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단협 고비 넘었지만…'생산직 중심 노조리스크' 어쩌나

박영국 2023. 9. 1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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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노동조합과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우려에서 한 발 벗어나게 됐다.

현대차로서는 '공급부족'인 연구인력을 잡는 게 시급한 일인데 매번 교섭 때마다 '공급과잉'인 생산직 위주의 결과물이 도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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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 생산직 3년간 1500명 신규채용
'공급부족' 연구인력 이탈 막을 방안은 마련 못해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전경. ⓒ데일리안

현대자동차가 노동조합과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우려에서 한 발 벗어나게 됐다. 아직 조합원 찬반투표 절차가 남아있지만, 일단 큰 고비를 넘긴 셈이다.

다만 생산직 위주의 노조 집행부와 교섭을 진행한 관계로 정작 핵심 인력인 연구직 이탈을 막기 위한 장치가 부족했다는 점과, 추가적인 대규모 생산직 채용으로 기존의 인력 구조에서 벗어가기 힘들어졌다는 부분은 불안 요인으로 지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전날 23차 임단협 교섭에서 생산직 800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교섭에서 올해 400명, 내년 300명 등 생산직 700명을 고용키로 한 데 이어 이번 교섭에서 내년 추가 500명, 2025년에는 300명을 추가로 고용키로 하면서 3년간 도합 1500명의 생산직을 새로 뽑게 됐다.

인력 수요 확대에 따른 충원이라면 문제될 게 없지만, 노사간 줄다리기 와중에 노조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차원에서 충원이 결정됐다는 점은 우려를 낳는다. 사측은 그동안 전동화 전환에 따른 인력 수요 감소를 이유로 대규모 생산직 충원에 난색을 표해 왔다.

그나마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정년퇴직 등으로 인한 자연감소를 통해 고정비 부담을 줄이는 그림이 그려졌지만, 매년 수백 명씩의 생산직이 충원됨에 따라 잉여 인력 발생이 불가피해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매년 생산직 중심으로 진행되는 교섭 패턴이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연구개발(R&D) 인력 이탈 문제와도 연관된다.

현대차 사무‧연구직은 매니저(옛 대리, 직원)급까지만 노조 가입이 가능하다. 인력 구성 자체도 생산직이 월등히 많은 데다, 생산직은 정년까지 노조에 소속된 관계로 노조 내에서 생산직의 목소리가 절대적이다.

이 때문에 교섭 과정에서 젊은 세대인 사무‧연구직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힘들다. 이번 교섭에서도 대졸 초임 인상, 대리 진급률 향상, 연구 수당의 현실화 등의 개선 방안이 합의안에 담기지 못했다.

실제 현대차 사무‧연구직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서는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해 불만이 속출했다. 임금성 부분에 대한 불만도 있었지만 연구직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아예 교섭을 생산직, 일반직(사무직), 연구직 3개 직종별로 별도로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핵심 인력인 연구직의 경우 다른 대기업, 혹은 IT기업 대비 부족한 처우로 인해 이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대차로서는 ‘공급부족’인 연구인력을 잡는 게 시급한 일인데 매번 교섭 때마다 ‘공급과잉’인 생산직 위주의 결과물이 도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속적인 생산직 충원으로 노조 내 생산직의 목소리가 절대적인 구조가 계속된다면 이런 상황의 개선은 요원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 제조업 시절의 현대차는 숙련된 생산인력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미래 모빌리티 분야로 중심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우수한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지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생산직 중심의 교섭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외부에 고급 연구 인력을 뺏기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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