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생존자 어머니 "심장 뜯기는 분노, 해병1사단장 고발"

김도균 2023. 9. 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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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발생한 고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해 채 상병과 함께 수색하던 중 물에 빠져 급류에 휘말렸던 A 병장의 어머니가 임성근 해병1사단장(소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사단장은 사고 발생 이후 A 병장 등 물에 휩쓸렸던 병사들을 단 한번도 찾아온 적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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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채 상병 동료 A병장, 사고 후 입원..."구조된 병사들 진료 없이 방치, 복귀후 진술서 작성"

[김도균, 권우성 기자]

 지난 7월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발생한 고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해 채 상병과 함께 수색하던 중 물에 빠져 급류에 휘말렸던 A 병장의 어머니가 13일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사 보강 : 13일 오후 1시 10분]

"제 심장이 뜯겨나가는 분노를 표하며, 임성근 해병1사단장을 고발합니다. 이미 당신이 제 아들한테 사과할 시점은 지나도 한참 지났습니다. 이제 수사에 책임지는 자세로 임하며 해병대의 본 모습을 바로잡으시길 바랍니다."

지난 7월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발생한 고 채 상병 순직 사건 당시 채 상병과 함께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물에 빠져 급류에 휘말렸던 A병장의 어머니가 13일 임성근 해병1사단장(소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다.

A병장의 어머니는 이날 오전 열린 군인권센터 기자회견에서 "업무상과실치상, 직권남용 혐의로 임 사단장을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A병장은 구명조끼 등 보호장구를 갖추지 못한 채 실종자 수색을 위해 물에 투입됐다가 사고 당일(7월 19일) 오전 9시경 선두에서 먼저 물에 빠진 다른 동료 병사를 구하려다 채 상병과 함께 물에 빠져 하류 방향으로 50여m를 떠내려가다 간신히 구조됐다.

A병장과 동료병사, 채 상병은 수영을 시도해도 전혀 소용이 없었던 급류 속에서 떠내려갔는데, A병장과 동료 병사는 구조되었지만 채 상병은 결국 구조되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A병장은 현재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진단 받고 입원 치료 중이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동료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생사를 넘나드는 사고 경험이 남긴 후유증이라고 한다.

"사고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다, 이건 살인 행위"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A병장의 어머니는 사고 이후 첫 통화에서 아들이 "엄마, 내가 ○○이(채 상병)를 못 잡았다"고 말하며 울었다고 전했다. 또 사고가 난 지 16일 만에야 아들을 처음 만났다면서 "잠꾸러기였던 아들은 (휴가로) 집에 와서 하루도 편하게 잠을 자지 못했다. 땀을 흘리면서 깼고 어느 날은 울면서 깨는 모습도 봤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채 상병이 목숨을 잃은 근본적 원인이 "수행해야 할 임무와 관련한 지침을 제때 하달하지 않고, 안전용품 준비, 안전교육 등 기본적인 안전대책에 대한 점검도 실시하지 않은 임 사단장의 업무상과실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일 사고 현장인 내성천은 이미 물이 불어나 있었고, 유속이 빠르고 수심도 깊어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실종자를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대장들이 무릎 아래까지 들어가라고 한 지시에 덧붙여 허리까지 들어가기로 결정한 것은 실제 실종자를 찾아내려는 목적보다 질책하던 임 사단장이 시찰을 왔을 때 만족하게 하려는 목적이 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군인권센터는 특히 사고 당시 내성천 상류 안동댐, 임하댐, 영주댐 등이 방류를 하고 있었다면서 엄청난 양의 물이 방류되고 있는 내성천에 채 상병과 A병장 등 장병들을 입수시킨 임 사단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점을 들어 A병장 어머니는 "더 이상 저는 이 사고를 사고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다. 이건 살인 행위다. 그렇게 해병대의 위상을 세우고 싶었다면 현장 시찰을 나온 사단장은 몸소 물에 들어가서 모범을 보였어야 했다"라고 비판했다. 

또 A병장의 어머니는 사고 직후 물살에 휩쓸렸다 구조된 병사들이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기는커녕 모래사장에 방치되어 있다가 기자들의 눈을 피해 풀숲에 세워진 버스에 태워진 뒤 숙소로 복귀해 진술서부터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사고당한 해병대원들, 사과나 위로도 받지 못했다" 
 
 지난 7월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발생한 고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해 채 상병과 함께 수색하던 중 물에 빠져 급류에 휘말렸던 A 병장의 어머니가 13일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사단장은 사고 발생 이후 A병장 등 물에 휩쓸렸던 병사들을 단 한번도 찾아온 적이 없다고 한다. 사고발생으로부터 두 달이 다 되어가지만 사과는커녕 위로나 격려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A병장의 어머니는 "저는 제 아들을 사회에서 책임을 다하는 사람으로 키우려고 노력했다. 잘한 일에는 겸손하라 가르쳤고, 화를 내야 하는 것을 구분하는 법을 가르쳤고, 잘못한 일에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하며 책임을 지는 것이 명예라고 가르쳤다. (중략) 돌아오지 못하는 채 상병과 복구작전인지 몰살작전인지 모를 곳에 투입되었던 그 대원들 모두 제 아들들이다. 제 아들들 모두 정상으로 돌려 놓으라"고 호소했다. 

해병대 지휘부를 향해선 "함께 생활하던 형제 같은 채 상병을 잃은 아이들에게 해병대는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해주었나"라면서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된 해병대원을 전우라고 생각하고 있나, 그저 당신들 입신양명을 위한 도구 아니였나"라고 비판했다. 

A병장 어머니는 "제 아들과 당시 투입된 대원들 대부분이 아직 군에 남아 있다. 그로 인해 몹시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나 용기를 내어 이 자리에 나왔다. 지금 그 아이들을 지켜주실 분들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 뿐"이라고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군인권센터는 "'부대관리훈령'에 따라 임 사단장과 같은 각급 지휘관은 관할부대의 모든 활동을 지휘, 감독하며 각종 사고를 예방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지휘관의 의무를 이행하고 지휘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사고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발대리인 강석민 변호사는 "(병사들에게) 입수 명령을 내린 임 사단장이 과실이 있고 임무 수행으로 A병장의 건강권이 침해돼 직권남용죄도 성립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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