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vs 美법무부, 반독점법 소송 시작…"독점 위해 연 13조원 써"

서유진 2023. 9. 1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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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모노폴리맨" 법정 앞 풍자 퍼포먼스도

미국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처음 열렸다. 미국 검색엔진 시장의 90%를 장악한 구글이 시장 지배력을 갖추는 과정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를 다투는 이 소송에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구글이 검색 엔진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썼다고 주장했다. 반면 구글은 수십억 달러가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비용 명목이었다고 반박하는 등 첫날부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12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 법원에서 구글과 관련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이 처음 시작됐다. AP=연합뉴스

미 법무부는 구글이 기본 검색 엔진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100억 달러(약 13조3000억원)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정부를 대리하는 케네스 딘처 변호사는 로이터통신에 "구글이 경쟁자를 차단하기 위해 기본 독점권을 요구했다는 것을 증거가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딘처 변호사는 구글이 2010년 독점 기업 지위에 오른 뒤 약 12년간 독점권을 남용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구글이 휴대전화나 웹브라우저에서 기본 검색엔진 등으로 설정되는 대가로 스마트폰 제조사와 무선사업자에 수십억 원을 줘서 불법적 독점권을 유지해왔다고 지적했다.

애플, 구글 로고. 사진 애플 뉴스룸 캡처

딘처 변호사는 "구글이 경쟁사를 저지하기 위해 기본 검색엔진 설정 계약 사용을 무기화했다"면서 애플 사례를 예로 들었다. 애플이 2002년 사파리 검색엔진에 구글 사용을 처음 허가했을 때는 돈도 필요 없고 독점성 조건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 후 3년 뒤 구글은 애플 측에 수익공유 약정을 제안했다. 그리고 2007년 애플은 사용자들이 구글과 야후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선택 화면'을 제공하려 했으나, 구글이 "기본 검색엔진 배치가 되지 않으면 수익분배도 없다"고 밀어붙였다. 이렇게 구글이 '독점자의 횡포'를 부린 탓에 결국 애플이 굴복했다는 설명이다.

12일(현지시간) 구글과 관련한 반독점법 소송이 시작된 가운데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법무 최고책임자를 맡고 있는 켄트 워커(왼쪽)의 뒤로 '모노폴리맨' 복장을 한 활동가가 따라가면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에 대해 구글 측은 "(지급된 비용은) 파트너 기업들이 적시에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유지 보수를 하라고 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구글 측은 "현재 이용자들에게는 (구글 말고도) 검색 옵션과 온라인에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며 "브라우저에서 간단히 몇 번 클릭하면 구글 앱을 교체하거나 대체 검색 엔진을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건은 미 정부가 윈도우 운영체제로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이래 약 20년 만에 빅테크 기업 대상 반독점 소송 가운데 최대 규모다. 재판은 이날부터 향후 10주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소송과 관련, 구글 측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구글의 검색엔진이 모회사인 알파벳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어서다. 만일 법무부가 승소할 경우 구글은 기존 사업 관행을 중단하거나 일부 사업을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기업 해체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2018년 순다르 피차이(왼쪽) 구글 최고경영자의 뒤쪽으로 보드게임 모노폴리의 캐릭터로 분장한 활동가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X(옛 트위터) 캡처


"구글은 모노폴리맨" 법정 앞 풍자 퍼포먼스도

이날 법원 앞에는 난데없이 보드게임 '모노폴리(Monopoly·독점)'에 나오는 캐릭터 분장을 한 활동가가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모노폴리맨('미스터 모노폴리')은 나비넥타이, 실크 모자, 검은 정장 차림에 하얀 콧수염을 단 갑부로 묘사된다.

보드게임 모노폴리. 사진 아마존 캡처

모노폴리맨으로 변장해 구글을 은근히 풍자한 사람은 영화제작자인 이언 마드리갈이다. 그는 2018년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청문회에 출석했을 때도 피차이 뒷줄에 모노폴리맨 분장을 하고 앉아 취재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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