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IP 분쟁’ 속 ‘20년 악연’ 위메이드·액토즈 깜짝 화해 왜?
끝나지 않는 싸움에 양사 모두 부담 느낀 듯
전동해 위메이드 부사장 역할 컸다는 후문도
최근 국내 게임사들 사이에 저작권 분쟁이 잇따르는 가운데 ‘미르’ 지식재산권(IP)을 두고 20년 이상 법적 분쟁을 벌여온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가 극적으로 손을 잡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액토즈소프트는 463억3400만원 규모의 단기차입금 증가를 결정했다고 지난 11일 공시했다. 금융기관 외 차입으로 액토즈소프트의 100& 종속회사인 진전기와 액토즈소프트 홍콩으로부터 각각 330억원, 10000만달러를 빌리는 형태다. 금액은 자기자본 대비 22.6%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단기차입은 ‘미르의 전설2·3’ IP 독점 라이선스 계약금 지급이 목적이다. 지난달 액토즈소프트는 위메이드와 미르2·3의 중국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5년, 계약금은 매년 1000억원씩 총 5000억원이다.
양사는 미르 IP를 두고 20년 이상 법적 다툼을 이어온 만큼 미르 IP 라이선스 계약 체결은 깜짝 발표였다. 양사의 악연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르의 전설 IP를 공동 소유한 액토즈소프트와 위메이드는 2001년 중국 퍼블리셔 샨다게임즈(現 셩취게임즈)와 미르의 전설2 퍼블리싱 계약 체결했다. 이에 따라 샨다게임즈는 ‘열혈전기’를 출시했으나 이후 위메이드에서 관리하는 소스 코드가 유출돼 대량의 불법게임이 발생하자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에 로열티 지급을 중단하고 미르 IP 기반 ‘전기세계’를 출시했다.
액토즈소프트는 샨다게임즈에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미르의 전설2 중국 서비스 계약을 연장했다. 위메이드는 해당 연장계약 건에 대한 지식재산권 위반 가처분 소송을 걸고 중국회사 광통과 ‘미르3’를 계약했다. 이후에는 액토즈소프트가 보유한 위메이드 지분 전량을 매입하고 전기세계 저작권을 인정받는 조건으로 소송을 취하했다.
완전히 봉합된 듯 했던 양사간 갈등은 약 10년 뒤 재점화됐다. 2016년 위메이드는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 샨다게임즈가 모바일 버전 미르의 전설 IP를 활용한 게임을 무단 출시했다며, 독단으로 중국 게임사와 미르의 전설2 IP 계약을 진행했다. 액토즈소프트는 해당 계약의 IP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하고 샨다게임즈와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그러자 위메이드는 이 계약이 공동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싱가포르 ICC 등에 소송을 제기했다.
약 3년 후인 2020년 싱가포르 ICC는 액토즈소프트·위메이드와 샨다게임즈의 연장계약이 2017년 종료된 것을 인정하며 위메이드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원은 위메이드가 액토즈소프트를 상대로 청구한 채권가압류 670억원을 인용했으며, 이듬해에도 추가로 제기된 채권가압류 150억원을 인용했다. 반면 중국최고인민법원은 싱가포르 ICC와 달리 액토즈소프트와 샨다게임즈간 연장계약이 유효하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각국의 법적 판단이 다르게 나와 갈등이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양사는 최근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위메이드는 이달 채권가압류 신청을 취하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재 양사 각자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사업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고, 액토즈소프트는 소송비 부담이 점점 커지면서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화해의 일등공신은 전동해 위메이드 중국사업총괄(부사장)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 부사장은 액토즈소프트 대표, 샨다게임즈 사장, 넷마블 아시아 사업 총괄 부사장 등을 거쳐 지난해 3월 위메이드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전 부사장이 액토즈소프트 대표 당시 쌓았던 세기화통(액토즈소프트 모회사) 관계자와의 친분으로 양사가 협상을 시작하고 결국 합의까지 이르게 됐다는 후문이다.
액토즈소프트 관계자는 “미르의 전설 공동 저작권자들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액토즈소프트는 미르2·3 IP 기반 게임 개발을 담당할 중국 현지 회사를 물색할 계획이다.
구오하이빈 액토즈소프트 대표는 “이번 계약은 미르의 전설 공동 저작권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향후 진행될 미르 IP 사업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양사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미르 IP를 보호하고, 수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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