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타자를 얼어붙게 했다"…시속 101㎞ 커브에 반한 MLB
"타자를 완전히 얼어붙게 했다."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은 시즌 8번째 등판에서 패전을 안았지만, 미국 언론은 그의 전매 특허가 된 '느린 커브'에 또 한 번 감탄했다.
류현진은 13일(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 경기에서 6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3실점을 기록해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에 성공했다. 지난해 5월 21일 신시내티 레즈전(6이닝 무실점) 이후 480일 만의 퀄리티스타트다.
최대 고비는 4회였다. 3회까지 볼넷 1개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류현진은 4회 선두 타자 코리 시거에게 첫 안타를 내줬다. 이어 후속 타자 로비 그로스먼에게 몸쪽 컷패스트볼을 던지다 좌월 2점 홈런을 허용했다. 지난달 27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부터 4경기 연속 피홈런이다. 1사 후에는 다시 조나 하임을 중전 안타로 내보냈다. 세 타자가 공략한 공은 모두 류현진의 초구였다.
텍사스의 노림수에 허를 찔린 류현진은 금세 평정을 찾고 반격했다. 계속된 1사 1루 너새니얼 로의 타석에서 시속 146㎞ 직구로 투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시속 101㎞짜리 초저속 커브를 던져 3구 만에 루킹 삼진을 끌어냈다. 로는 완만한 속도로 날아오다 뚝 떨어진 류현진의 커브에 배트를 내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서야 했다.
MLB닷컴은 경기 후 공식 소셜미디어에 이 장면을 올리면서 "류현진이 63마일짜리 공을 떨어뜨려서 타자를 완전히 얼려버렸다"고 썼다. 이 영상에는 삼진이 선언된 뒤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로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미국의 야구팬들은 "시속 146㎞ 다음에 101㎞의 공을 본다고 상상해보라", "정말 멋진 공이었다. 류현진은 투구 기술의 진정한 마스터다", "저렇게 제대로 회전하는 커브를 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와 같은 댓글을 남겼다.
미국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도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로의 표정에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다. 그는 류현진이 보여준 극심한 구속 변화에 완전히 당황했다"며 "류현진은 이 경기에서 삼진 5개를 잡았지만, 로에게 던진 느린 커브만큼 전략적인 공은 없었다. 엄청난 삼진이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스포츠 매체 더 컴백은 "나이 많은 투수가 타자를 상대하려면 창의력이 필요하다. 토론토 베테랑 투수 류현진은 터무니없게 느린 공을 던졌다"며 "로는 얼빠진 모습으로 삼진을 당했다. 아마 그의 MLB 경력에서 이 정도로 느린 공을 본 건 처음일 것"이라고 표현했다.
유일한 아쉬움은 이날 류현진이 승리 대신 시즌 3패(3승)째를 떠안았다는 거다. 토론토 타선은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한 점도 뽑지 못했고, 끝내 3-6으로 졌다.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2위 자리도 텍사스에 내줘야 했다. MLB 포스트시즌 진출권은 와일드카드 3위까지 주어진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이제 정규시즌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텍사스에 2연패 한 게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한 시즌의 일부다. 다음날 열리는 또 다른 경기에 더욱 집중해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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