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6이닝 3실점 '첫 QS+최다이닝' 호투…토론토 타선 빈공에 시즌 3번째 패배

김지수 기자 2023. 9. 1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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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부상 복귀 후 첫 퀄리티 스타트 피칭과 함께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비록 타선 도움을 받지 못해 패전의 멍에를 쓰기는 했지만 게임 내용 만큼은 충분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류현진은 13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 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5피안타 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출발은 깔끔했다. 류현진은 1회초 텍사스 선두타자 마커스 세미엔을 공 하나로 1루 파울 팝플라이로 처리했다. 초구 138km짜리 싱커가 완벽한 제구가 이뤄졌다.

2번타자 코리 시거는 내야 땅볼로 잡아냈다. 풀카운트에서 145km짜리 직구를 몸쪽 깊숙한 곳으로 과감하게 붙여 시거의 타이밍을 뺏었다. 빗맞은 타구는 토론토 2루수 데이비스 슈나이더에게 힘 없이 굴러갔고 아웃 카운트로 이어졌다.

3번타자 로비 그로스먼에게는 볼넷을 내줬다. 초구 108km짜리 슬로 커브, 2구 145km짜리 직구로 투 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았지만 3, 4, 5구째 유인구에 그로스먼이 속지 않았다. 풀카운트에서 7구째 124km짜리 체인지업에도 그로스먼이 반응하지 않아 볼넷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류현진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미치 가버에게 원 스트라이크에서 142km짜리 몸쪽 하이 패스트볼로 과감하게 승부했고 포수 파울 팝플라이로 1회초를 끝냈다.

2회초에도 순항을 이어갔다. 류현진은 선두타자 요나 하임을 3루수 땅볼로 잡았다. 하임이 날카로운 타구를 날려보냈지만 토론토 3루수 캐반 비지오가 깔끔한 수비를 보여주면서 류현진을 도왔다.

류현진은 후속타자 네이트 로우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좋은 기세를 이어갔다. 투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145km짜리 직구를 몸쪽 깊숙한 곳에 붙여 범타를 만들어냈다.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에제키엘 듀란도 류현진에게 아웃 카운트를 헌납했다. 투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104km짜리 슬로 커브에 완전히 타이밍을 뺏기면서 힘 없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류현진은 3회초에도 텍사스 타선을 봉쇄했다. 선두타다 레오디 타베라스를 1루수 팝플라이로 막았다. 원 볼 투 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 143km짜리 몸쪽 하이 패스트볼을 구사한 게 적중했다.

조나단 오넬라스는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투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몸쪽 깊숙한 143km짜리 직구에 오넬라스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더그아웃으로 발길을 돌렸다. 류현진 특유의 칼날 제구와 배짱이 빛났다.

마커스 셰이면도 공 3개로 제압했다. 초구 104km짜리 슬로 커브, 2구 124km짜리 체인지업으로 쉽게 투 스트라이크를 잡았고 바깥쪽 140km짜리 컷 패스트볼로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3회까지 노히트 피칭으로 텍사스 타선을 압도했다.

류현진은 4회초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흔들렸다. 다저스 시절 팀 동료였던 선두타자 시거를 중전 안타로 1루에 내보내 노히트 행진이 깨졌다. 이어 곧바로 그로스만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해 고개를 숙였다. 몸쪽 139km짜리 컷 패스트볼이 몸쪽으로 잘 구사됐지만 그로스만의 노림수에 걸렸다. 

류현진은 피홈런 후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1사 후 하임을 중전 안타로 내보내면서 고비가 계속됐다. 그러나 로우를 루킹 삼진, 듀란을 유격수 땅볼로 잡으면서 추가 실점 없이 4회초를 끝냈다.

5회초는 완벽했다. 선두타자 타베라스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원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몸쪽 낮은 코스로 완벽히 제구된 145km짜리 직구에 타베라스가 꼼짝 없이 당했다.

오라넬스는 공 두 개로 처리했다. 원 스트라이크에서 체인지업이 바깥쪽 낮은 코스로 이상적인 컨트롤이 됐고 유격수 땅볼로 이어졌다. 셰이먼까지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삼자범퇴로 텍사스의 5회초 공격을 종료시켰다.

