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트라이크 아웃' 외친 이동관, 대체 무엇이 가짜뉴스인가
윤석열 정권이 노골적 공영방송 탄압에 이어 이른바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빌미로 '가짜뉴스 근절'이란 명분 아래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큰 조치를 내놓고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런 '가짜뉴스 근절 대책'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특별칼럼'을 마련했습니다. 두 번째로 송경재 민언련 정책위원·사회적경제학과 교수의 글을 싣습니다. 해당 칼럼은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자말>
[송경재]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발언 갈무리 |
ⓒ KBS |
원스트라이크 아웃, 언론 퇴출제?
9월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대장동 사건의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주장했다. 이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자체적으로 유관기관과 협조해 '가짜뉴스 근절 TF'를 가동해 방송·통신 분야 가짜뉴스 근절에 나서겠다고 강조하고, 종착지로 가짜뉴스 생산 언론사를 '폐간' 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통 방법은 다양해졌고 다양한 언론사가 등장했다. 언론사 중에서는 신문, 방송 같은 레거시 미디어도 존재하지만, 뉴미디어가 다수며 심지어 1인 미디어,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유튜브 방송도 등장했다. 이들이 만든 정보도 언론을 통해 소개되며,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소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짜뉴스를 생산·유통하는 언론사에 대한 무한 책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가짜뉴스가 시민의 올바른 소통을 방해하고 정보를 왜곡한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치적으로 가짜뉴스는 선거에서 흑색정보, 루머, 흑색선전, 악의적 모함 등이 결합하면서 유권자 선택을 방해하기에 위험하다. 특정한 가짜뉴스는 정보의 진실성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신념 체제와 맞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확대하여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방해한다. 오늘날 가짜뉴스가 민주주의 퇴행(backsliding)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이유다.
▲ 가짜뉴스(fake news) 이미지 |
ⓒ 민주언론시민연합 |
학계와 해외에서도 가짜뉴스 대응을 강조하지만, 가짜뉴스 범위에 대해 명확하게 합의되지는 않았다. 한국에서는 통상적으로 '가짜뉴스'라고 쓰고 있지만, 명백하게 본다면 해외 정책당국이나 문서 등에서는 가짜뉴스보다 '허위정보'라고 표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EU다. EU위원회의 "Tackling online disinformation : a European Approach"(온라인 허위정보 대처 : 유럽적 접근법)라는 제목의 정책문서에서는 허위정보를 규정하는 데 있어 "허위 또는 오해를 불러오는 정보이며 경제적 이득을 위해 공중을 속일 목적으로 작성, 표시, 확산하고 이로 인해 공공의 손해가 발생하는 정보"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EU위원회 규정처럼 명확하지 않고, 여러 가지 형태가 혼재돼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학계에서 논의되는 가짜뉴스 범위는 ①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허위정보(disinformation) ②진실을 가장해 고의로 저작한 거짓정보(hoax) ③허구임을 인지할 수 있는 패러디(parody)나 풍자 ④근거 없이 퍼지는 소문인 루머나 유언비어 ⑤사실이 아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의도적/비의도적으로 전파되는 정보인 오인정보(misinformation) 등으로 제시된다. 이 중에서 허위정보와 거짓정보가 명확한 가짜뉴스라면, 의도적이지 않은 오인정보와 패러디 및 루머 전달 등은 의도성 정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즉 구분이 모호한 영역이란 것이다.
특히 오인정보는 다른 사람들을 현혹할 의도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린다는 점에서 광의의 가짜뉴스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호성이 가짜뉴스를 규제하기 어려운 한계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허구와 사실을 기준점으로 하여 가짜뉴스를 판별하지 않으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짜뉴스 규제 빌미로 80년대식 언론감시 부활?
가짜뉴스 개념 문제 이외에도 언론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은 많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으로 행정권을 통한 언론사 원스트라이크 아웃 폐간은 헌법에 위배된다. 우리 헌법은 제21조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 역시 중요한 시민권이라는 결정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21조 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행정권을 통한 폐간 운운은 시대적 흐름이나 헌법정신에 위배된다. 행정부가 나서서 언론사가 보도한 내용을 살펴본다는 것은 자칫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정부 주도의 표현물 검열의 또 다른 형태라는 점에서 심히 위험하다.
