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손꼽은 윤석열 대통령의 '업적' 네 가지
[서부원 기자]
▲ 인도네시아 아세안(ASEAN)·인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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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1년 반,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다. 잇따른 대형 참사에도 책임지지 않고 언론 장악에 혈안이 된 정부, 대화와 타협이 사라지고 '아사리 판'이 된 국회, 펑크 난 세수에 학자의 연구비까지 깎는 침체 일로의 경제, 극단적인 노사 갈등,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가 감도는 남북 관계까지, 눈 씻고 찾아봐도 멀쩡한 구석이 단 한 곳도 없다.
백주에 도심에서 '묻지 마' 칼부림이 일어나고, 악성 민원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교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밥상 물가가 폭등하는 등 민생이 만신창이인데, 정부와 여당은 뜬금없이 '공산 전체주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독립 영웅 홍범도 장군까지 욕보이며 국민을 상대로 이념 전쟁을 선포했다. 수십 년의 세월을 거슬러 '반공이 국시'인 시대로 퇴행한 것이다.
이 와중에 일본 정부가 바다에 흘려보내는 방사능 오염수가 '과학적이고 안전하다'는 내용의 홍보물을 제작해 퍼뜨리는 오지랖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국민의 세금이 일본 정부를 두둔하는 데 사용되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인류의 공유 자산인 바다를 더럽히는 건 미래세대에 죄를 짓는 일인데도,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를 향해 항의하기는커녕 국민 앞에 미안해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조차 없다.
윤석열 대통령을 통해 깨달은 '교훈'
대통령을 탓해 봐야 이젠 입만 아프다. 지난 1년 반 동안 모두가 똑똑히 보았듯이, 대통령은 이 난국을 헤쳐나갈 능력이 없어 보인다. 남녀와 세대, 지역과 노사 사이를 끊임없이 갈라치며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모면하는 데만 능숙했지,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해결책을 조율해나가는 정치 지도자의 역량은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 그의 시계는 여전히 검찰총장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최근 그의 육성을 통해 밝혀진 게 있다. 대통령 후보 시절 여당 관계자와 나눈 대화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엄청난 충격을 줬다. 그는 스스로 "대통령을 하려고 나온 사람이 아니"라며 "대통령 자리 자체가 귀찮다"고 고백했다(관련 기사 : 윤석열-국힘 관계자 녹취 보도 논란..."이준석, 까불어봤자 3개월짜리").
"그래도 지난 1년 반 동안 윤석열 대통령을 통해 깨달은 교훈이 있잖아요. 반면교사일지언정 이게 과거 역대 대통령이 주지 못한 그만의 업적이라고 생각해요."
한 아이의 말에 모두가 박장대소하며 맞장구를 쳤다. 그가 비아냥거리듯 손꼽은 윤 대통령의 업적은 이랬다. 당장 대통령의 무능함을 꼬집은 거지만, 아이들의 눈에 비친 우리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어서 기성세대로서 뒤통수가 따가웠다. 반면교사라는 대통령의 행태와 달리 아이들의 말은 정면교사 삼을 만한 것이었다.
우선, 자타공인 우리나라 최고의 학부인 서울대 법대의 수준이 '저 모양'이란 걸 몸소 보여준 거라며, 서열화한 학벌 의식을 약화시키는 데 보탬이 될 거라고 말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면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데, 그들이 큰 일꾼으로서 우리 사회에 기여하리라는 편견도 머지않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거라고 덧붙였다.
'공익의 대표자'라는 검사들의 민낯을 보게 된 것도 수확이라고 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공공의 복리를 도모하기는커녕 얄팍한 법 지식을 활용해 사회적 약자와 정적을 괴롭히는 자들이라고 눈을 흘겼다. 아이들도 '법꾸라지'라는 말의 의미를 알고 있다.
또, 공산주의를 제대로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아이들에게 공산주의는 교과서에서나 주마간산 격으로 만날 수 있는 낯선 이념이다. 그저 북한과 중국을 지배하는 '나쁜 정당' 정도로 알고 있는데, 애꿎게 홍범도 장군이 엮이며 학습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도 다시 살펴보게 됐고, 공산당의 역사와 공과를 토론 주제로 삼아보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은 기성세대
무엇보다 민주주의가 일순간 무너질 수도 있는 허약한 제도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게 윤석열 대통령의 최대 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장 아이들은 학벌과 직위, 연고 등을 기준 삼는 기성세대의 맹목적인 투표 관행에 문제를 제기했다. 지금 '이 모양 이 꼴'은 기성세대가 서울대 법대를 나오고 검찰총장에까지 오른 최고 엘리트라면 더 따져볼 게 없다는 생각으로 표를 몰아준 결과라는 거다.
지금이야 모두가 서슬 퍼런 권력 앞에 납작 엎드려 숨죽이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처지가 참으로 딱하다. 곁에 직언할 참모 하나 없이 구중궁궐에 갇혀 극우적 가치관에 매몰돼가는 모습은 지켜보는 것조차 괴롭다. 그렇다고 성마른 그만을 탓할 수 없는 건, 19세기 프랑스의 저명한 정치인 알렉시 드 토크빌이 남긴 이 말이 머리에 맴돌아서다. 이는 아이들이 기성세대를 향해 내리치는 죽비이기도 하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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