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1년11개월來 최대폭↑…불어나는 '부채 폭탄'
정부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 개최
변동금리 대출에 가산금리 적용…대출한도↓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27일부터 접수 중단
[한국경제TV 서형교 기자]
금융권 가계대출이 1년 11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와중에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부채발(發) 경제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도 은행권 대출 실태를 긴급 점검하고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을 줄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주담대 6.6조 급증…6개월 연속 증가세
13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8월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2000억원 증가했다. 증가 규모는 2021년 9월(7조8000억원) 이후 1년 11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가계빚 증가세도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가계대출은 지난 4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했다. 4월(2000억원·전월 대비), 5월(2조8000억원), 6월(3조5000억원), 7월(5조3000억원), 8월 등 증가폭이 커지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가계부채가 점차 불어나는 것은 전체 가계빚의 80%를 차지하는 주담대 증가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8월 주담대는 전월 대비 6조6000억원 늘었다. 주담대는 지난 3월 이후 6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부채 대책 마련 나선 정부 가계부채 문제가 좀처럼 잡히질 않자 정부도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는 이날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향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되지 않도록 면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출시한 50년 만기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50년 만기 주담대 공급 규모(8조3000억원) 중 83.5%(6조7000억원)가 지난 7~8월에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당국은 “상당수 은행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자체적으로 제한하면서 9월 이후 증가폭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위는 장기 주담대가 ‘상환능력 범위 내 대출’이라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대출 전 기간에 걸쳐 상환능력이 입증되기 어려운 경우 DSR 산정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제한한다. 개별 차주별로 상환능력이 명백히 입증되는 경우에만 50년 만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아울러 차주의 미래 소득 흐름 등을 감안해 실제 상환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상환금액과 기간을 설정할 수 있도록 은행권과 세부적인 기준을 논의해나가기로 했다.
이 사무처장은 “50년 만기 대출 취급 등에서 나타난 느슨한 대출행태를 바로잡기 위해선 차주의 상환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과잉대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하는 은행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정금리 대출 확대…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중단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질적 관리를 위해 고정금리 대출 확대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변동금리 대출에 대해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 등을 감안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소득이 연 5000만원인 차주가 4.5% 금리로 50년 만기 대출을 받을 경우 기존 한도는 최대 4억원이다. 가산금리 1%포인트를 적용할 경우 한도가 3조4000억원으로 줄어든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김태훈 금융위 거시금융팀장은 "DSR은 현재 수준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미래 금리나 소득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스트레스 DSR은 그런 한계를 보완하는 제도로, 많은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담대 확대 주범으로 꼽힌 특례보금자리론은 서민·실수요층에 한해서만 운영할 계획이다.
당초 내년 1월 말까지 공급하기로 했던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부부 합산 연소득 1억원 초과 차주 또는 6~9억원 주택 대상)는 오는 27일부터 접수를 중단할 예정이다.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특례보금자리론도 오는 27일부터 중단된다.
다만 서민·실수요층에 해당하는 ‘우대형’ 특례보금자리론(부부 합산 연소득 1억원 이하 및 6억원 이하 주택 대상)은 지속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 사무처장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권을 비롯한 전 금융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한다”며 “금융당국도 제도 개선과 기준 마련 등에 힘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교기자 seogyo@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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