류현진은 6회초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선두타자 시거에 2루타를 맞으며 무사 2루가 됐다. 일단 그로스만을 삼진으로 잡고 한숨을 돌렸지만 곧바로 가버에게 우전 안타를 내줘 1사 1·3루로 고비가 계속됐다.

류현진은 하임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3루 주자 시거의 득점으로 스코어는 0-3까지 벌어졌다. 득점과 아웃 카운트를 맞바꾼 뒤 로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6회를 끝냈다.

류현진은 7회초 수비 시작과 함께 지미 가르시아에 마운드를 넘겼다. 올 시즌 개인 최다 이닝을 소화했고 투구수 82개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피칭을 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77에서 2.93으로 소폭 상승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5.8㎞, 평균 구속은 143.1㎞로 앞선 등판과 비교하면 구위가 확실히 올라온 모습이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비롯해 올 시즌 재미를 보고 있는 슬로 커브, 컷 패스트볼, 싱커까지 다양한 변화구를 활용해 타자들을 상대하는 피칭이 인상적이었다.

메이저리그 기록 전문 웹사이트 '팬그래프'는 류현진의 이날 텍사스전 전까지 선발등판에서 평균 직구 구속 142.2㎞를 기록한 것으로 데이터를 나타냈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을 경우 전성기 시절 직구 스피드를 회복하는 경우가 많아 류현진도 이 케이스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류현진은 빅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2013년 직구 평균 구속 146.6km, 2014년 147.1km를 기록했다. 강속구 투수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눈에 띄는 스피드는 아니었지만 좌완이라는 점, 안정된 제구력과 여러 가지 변화구 구사가 가능한 점이 더해져 빅리그 수준급 선발투수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 직전 통증 여파로 직구 평균 구속이 143.7km까지 떨어졌던 시기가 있었던 걸 감안하면 류현진의 기량이 정상 궤도와 가까워 지고 있다는 기대를 품어볼 수 있게 됐다. 

이닝 소화가 늘어난 것도 고무적이다. 류현진이 올 시즌 6이닝 이상 투구한 것도,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것도 이날 텍사스전이 처음이다. 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후 1년 넘게 재활, 회복을 거쳐 지난달 초 빅리그 마운드로 돌아온 이후 첫 퀄리티 스타트 피칭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건 지난해 5월 21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6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친 이후 무려 480일 만이다.

토론토 코칭스태프는 류현진이 부상 복귀 후 첫 시즌임을 감안해 류현진의 이닝과 투구수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류현진은 이날 텍사전 전까지 올 시즌 5이닝을 초과해 던진 적이 없었다.

부상 복귀 후 첫 실전이었던 지난 7월 4일 루키리그 팀 상대 마이너리그 등판에서는 3이닝 4피안타 5탈삼진 1실점, 투구수는 42개였다. 7월 9일 싱글A 등판에서도 4이닝 3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투구수 37개로 구위를 점검했다.

이후 7월 15일 트리플A 등판에서는 투구수를 66개로 늘렸다. 5이닝 3피안타 1피홈런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메이저리그 콜업 전 최종 리허설이었던 7월 21일 트리플A 등판에서는 투구수 85개로 6이닝 3피안타 2피홈런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복귀 등판이었던 8월 1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는 5이닝 9피안타 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4실점, 투구수 80개로 아쉬움을 남겼다. 볼티모어 강타선에 고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류현진은 8월 7일 클리블랜드전부터 달라졌다. 4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투구수는 52개에 불과했고 제구력도 살아났다. 타구에 다리를 맞는 불운만 없었다면 충분히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승리투수도 될 수 있었다.

8월 13일 시카고 컵스전은 5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비자책), 86구를 던졌다. 야수들의 실책만 없었다면 투구수를 더 절약해 6회까지 소화할 가능성이 높았다.

8월 20일 신시내티 레즈전은 5이닝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비자책), 투구수 83구로 나쁘지 않았다. 8월 26일 클리블랜드전은 5이닝 4피안타 2피홈런 5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고전했고 투구수는 70개로 효율적이었다.

