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1st] '스팔레티의 페르소나' 디로렌초, 이탈리아 동료들과 맞춘 호흡은?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갑자기 감독을 바꿔야 했던 이탈리아가 루치아노 스팔레티 신임 감독의 철학에 따라 변신을 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감독 교체 후 첫 승을 거뒀는데, 스팔레티 전술의 완성도가 나폴리 시절만큼 올라오려면 아직 멀었다.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시로에서 '유로 2024' 예선 C조 4차전을 치른 이탈리아가 우크라이나에 2-1 승리를 거뒀다.
이탈리아가 한 경기 덜 치른 가운데 조 2위에 올랐다. C조 선두는 4승 1무로 순항 중인 잉글랜드다. 이탈리아는 우크라이나, 북마케도니아와 승점이 같아 불안한 2위다. 하지만 한 경기 덜 치렀음을 감안한다면 앞으로도 2위를 수성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유로 예선은 조 2위까지 본선에 직행한다.
이탈리아는 로베르토 만치니 전 감독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러브콜을 받고 돌연 사임하면서 급히 새 감독을 선임했다. 다행히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김민재 등을 지도하며 나폴리 우승을 이끌었던 스팔레티 감독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후임 인선은 순조로웠다. 스팔레티 감독은 만치니 감독이 도임한 4-3-3 포메이션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어 혼란이 크지 않았다. 다만 10일 북마케도니아를 상대한 데뷔전에서 1-1 무승부에 그치며 첫 승에 실패한 상황이었다.
우크라이나전 점수는 2-1로 신승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으로 점수차가 벌어질 만한 경기 내용이었다. 마누엘 로카텔리의 강슛이 크로스바를 때리는 등 결정적인 득점 기회의 숫자는 훨씬 많았지만 결정력 부족으로 살리지 못했다.
이탈리아의 경기 운영에서 가장 논에 띈 선수 중 한 명은 스팔레티 감독의 애제자 조반니 디로렌초였다. 디로렌초는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김민재보다 긴 출장시간을 소화한 극소수 선수 중 하나로, 개인기가 눈에 띄진 않지만 활동량과 전술 이해 능력을 통해 매 순간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는 게 장점이다.
디로렌초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오른쪽 공격이 왼쪽보다 훨씬 활발했다. 라이트백 디로렌초, 오른쪽 윙어 니콜로 차니올로, 그 사이를 연결하는 오른쪽 메찰라(측면에 치우쳐 활동하는 중앙 미드필더) 다비데 프라테시의 조합이 잘 작동했다.
특히 전방 침투를 통한 전진 능력이 프라테시의 최고 장점인데, 이 점이 유감 없이 발휘됐다. 차니올로의 볼 키핑과 디로렌초의 판단력이 조화를 이루면 두 선수가 상대 압박에서 벗어나며 전방으로 침투하는 프라테시에게 패스할 수 있었다. 특히 경기 초반 프라테시가 차니올로 대신 오른쪽 측면을 파고드는 플레이가 자주 나왔다. 이탈리아의 핵심 공격 루트였다.
골 역시 프라테시의 공격 가담에서 나왔다. 왼쪽 윙어 마티아 차카니가 전방 압박으로 상대 실수를 유발했을 때, 그리고 차니올로가 중거리 슛을 날렸을 때 그 경로에 절묘하게 서 있으면서 자신의 골로 마무리했다.
다만 이탈리아의 경기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진 못했다. 왼쪽 조합은 오른쪽보다 위력이 떨어졌다. 레프트백 페데리코 디마르코, 왼쪽 메찰라 니콜로 바렐라, 왼쪽 윙어 차카니의 조합은 최근 리그에서의 경기력을 볼 때 오른쪽 3인방보다 더 나았다. 하지만 공격의 위력은 떨어졌다. 차카니가 개인능력으로 상대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대신 팀 플레이를 통해 기여한 건 다행이었다. 4-3-3 포메이션을 쓰는 팀은 더 공격력 강한 윙어가 있는 쪽에서 주로 공격하는 비대칭 형태를 취하기 쉬운데, 이날 이탈리아는 오른쪽에서 주로 공격하고 왼쪽 윙어는 호흡을 맞추되 종종 디마르코의 오버래핑으로 상대 빈틈을 찌르는 식의 운용이 됐다.
고민이 될 법한 포지션 최전방과 수비형 미드필더는 우크라이나전에서도 답을 찾지 못했다. 스팔레티 감독은 오랫동안 주전 공격수였던 치로 임모빌레 대신 나폴리 제자 자코모 라스파도리를 최전방에 세웠다. 라스파도리는 원톱을 맡기에 체격이 너무 작지만, 대신 2선 플레이 능력이 좋은 선수다. 일종의 가짜 9번 역할을 기대할 만한 기용이지만 라스파도리가 가담한 공격 전개가 그리 매끄럽진 않았다.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 레지스타(연출가)라고 불리는 플레이메이커 성향 선수를 배치하는 게 이탈리아 특유의 조합이다. 다만 팀원들을 지휘할 수 있는 조르지뉴가 대표팀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좀 더 수비적인 선수들이 이 위치를 맡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은 마누엘 로카텔리가 출격했는데, 체격은 크지만 기동력이 약간 부족한 선수다. 게다가 소속팀 유벤투스에서 레지스타를 맡긴 해도 이 위치가 자연스럽진 않다. 로카텔리의 판단이 조금 늦어 위기를 맞는 장면, 로카텔리의 패스 전개가 느려 상대를 흔들지 못하는 장면이 나왔다. 오히려 로카텔리가 스스로 공격에 가담해 상대 진영까지 파고들었을 때는 골대를 맞혔다.
스팔레티 감독 입장에서 나폴리를 지휘하던 때와 비교해 보면 빅터 오시멘, 스타니슬라프 로보트카의 역할을 수행해 줄 선수가 부족한 셈이다. 내년 열리는 유로 본선 진출뿐 아니라 예선 과정에서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새 얼굴을 발굴하는 것까지 할일이 많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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