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에 높은 곳으로 피신?…날개 달린 곤충도 못 가는 이유 있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면 생물 종은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지방으로, 혹은 고도가 높은 산으로 서식지를 옮긴다.
원래 자신이 살던 곳과 기후가 비슷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날개 달린 곤충의 경우도 기온이 상승하면 고도가 높은 지역으로 쉽게 이동할 것 같지만, 예상과는 달리 느리게 이동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왜 그럴까.
미국 콜로라도 대학과 조지아 공과대학 연구팀은 기후변화에 따른 곤충의 오르막 이동(upslope migration) 문제를 다룬 짧은 논문을 최근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먼저 고도가 상승하면 산소가 점점 부족해지면서 오르막 이동이 생리적 제한을 받게 된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곤충에게 비행은 에너지 소모가 많은 행동이고, 따라서 산소가 많이 필요한 행동이다.
고도가 상승하면 산소가 부족해지고, 비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높은 고도에서는 비행에 들어가는 대사 에너지가 오히려 더 든다.
공기 밀도가 낮을수록 비행에 필요한 양력과 추력을 생성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발 1000m 상승할 때마다 기압은 ~120hPa(헥토파스칼, 해수면의 기압은 1013hPa) 감소하고, 산소의 상대적 가용성은 최대 8%씩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바이오쉬프츠( BioShifts) 데이터베이스에서 807종의 곤충을 골라냈다.
이들 곤충 종을 비행하는 종류와 비행하지 않는 종류로 구분한 다음, 오르막 이동 속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에너지 요구가 많은 종류에서는 오르막 이동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비행 곤충이 날지 않는 곤충보다 오르막 이동 속도가 빨랐다.
기후 변화에 맞춰 더 높은 서식지로 옮겨가는 속도가 연간 4m 더 빨랐다는 말이다.
반대로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비행 곤충보다 날지 않은 곤충의 오르막 이동이 더 빨랐다.
산소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비행 곤충보다 기어가는 곤충이 높은 곳으로 가는 데 앞장선 셈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곤충 가운데 자칫 온난화 속도보다 느리게 피신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속도보다 오르막 속도가 느린 종은 멸종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여기에다 점점 고지대로 갈수록 생물이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 눈앞에 닥친다.
먹이 부족, 가뭄과 강풍, 극심한 한파, 강렬한 자외선 등도 오르막 이동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종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려할 때 단순히 온도뿐만 아니라 종의 생리학적, 생태학적 요구 사항을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고위도의 악조건에 적응하는 데는 진화적으로는 종종 수천 세대가 걸리기 때문에 이동하는 과정에서 곤충이 생존 위협을 받지 않도록 안전한 이동 통로를 만들어주는 등 사람의 개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곤충이 이동하는 여정에 커다란 도시나 농경지, 넓은 도로가 가로막는다면 이동 자체가 거기서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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