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시작 ‘입속 세균 관리’ [건강의 시작, 입속 세균관리부터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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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아침에 깨면 가장 먼저 뭐부터 할까? 필자는 양치부터 한다.
이는 의식하든 않든, 밤새 입안에서 증식한 입속 세균을 향한 행위이다.
시작한 항생제의 의학적 사용이 감염과 입속 세균에 대한 일정한 통제를 가능하게 한 것도 병소 감염론을 수그러들게 한 이유 중 하나이다.
미생물학의 혁명은 입속 세균에 대한 경고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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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아침에 깨면 가장 먼저 뭐부터 할까? 필자는 양치부터 한다. 텁텁한 입안을 깨끗이 한 후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는 걸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는 의식하든 않든, 밤새 입안에서 증식한 입속 세균을 향한 행위이다. 구강은 ‘가장 좋은 세균배양기’라고 한다. 온도, 습도, 영양소 등에서 세균들이 자라기 딱 좋은 환경이라서다. 특히 자는 동안에는 침이 나오거나 음식을 먹지 않으니, 침과 음식에 의해 입안이 씻겨나가는 자정작용(自淨作用, self cleansing)이 없다. 자는 동안 더 좋은 세균배양기가 된 구강은 세균과 그들이 만드는 가스로 가득 찬다. 이것은 아침에 느끼는 텁텁함의 원인이다.
입속 세균에 대한 구체적 모습은 1881년 밀러(MD Miller)란 미국 치과의사 과학자에 의해 포착됐다. 그가 활동하던 시대는 파스퇴르와 코흐(R. Koch)라는 걸출한 과학자들이 경쟁적으로 연구해, 이른바 ‘미생물학의 황금기’가 펼쳐지던 때이다. 콜레라 같은 질병이나 와인의 발효 등이 보이지 않는 미생물, 세균이나 효모 등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도 이때에 밝혀졌다. 코흐와 함께 연구하던 밀러는 이런 흐름을 타고, ‘구강은 감염의 중심이다(The Human Mouth as a Focus of Infection)’ 제목의 논문 포함, 164편의 관련 문헌을 발표한다. 입속 세균이 충치와 잇몸병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 등 만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였다.
밀러의 경고는 일상생활에서 하루 세 번 칫솔질이 보편화하는 계기가 된다. 193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 의학계에서는 밀러의 경고를 이어받은 ‘병소 감염론(Focal intection theory)’이 크게 성행한다. 병소 감염론이란 구강과 편도 등의 세균이 류마티스 심혈관질환 암 정신질환 등등 우리 몸 곳곳의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말한다. (Rocca, Fornaini et al. 2020). 병소 감염론을 믿는 의사들은 조금이라도 염증의 소견이 보이는 치아나 잇몸이라면 무조건 발치해서, 감염의 초점(focus)을 없앨 것을 주장한다.
그러나 1950년 무렵까지 성행하던 병소 감염론, 초점 제거 술식(발치, 편도제거 등)은 보다 구체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그러든다. 동시에 보다 일상화된 하루 세 번의 잇솔질은 구강병을 좀 더 예방 가능하게 해 주었다. 비슷한 시기에 대량생산을 시작한 항생제의 의학적 사용이 감염과 입속 세균에 대한 일정한 통제를 가능하게 한 것도 병소 감염론을 수그러들게 한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러다 21세기 벽두에 시작된 미생물학의 혁명(Revolution of microbiology)은 장내세균과 함께 입속 세균을 재조망하고 있다. 20세기 배양에만 의존하던 세균의 정체 밝히기(identification)를 넘어 유전자 분석 시대로 넘어오니, 과거에는 몰랐던 어마어마한 세균, 미생물이 우리 몸에 서식하고 있음이 선명해진 것이다.
내용을 짧게 요약하면 ▲우리 몸에 상주하는 공존 세균의 숫자가 38조 정도로 우리 몸의 세포보다 더 많다 ▲공존 상주 세균의 유전자 숫자는 우리 몸의 유전자보다 수백 배 더 많다. 그만큼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과 능력이 다양하다 ▲과거에는 무균의 공간이라 생각했던 건강한 사람의 폐, 유방, 전립선 등등은 물론, 혈관, 뇌, 태반 등에서 정상적으로 상주 세균이 존재한다 ▲그 상주 세균의 역할은, 간혹 기회감염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 몸의 지킴이(소화 촉진, 면역증진), 교육자(면역 생성), 연결자(구강-장-뇌 축) 등 꼭 필요한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우리 몸은 미생물과의 공존체, 통생명체(holobiont) 라는 것이다. (김혜성 2019)
우리 몸 전체의 상주세균에 대한 재인식과 함께 흔해진 것이 프로바이오틱스다. 프로바이오틱스는 항생제를 의미하는 안티바이오틱스(anti-bio)와 정반대의 말이다. 내 몸을 향한, 유익한(pro) 세균 섭취를 통해 내 몸의 건강을 증진한다는 개념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미생물학의 혁명적 인식변화, 통생명체적인 인식이 없었으면 출현하지 못했을 건강식품이다.
미생물학의 혁명은 입속 세균에 대한 경고로 확대된다. 위산(gastric acid)이라는 우리 몸의 살균장치를 아직 통과하지 않은 입속 세균은 위산이라는 검색대를 이미 통과한 장내세균에 비해 유해균이 많을 수밖에 없다. 또한, 입속에는 치아와 잇몸 사이의 치주포켓(periodontal pocket)이라는 공간이 있는데, 여기가 잘 관리되지 않으면 평생 구강 유해균이 그곳에 쌓인다. 치주포켓 하방에는 결합 상피(Junctional epithelium)라는 누수되기 쉬운 매우 취약한 공간이 있어서, 입속 세균이 바로 혈관으로 들어가 균혈증(bacteremia)을 일으키는 잇몸 누수(leaky gum)가 일어난다. 치주포켓처럼 취약하고, 평생 세균이 쌓일 수 있는 공간은 우리 몸 전체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미생물학 혁명 진행과 함께 입속 세균이 구강 외에도 여러 만성질환과 심근경색이나 암, 치매 같은 21세기 의학적 난제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진다. 대표적으로 입속 세균 푸소박테리움은 대장암의 원인균으로 지목된다. 입속 세균 진지발리스는 알츠하이머나, 췌장암 등의 위험인자로 부각되고 있다. 혈관을 막는 플라크를 세균유전자 분석기법으로 보면, 거기엔 수많은 입속 세균이 움트고 있다.
밀러의 경고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병소 감염론의 재도래 하는 듯하다. 장내세균이 잘 관리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장누수증후군에 시달린다. 입속 세균, 구강 유해균이 잘 관리되지 않으면 잇몸누수증후군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 결론은 분명하다. 건강의 시작은 입속 세균 관리다.
Park, D.-Y., J. Y. Park, D. Lee, I. Hwang and H.-S. J. C. Kim (2022). "Leaky Gum: The Revisited Origin of Systemic Diseases." 11(7): 1079.
Rocca, J.-P., C. Fornaini, Z. Wang, L. Tan and E. Merigo (2020). "Focal Infection and Periodontitis: A Narrative Report and New Possible Approaches." International Journal of Microbiology 2020: 8875612.
/기고자: 사과나무의료재단 사과나무치과병원 김혜성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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