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치적 서두르는 바이든, 네타냐후와 뉴욕 회동

조유진 2023. 9. 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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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이스라엘 국교 정상화 추진하는 바이든
유엔 총회 기간 네타냐후와 회담키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내주 뉴욕에서 만난다.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해 말 재집권한 뒤 약 9개월 만에 이뤄지는 첫 대면 회동이다. 중동 내 영향권 확대를 두고 미·중 간 치열한 기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태통령의 외교 치적쌓기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악시오스는 이달 하순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기간에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첫 대면 회담이 성사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회동 날짜는 22일로 예상된다. 양측이 뉴욕에서 대면하면 네타냐후 총리의 지난해 12월 재집권 이후 첫 번째 만남이 성사된다. 악시오스는 다만 "백악관 초청을 기다려왔던 네타냐후 총리로선 유엔에서의 회동은 다소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담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극우 연정의 사법 무력화 시도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의 국교 정상화 등이 주요 안건으로 오를 전망이다. 현재 이스라엘에서는 극우 연정이 지난 7월24일 사법부 무력화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극우 유대국가를 지향하며 민주주의 가치를 져버렸다는 평가를 받는 네타냐후 연정의 극우 인사들은 개혁을 명분으로 사법부 영향력 축소에 나섰다. 극우 세력들의 과격한 조치에 그나마 제동 장치 역할을 해온 사법부 무력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하면서 이스라엘은 초긴장 상황이 이어졌다.

이 같은 이스라엘 국내 문제에 따른 여론 악화를 의식해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초청 대신 뉴욕 회담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진다. 악시오스는 미 정부 당국자 3명을 인용해 정치적·외교 정책적 측면을 고려한 끝에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백악관이 아닌 뉴욕에서 만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국내 논쟁을 백악관으로 가져오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통적 우방 관계인 이스라엘의 총리가 취임 이후 아직까지 백악관에 초청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는 것은 민주당 내에서 대통령에게 정치적 손해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백악관 참모진 사이에 많았다고 복수의 미 고위 당국자는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취임 이후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확장 등을 강행해 바이든 행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내세울 수 있는 잠재적 외교 성과로 주목하고 있다. 내년 대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율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외교적 치적쌓기가 절실한 상황이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공식 외교 관계가 복원될 경우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중동 평화구상이 속도를 내면서 대선 가도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내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약 체결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이번 회담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공화당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내정 간섭을 겨냥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공화당 내 대선 후보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민주당이 이스라엘 국내 정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리하려는 집착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이후 중동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동맹에 균열이 생기면서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은 약화돼왔다. 중국이 이 틈을 본격적으로 파고들어 사우디와 이란의 중재를 성공시키면서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도모했다. 중동 내 패권 질서가 흔들리는 와중에 네타냐후 극우 연정의 출현과 그로 인한 연쇄 파장은 미국의 중동 내 영향력을 시험대에 올려놨다.

‘두 국가 해법(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각각 독립국으로 인정)’을 중동 핵심 전략으로 추구해온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 극우 정부 출범으로 중동 정세가 격변하는 양상을 보이자 국무부 내 팔레스타인 문제를 전담하는 새 특별대표직을 신설하는 등 팔레스타인과의 관계 격상을 위해 노력해왔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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