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러 직전, 푸틴은 ‘정제유 물량공세’…무기 거래 '미끼'로 사용했나
러시아가 지난 7월 핵·미사일 개발을 포함한 북한 산업의 '생명수'로 불리는 정제유 공급량을 전월 대비 5배 가량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 11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7월 총 1만933배럴(약 1360t)의 정제유를 북한에 수출했다. 지난 5월(2593배럴, 약 320t)·6월(2305배럴, 약 280t)만 해도 러시아의 대북 정제유 수출량은 3000배럴을 넘지 않았다.
수출량이 급증한 7월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무기 거래를 비롯한 구체적 군사 협력 방안을 논의한 시기다. 러시아가 포탄·탄약 등의 무기를 북한으로부터 수입하기 위해 정제유 공급량을 대폭 늘렸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9월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러시아 외무부 제1아주국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원유·정제유 공급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 파트너들이 상품 거래를 재개할 준비가 되면 상응하는 양만큼의 원유와 석유제품 공급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2397호)에 따라 연간 정제유 수입 한도가 50만배럴(약 6만2500t)로 설정돼 있다. 당시 안보리 차원에서 상한선을 설정한 것은 중국의 반대 때문이었다. 정제유 수입 제재가 그만큼 북한 경제에 직결되는 치명타라는 뜻이기도 했다. 제대로 된 에너지 생산체계를 갖추지 못한 데다 대북 제재로 각종 에너지 자원 수입이 제한되는 북한 입장에서 정제유는 체제 유지를 위한 생명수로 불린다.
북한이 모라토리엄(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유예)를 파기하고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지난해 5월 미국이 추진한 추가 대북제재 결의 역시 핵심은 정제유 수입 한도 축소였다. 당시 결의엔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기존 50만배럴에서 37만5000배럴(약 4만7000t)로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러시아가 북·러 관계의 주요 계기마다 대북 정제유 수출량을 미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러시아가 지난해 말 대북 정제유 수출을 재개한 것 역시 이를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기차를 북한으로 보내 컨테이너를 싣고 돌아오는 현장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는데, 미국은 이를 북·러 무기 거래 정황으로 지목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러시아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중단됐던 대북 정제유 수출을 재개했고, 지난 1월엔 약 4만4655배럴(약 5600t)의 정제유를 북한에 공급했다.
2019년 4월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도 러시아는 대북 정제유 수출량을 대폭 늘렸다. 러시아는 2018년 월평균 1만2700배럴(약 1587t)의 정제유를 북한에 수출했는데, 2019년 1월(약 4만8000배럴, 5976t)과 2월(약 3만5000배럴, 4382t)엔 이례적으로 전년도 평균치의 3~4배에 달하는 양이 공급됐다. 이는 중국의 1~2월(약 9300배럴, 약 1170t)의 대북 정제유 공급량의 9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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