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교사 보호책', 작은 합의라도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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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집회는 다른 집회와 차이점이 많다.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바둑판처럼 가지런하게 정렬한 '칼각 집회'를 주목했지만, 현장에 나갔던 교사들은 '만남의 눈물'이 더 기억이 난다고 한다.
집회 당일, 현장에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교사들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칼각 집회'도 교사들의 성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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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집회는 다른 집회와 차이점이 많다.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바둑판처럼 가지런하게 정렬한 ‘칼각 집회’를 주목했지만, 현장에 나갔던 교사들은 ‘만남의 눈물’이 더 기억이 난다고 한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2년차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교사들의 집회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교사 집회의 분수령은 지난 4일 열린 ‘서이초 교사 49재’였다. 당시 교육부는 참여하는 교사를 징계하겠다는 ‘엄포’를 놨다. 교사도 생활인이다. 가족이 있고 생계가 있다. 징계받으면 승진에 불이익을 받는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는 ‘서이초 교사 49재’ 참석과 관련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집회 당일, 현장에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교사들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나왔고, 특히 ‘저 선생님은 안 나오겠지’ 싶었던 교사들도 집회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징계 엄포 때문에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안 가면 누가 나가느냐’하는 이심전심을 현장에서 얼굴로 확인한 것이다.
‘칼각 집회’도 교사들의 성정을 보여준다. 이들은 바둑판처럼 오와 열을 정확하게 맞춰 집회를 치렀다. 집회가 끝난 자리에는 쓰레기 하나도 없었다. 누구를 비방하는 구호나 외침도 찾을 수 없었다. 집시법상 허용치를 준수하는 데시벨로 주장을 외쳤다. 교사 집회에 가장 놀란 것은 경찰이라고 한다. 집회 참가자와 경찰의 충돌보다는 격려와 위로가 오갔다. 집회 후에도 직장인 기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경찰과 교사 사이에 "수고했다", "감사했다"는 대회가 오갔다.
이렇게 모범적인 행동을 보이는 교사들이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무서움이 더한다"고 말한다. 직업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서이초 사건 이후 열흘간 교사 다섯 명이 스스로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하루가 멀다고 들리는 부고 소식에 기자의 신문사 후배는 "보도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는 보도가 다른 교사를 또 그런 선택으로 모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교사들도 걱정이 비슷하다. 한 교사는 "카카오톡 단톡방에 관련된 내용이 올라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사건 초기에는 다른 교사의 안타까운 소식을 공유하며 서로가 다독이고 함께 슬퍼했지만, 이제 그러는 단계를 넘어선 것이다.
교사들이 16일 다시 거리로 나온다. 한 주간 집회를 쉬며 상황을 지켜봤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자 다시 움직이는 것이다. 교사들을 안정시키려면 그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진전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 현재 교권 보호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시간이 모자란다. 다음 달 10일부터는 국정감사에 모든 이슈가 집중된다. 그 이후엔 내년 예산안 심사에 들어간다. 예산안 심사가 끝나면 내년 총선 체제로 넘어간다. 교권보호 법안을 처리할 시간이 사실상 한 달도 남지 않은 것이다. 여야는 그 안에 교사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주는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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