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눈치보며 가격 묶은 ‘아이폰15’…애플에 독 될까, 득 될까
애플이 12일(현지시간)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5 시리즈를 공개했다. 전작인 아이폰14 시리즈보다 약 100달러 오를 것이란 예상을 깨고, 미국은 물론 주요국에서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갈등 국면에서 중국 소비자를 놓치지 않으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100달러 올릴 것” 예상 깨고 가격 동결
애플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에서 신제품 발표 행사 ‘원더러스트(Wonderlust)’를 열고 아이폰15 시리즈와 애플워치 등을 선보였다.
아이폰15 시리즈는 ▶기본(6.1인치) ▶플러스(6.7인치) ▶프로(6.1인치) ▶프로맥스(6.7인치) 4종류다. 프로와 프로맥스는 ‘고급형’으로 분류된다. 가격은 기본형 799달러(125만원·128GB), 플러스 899달러(135만원·128GB), 프로 999달러(155만원·128GB), 프로맥스 1199달러(190만원·256GB)부터 시작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충전 단자다. 이번 아이폰15는 모두 기존 얇은 번개 모양(라이트닝 포트) 단자 대신 삼성전자 갤럭시 등에 쓰이는 ‘USB-C’ 타입 케이블이 적용된다. 아이폰에 USB-C가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PC도 C타입 케이블로 충전할 수 있다. 애플은 유럽연합(EU)이 내년부터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전자기기에 USB-C를 의무화하면서 ‘표준’을 따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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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3나노 칩…“경쟁사보다 3배 성능”
기본 모델과 플러스 화면 위쪽엔 지난해 아이폰14 고급형에 채택된 긴 알약 모양의 ‘다이내믹 아일랜드’가 탑재됐다. 이로써 2017년 등장해 탈모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던 M자 모양의 ‘노치’는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A16 바이오닉’ 칩을 사용해 기능이 더 개선됐다. 또 4800만 화소 메인 카메라가 장착돼 2배 광학 줌을 지원한다. 인물사진 기능을 따로 설정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심도를 조정해준다.
프로와 프로맥스에서 눈에 띄는 건 ‘티타늄’ 케이스다. 애플 측은 “우주선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프리미엄 합금으로 강도에 비해 무게가 가볍다. 애플 사상 가장 가벼운 프로·프로맥스 라인업이 나왔다”고 밝혔다. 여기에 테두리(베젤)가 더 얇아져 화면이 커 보이는 효과를 냈다. 고급형에는 애플의 최신 AP인 ‘A17 프로’가 탑재됐다.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두뇌’에 3나노미터(㎚·10억 분의 1m) 칩이 들어간 게 특징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구동이 훨씬 더 빨라지고 몰입감이 높아졌다. 경쟁 제품보다 3배에 달하는 성능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또 모바일 게이밍 성능이 강화돼 PC·콘솔용 게임을 아이폰에서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메라의 경우 프로에는 3배 광학 줌이, 프로맥스에는 5배 광학 줌이 탑재됐다. 이와 관련 애플은 올해 말 아이폰 프로와 프로맥스에 공간 비디오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3차원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 가능해지고, 내년 출시 예정인 공간 컴퓨터 ‘애플 비전프로’와 연동해 영상들을 감상할 수 있다.
고급형에는 ‘액션 버튼(동작 버튼)’도 추가했다. 기존 음소거 스위치는 벨 소리나 무음 등을 조절했지만 이제 ▶무음 모드 끄고 켜기 ▶손전등 끄고 켜기 ▶음성메모 시작 ▶카메라 앱 등을 액션 버튼으로 실행할 수 있다.
아이폰15 시리즈는 오는 15일부터 미국과 영국, 중국 등 40개 이상 국가에서 사전 주문을 받기 시작하며 매장에선 22일부터 판매한다. 한국 출시는 10월 중으로 예상된다.
주가는 하락…‘아이폰 금지’ 악재도 한몫
새로운 아이폰을 공개했지만 애플 주가는 이날 전날 종가 대비 1.71% 떨어진 176.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시가총액도 2조7560억 달러(약 3664조원)로 줄었다. 가격 인상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여기에 최근 중국 정부가 공무원 및 공공기관 근무자에 대해 ‘아이폰 금지령’을 내린 게 시장 우려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또 중국 화웨이가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프로’를 내놓으며 업계에선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중국은 세계에서 아이폰이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올 2분기 아이폰 판매 비중은 중국이 24%로 미국(21%)보다 높았다. 단일 국가 아이폰 판매에서 중국이 미국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시장 타격” vs “더 잘 팔릴 것”
전문가 예측은 엇갈린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미·중 갈등을 언급하며 “올해 총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대비 5% 감소한 2억2000만 대 수준을 맴돌 것”이라며 “화웨이의 본격적인 복귀로 인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중국에서 5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고, 애플 공식 공급업체 200여 곳 중 91곳이 중국 기업”이라며 “실업률 문제에 직면한 중국 정부 입장에서 애플에 타격을 주는 추가 조치는 시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플이 주요 신제품 가격을 동결하면서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고급 모델을 중시하는 판매 전략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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