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이 인사권으로 보복? '영업정지' 상태인 마포구의회
기초단체 의원은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지만, 기초지자체가 생각보다 많은 예산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만큼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본 시리즈에서는 서울시 강동구를 중심으로 구의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고자 합니다. 자치구의 정책들이 중앙정부와 광역시 정책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국정철학과 기조가 어떻게 지역에서 발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 구의원이 어떻게 견제하고 지지할 수 있는지 알리고자 합니다. <기자말>
[이희동 기자]
▲ 추경예산 심의 중 |
ⓒ 마포구의회 |
마포구의회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8월 31일에 잡혀 있었던 임시회는 열리지 않았고, 10월 6일에 예정된 임시회 역시 그 개회 가능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의회에 파견되어 있던 공무원들을 사무국장을 제외하고 모두 갑작스럽게 불러들였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촌극입니다.
김영미 의장을 비롯한 의회는 이 사건이 지난 7월 4일 마포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결과에서 비롯되었음을 의심합니다. 의회가 구청의 추경예산 중 11억 3900만 원을 삭감했는데, 그 예산이 바로 조리센터 조성비 3억7800만 원, 레드로드를 통한 관광특구 활성화 사업비 3억8600만 원, 반려동물 캠핑장 조성비 3억7500만 원 등 박 구청장의 핵심공약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박 구청장은 의회 결정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표했습니다. "민선 8기 공약 사업과 현안 사업에 대해서만 삭감한 것 같아 심히 유감"이라며 여소야대의 의회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후 갑자기 내려진 9명의 파견 공무원 복귀 명령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덕분에 현재 마포구의회는 영업 정지 상태와 비슷합니다. 의회사무국 4개 팀 중 3명의 팀장 자리가 아직까지 공석이며, 운영위, 예결위, 본회의 담당자들이 갑자기 사라진 만큼 임시회도 열지 못했습니다. 구청의 하반기 예산 집행과 조례개정 등의 안건이 미뤄졌고, 민생 정책이나 행정처리도 지체되고 있습니다.
물론 마포구청은 의회 파견 공무원 복귀와 관련하여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발뺌합니다. 8월 7일 기준 휴직자만 67명이라며 구청 내부 결원으로 인한 불가피한 인사였음을 강조합니다. 민생업무 부서 등에서 인력 충원 요청이 많아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은 변명으로 들립니다. 의회에 따르면 실제로 구청으로 복귀한 직원 중 일부는 갑작스럽게 구성된 부서에서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업무가 불분명한 이도 있다고 합니다.
▲ 박강수 마포구청장 |
ⓒ 마포구청 |
그럼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는 근본적으로 지방의회의 사무국이 집행부로부터 제대로 분리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지난해 1월, 32년 만에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실행됨에 따라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확대되었습니다. 지방의회 의장이 사무국의 인사권을 갖고, 의원 2명당 1명의 정책지원관이 배정되는 등 법적으로는 인사권 독립도 이뤘는데요, 문제는 현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우선 지방의회 사무국 운영에 필요한 인원이나 예산은 그 지자체에 배정된 공무원의 정원, 조직 운영 예산과 연동되어 있습니다. 집행부의 행정과 예산 집행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의회의 조직 운영권이 구청에 그대로 종속되어 있는 것입니다.
의장이 의회직을 뽑을 수는 있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승진 등을 고려할 때 정원이 적은 의회사무국은 결코 공무원들이 선호하는 부서가 아니며, 그동안 집행부가 의회사무국 인사를 해온 터라 의회의 인력풀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많은 지방의회가 집행부의 파견 공무원을 받는 이유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의회의 사무국은 근본적으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파견 공무원이 존재하는 이상 단체장은 자신의 입맛에 따라 의회사무국을 구성할 수 있으며, 사무국장 자리를 비롯한 요직은 단체장이 승진에 목마른 공무원을 대상으로 자신의 권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의회사무국의 일반 행정직들 역시 집행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요, 이는 의회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의회의 많은 일이 집행부에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이 보고됨에 따라 의회의 집행부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서울시 일부 구의회에서는 이와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의회사무국을 모두 의회직으로 전환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이 역시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의회와 자치단체 간 인사교류나 교육훈련과 후생복지 시스템 통합 운영 등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아직 법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그 모든 것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본 의원이 속한 강동구의회를 살펴볼까요? 강동구의회는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 파견 공무원이 가장 많은 편에 속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무국 구성 등에 구청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는 개원 초기부터 논란이 되어 온 구청장의 '의회 패싱'과 깊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의회가 집행부와 대등한 위상을 갖는 데 있어서 한계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 본회의 진행 중인 마포구의회 |
ⓒ 마포구의회 |
의회는 민주주의의 꽃입니다. 구민, 시민, 국민을 대표하는 대표성을 지니기도 하지만 권력이 분산될 수 있는 형식과 절차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과 시장, 구청장은 자신의 의견을 의회와 공유하고 논의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자신의 권력 앞에서 겸허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권력의 독주를 막고, 권력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의회는 스스로를 조직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삼권분립 체계에서 입법부가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전제입니다. 지방의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합니다.
마포구의회가 언제 정상화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부디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하루빨리 의회와 대화에 나서 파견 공무원 사태를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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