9월 1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은 5이닝 4피안타 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2실점 투구수 76개, 9월 6일 오클랜드 애슬랙티스전은 5이닝 5피안타 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투구수 77개였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류현진이 빅리그에서 선발투수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닝 이터의 면모를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올 시즌 종료 후 토론토와 2020 시즌을 앞두고 맺은 4년 총액 8000만 달러(약 1062억 원)에 FA(자유계약)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오프 시즌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다는 걸 입증해야 했다.

류현진은 이 부분에서 확실하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7월 초부터 실전 등판에 나선 뒤 차근차근 투구수, 이닝을 늘렸고 이제는 한 경기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수준까지 완벽히 도달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시즌 4승의 기쁨 대신 3패의 쓴맛을 봤다.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충분히 제 몫을 해줬지만 토론토 타선은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지 못했다.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을 펼친 .텍사스 맥스 슈어져의 구위에 완전히 눌렸다.

1984년생 노장 슈어져는 관록투로 토론토 타선을 제압했다. 통산 213승 투수의 경험과 게임 운영 능력에 토론토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토론토는 6회말 1사까지 슈어져를 상대로 3안타, 1볼넷을 얻어내는데 그쳤다. 1회말 삼자범퇴로 물러난 뒤 2회말 2사 후 비지오의 2루타, 달튼 바쇼의 볼넷 출루로 2사 1·2루 기회를 잡았지만 케빈 키어마이어가 1루수 땅볼로 아웃, 득점에 실패했다.

3회말 1사 후 조지 스프링어가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에도 후속타가 없었다. 보 비셋이 병살타를 치면서 토론토의 공격 흐름이 끊겼고 텍사스의 기를 살려주는 결과가 됐다.

류현진이 선제 2점 홈런을 허용한 4회초 수비가 끝난 뒤 4회말 2사 후 데이비스 슈나이더가 2루타로 반격의 발판을 놨지만 적시타가 터지지 않았다. 비지오가 슈어져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추격하지 못했다. 5회말 공격도 삼자범퇴에 그쳤다.

류현진이 6회초 1타점 희생 플라이를 내줘 스코어가 0-3으로 벌어지면서 경기 흐름은 텍사스 쪽으로 쏠렸다. 슈어져가 6회말 선두타자 스프링어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갑작스럽게 몸 상태에 이상을 호소, 투수가 레클레르크로 교체됐지만 6회말 결과는 무득점이었다.

토론토는 설상가상으로 7회초 1사 후 타베라스에 2루타, 대타 스미스에 1타점 2루타, 2사 2루에서 시거에게 1타점 2루타를 연이어 얻어맞으면서 점수 차는 0-5로 벌어졌다.

7회말 1사 3루에서 비지오의 1타점 적시타, 1사 2·3루에서 클레멘트의 내야 땅볼 때 3루 주자 비지오의 득점으로 한점을 만회해 2-5로 따라붙었지만 격차가 너무 컸다.

토론토는 외려 9회초 얀카우스키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고 2-6으로 더 큰 열세에 몰렸다. 9회말 슈나이더의 솔로 홈런으로 1점을 쫓아갔지만 결국 3-6으로 무릎을 꿇었다. 류현진의 패전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류현진은 일단 이번주 휴식을 취한 뒤 오는 18일 보스턴 레드삭스와 홈 경기에 선발등판이 유력하다. 지난달 26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즈전 이후 3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아쉬움을 털고 보스턴을 상대로 시즌 4승과 메이저리그 통산 79승에 도전하게 됐다.

한편 토론토는 이날 텍사스전 패배 여파로 가을야구 진출을 마냥 낙관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텍사스에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2위를 내주고 3위로 밀려났다.

메이저리그는 각 리그 지구 1위와 와일드카드 순위 3위까지 포스트시즌 진출권이 주어진다. 토론토는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4위 시애틀 매리너스와 불과 0.5경기 차에 불과하다.

토론토가 가을야구를 꿈꾼다면 정규시즌 잔여 17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리를 거두는 방법밖에 없다. 류현진도 3차례 더 선발등판이 예상되고 있어 확실하게 힘을 보태줘야 한다. 

사진=USA 투데이 스포츠/AFP/AP/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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