둘째, 자칫 '정부 비판은 모두 가짜뉴스로 취급'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학계와 국제기구에서도 가짜뉴스의 범위는 규정하기 어렵다. 언론의 권력 감시는 중요한 민주주의 요소다. 자칫 가짜뉴스 잡는다고 민주주의 순기능을 훼손할 수도 있는 조치가 원스트라이크 폐간이다.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함으로 과도한 독주를 막고 시민의 여론을 전달하는 언론사의 순기능을 제약할 우려가 크다.
셋째, 국내 언론만을 대상으로 하는 비대칭적 과잉규제 위험성도 존재한다. 현재 가짜뉴스의 산실이 어디인지는 많은 시민이 알고 있다. 해외 빅테크에서 운영하는 1인 미디어, 유튜브 채널 등 가짜뉴스가 우려되는 곳은 제외되고 정상적인 언론활동을 하는 언론사만 원스트라이크 아웃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비대칭적이다. 사회 양극화와 정파적 시각으로 가짜뉴스 의심 정보를 생산·유통하는 곳은 유튜브 방송과 소셜미디어 정치 인플루언서다. 가짜뉴스에 더 취약한 곳은 그대로 두고 언론사만 대상으로 가짜뉴스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넷째, 역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항상 논란이 되는 것이 규제의 실효성이다. 디지털 사회에서 정보가 생산·유통되는 채널은 언론사만이 아니라 X(옛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소셜미디어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들은 국내법의 규제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해외 기업인 관계로 해당 국가(특히 미국법)의 규정을 받아 국내법 규제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가짜뉴스가 가장 많은 공간은 규제하지 못하고, 국내 언론사만 원스트라이크 아웃 폐간을 운운하고 있는 것이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수준이다.
다섯째, 방송통신위원회의 과도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발언의 심리적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도 무시할 수 없다. 언론 스스로 정부나 정책비판 기사를 검열할 우려가 커질 것이다. 자칫 잘못된 보도로 폐간이 거론된다면 언론활동 위축은 자명하다. 실제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도입되지 않더라도 정부와 국회의 공세가 계속된다면 결국 위축 효과가 발생하여 정상적 언론활동이 힘들 개연성이 있다.
▲ 12일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 방지에 대해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
ⓒ 윤석열 유튜브 |
결국 가짜뉴스 규제는 일부 필요성에도 더 큰 정치 사회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오인정보의 경우 '오보'에 속하는데 이에 대한 정정보도와 언론중재 등 절차가 있음에도 폐간 거론은 심각한 언론자유 무시다. 가짜뉴스 규제는 명분일 뿐이고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감시하기 위한 시도 아니냐는 우려감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언론 역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레거시 미디어가 종이 출판을 중단하는가 하면 방송과 라디오, 영화산업도 OTT 등장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진실을 전달하고 보도하는 저널리즘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오락과 상업방송이 지배하는 현 상황에서 언론의 위기는 곧 민주주의 위기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정치인과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에서 언론사 폐간 운운하는 것은 발언의 무게로 보아 매우 우려스럽다. 언론사 폐간은 현행법과 질서를 따르는 명백한 절차에 의해 이뤄진다. 이를 무시하고 행정권으로 언론사 원스트라이크 아웃 운운하는 것은 심각한 언론 유린이다.
가짜뉴스 규제가 필요하다면 먼저 우리 사회에서 가짜뉴스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 처벌 규정은 어떠할지, 규제 논리성이 헌법에 위배되는 사항은 없는지를 합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는 필수적이다. 비판과 감시는 언론의 사명이다. 이를 규제로 막는 것은 위험하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 가짜뉴스 규제는 합리적이고 실효성이 있어야 하며, 신중하면서도 민주적 절차에 따른 합의와 법적 절차에 의해 설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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