 야권의 반발을 샀다. 유 후보자는 과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부인했지만, 민주당은 지난 7월 유 후보자의 대통령 문화특보 임명 당시에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진보 문화예술인을 탄압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자의 경우에도 중앙일보 여론조사 전문위원 시절인 2000년 총선 당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로 인해 논란을 빚었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의 수능 출제 방침 지시 이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1타 강사(1등 스타 강사)가 '킬링 캠프'라는 것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에게 '500만 원'씩 받고 킬링 문학만 가르치는 캠프가 이게 좌파 이익 카르텔"이라고 발언해 여권 일각에서도 ‘가짜뉴스’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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