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회담 1시간전 원격 도발…"위협 땐 핵방아쇠 당긴단 뜻"
북한이 13일 동해상을 향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불과 1시간여 앞둔 시점에 이뤄진 계산된 도발이란 평가가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군이 오전 11시 43분경부터 53분경까지 북한이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며 “미사일은 각각 650여 km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탄도미사일 2발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며 “첫 번째 미사일은 비행거리가 약 350㎞에 최고 고도는 50㎞, 두 번째 미사일은 비행거리 약 650㎞에 최고고도 50㎞로 변칙 궤도로 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지난달 30일 이후 14일만이다. 북한은 지난 2일엔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북한이 자신들의 최고지도자가 국외에 있을 때 탄도미사일 도발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날 도발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이뤄진 북ㆍ러 정상의 첫 대면 직전에 감행됐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놨다. 이날 도발은 12시30분과 1시께 푸틴과 김정은이 각각 회담장에 도착하기 직전에 감행됐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도발의 타이밍으로 봤을 때 북한이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서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특히 이번 북ㆍ러 정상회담이 무기거래 등 ‘불법’을 본격화하는 분기점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발사는 탄도미사일 등 북한에 적용된 기존의 모든 국제 제재를 전면 부정하겠다는 메시지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동시에 북한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러시아의 미사일과 위성 기술 등을 이전 받기에 앞서 미사일 발사와 관련 기술이 정당한 방위권 행사라는 자신들의 주장을 러시아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의도적 도발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 북ㆍ러 정상 간 만남이 이뤄진 뒤 크렘린궁은 “이번 회담에서 공개되면 안 되는 민감한 영역에서의 협력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은 더 나아가 “김정은과 군사기술 협력 등 모든 주제 논의할 것”이라며 “인공위성 개발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무기 거래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금지한 다방면의 ‘불법 거래’를 논의하게 될 거란 의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국외에서 미사일을 쏘아올린 것은 부재 중에도 군사대비태세가 정상 작동한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도 해석한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핵무력 법제화’를 통해 ‘지도부에 대한 공격 감행 또는 임박’ 등의 경우 선제 핵공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에 머물고 있는 김정은이 자신에 대한 위협이 포착될 경우 즉각 ‘핵방아쇠’를 가동할 거란 위협의 의미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군 당국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러시아와의 ‘위험한 거래’와 관련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이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임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하여 한ㆍ미 간 긴밀한 공조하에 북한의 활동과 징후를 예의주시하며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초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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