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주주들 피해 볼까 항의한 건데…" 대웅제약의 사연

이금숙 기자 2023. 9. 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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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전경/대웅제약 제공
최근 대웅제약이 한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의 리포트 발간을 막으려 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증권사들의 관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가 됐던 특정 기업 분석 리포트가 지난 9월 초, 정상 발행되면서 대웅제약의 ‘외압설’은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났지만, 와중에 애널리스트, 특히 제약·바이오 시장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의 일상에 관심이 쏠렸다.

◇제약·바이오 투자자들, 증권사 리포트에 극도로 예민
제약·바이오 투자 시장엔 강성 주주들이 유독 많다. 신약 개발 등 업계에 특유한 ‘소재’들이 주가의 변동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믿음’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휘젓는다. 애널리스트가 한 기업의 신약 가치에 대해 분석하고 리포트를 통해 매도, 매수 의견을 제시하면, 투자자들의 반응이 과열되는 이유다. 

셀트리온 주식을 둘러싸고 벌어진 해프닝들이 전형적 사례들이다. 지난해 3월 JP모건이 셀트리온에 대해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내자마자, 셀트리온 주주들은 언론사 기사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반발했고, 급기야 집단 행동에 나섰다. 서울시청 부근 JP모건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며 “대한민국 자본시장을 얕잡아보고 무시하는 세계적 금융사의 갑질이고, 자본시장을 교란하고 훼손시키는 범죄행위”라고 항의했다. 셀트리온 주주들에게 사죄하란 얘기까지 나왔다.

◇애널리스트들의 애환 그리고 일탈
이러다 보니, 제약·바이오 업계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에게 협박과 항의는 드문 일이 아니다. 확신과 소신을 가지고 매도 의견을 냈다가도 메일로, 전화로 시달리면 위축된다. 회사로 찾아오는 투자자들을 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유망한 제약·바이오 기업을 발굴해 알렸다가 투자자들로부터 ‘잡주’를 과대포장했다는 조롱을 듣기도 한다. 
반대 상황도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일탈이 자본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경우다. 지난 6월엔 DB금융투자의 애널리스트가 불법 선행매매로 부당 이득을 챙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애널리스트는 증권사 보고서를 내기 전, 특정 종목을 차명 계좌로 미리 산 뒤에 리포트를 통해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보고서 공개 후 주가가 오르면 매도하는 식으로 5억2000여만 원의 차익을 챙겼다.

◇대웅제약, ‘특정 기업 편향’ 리포트에 이의 제기했다가…
애널리스트와 기업 간 유착에 의혹이 쏠리기도 한다. 최근 대웅제약과 마찰을 빚은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도 수년 간 특정 기업과 관련된 리포트를 반복적으로, 그리고 일관되게 우호적 내용으로 발행해 투자자들의 반발을 불렀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글로벌 시장 규모가 10조 원대에 육박한다는 보툴리눔 톡신과 관련된 내용이다.

이런 사연이다. 대웅제약의 미국 내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판매하면서 양사 합의에 따라 경쟁제품을 취급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 애널리스트는 2021년 9월, 에볼루스가 대웅제약 아닌 ‘또 다른’ 한국 톡신 기업의 제품을 판매할 것이라고 특정 보툴리눔 톡신 기업을 리포트에 언급했다가 물의를 빚었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 7월에도 메디톡스 관련 리포트를 썼는데, 미국에서 맺어진 메디톡스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인 앨러간, 에볼루스 사이에 맺어진 3자 합의(2021년)를 ‘상식’에 반해 해석했다는 투자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최근 대웅제약-증권사 이슈가 돌출한 직접적 이유이기도 하다. 대웅제약은 “피해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을 대변해 증권사에 항의 서한을 보낸 것”이라며 “편지 하나 보낸 게 증권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소문으로 번져 황당하다”고 했다.

◇애널리스트의 독립성 못지 않게 객관성 중요
최근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최고경영자 간담회를 열고 매수 일변도의 리서치센터 보고서 관행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으로 국내 30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보고서의 ‘매수 의견’ 비중은 93.7%였다. 중립의견 6.2%, ‘매도 의견’ 0.1%였다.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 과연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경우도 자유롭지 않다.

제약·바이오업계 정보에 정통한 K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제약바이오 종목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애널리스트들은 자의적인 판단이 아닌 정밀한 기업 가치평가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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