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준비해야" 손잡는 완성차 노사

최대열 2023. 9. 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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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 임단협 잠정합의
5년 연속 무분규…노조설립 후 처음
기아·한국GM 등 타사업장 주목
"저출산 파격지원" 노사교섭 새 패러다임

현대차 노사가 임금·단체교섭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앞서 지난 6월 중순 상견례로 얼굴을 맞댄 후 석 달 만에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당초 올해 협상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었으나 회사가 역대 최고 수준의 임금인상안을 제시한 데다 이견을 좁히기 힘든 부분에 대해선 추후 논의하기로 하면서 예상보다 빨리 접점을 찾았다. 전동화 등 미래 자동차 업종 전환기를 맞아 회사 안팎의 위기감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한국GM을 비롯해 아직 교섭을 진행 중인 기아 등 다른 사업장까지 이러한 기류가 번질지 주목된다.

지난 6월 열린 현대차 노사 2023년 임단협 상견례<사진출처:연합뉴스>

‘힘겨루기보단 미래 준비’ 현대차 잠정합의

현대차 노사가 12일 내놓은 잠정합의안을 보면, 기본급 11만1000원(호봉승급분 포함)을 올리고 지난해 실적에 대한 성과금 명목으로 300%(기본급)+800만원을 주기로 했다. 여기에 특별격려금 250만원, 연말 사업목표달성 격려금 100%를 주고 주식·상품권도 지급한다. 평균 연봉인상률로 따지면 12% 정도 오른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앞서 현대차 실적이 좋았던 2013년 직원 개인당 2000만원 정도를 더 받았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많다.

올해 노사 교섭을 하기 전부터 인상 폭은 클 것으로 예상돼 왔다. 코로나19 등으로 생산 차질을 빚었지만 비용지출을 줄이고 환율효과 등이 더해지면서 회사 수익성이 좋아진 덕분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합의한 연봉 인상액(수당 포함 10만8000원)도 역대 가장 큰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더 올랐다.

눈길을 끄는 건 올해 임단협 교섭을 하면서 과거 합의했던 미래차 투자방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가다듬고 미래 성장을 위한 특별협약까지 맺은 부분이다. 첨단기술로 평가받는 일체형 주조공정을 적용하기 위해 내년부터 공장을 짓기로 했고 고가차·한정판모델 등을 위한 별개의 다기능·다목적 공장도 마련키로 했다. 이르면 2026년부터 양산체제를 갖춘다.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사진출처:연합뉴스>

수소연료전지·배터리 등 차세대 동력계통 부품도 직접 만들기로 했다. 그간 계열사나 외부 협력사로부터 공급받던 부품이다. 기술직(생산직)도 내년 500명, 후년 300명 추가로 채용키로 했다. 앞서 지난해 교섭에서 합의했던 700명에서 추가로 더 뽑는다. 2025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전기차 전용 신공장에서 일할 직원을 위해 특별교육프로그램도 만든다. 노사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 증대, 러·우크라 전쟁, 고유가·물가 등 대외 리스크 속에서 안정된 생산 시스템을 유지해 위기 극복의 기반을 마련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애초 쟁점이 됐던 정년 연장은 내년 상반기를 시한으로 두고 논의를 미루기로 했다. 정부 정책이나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법 개정 움직임이 있는 점을 감안했다. 노동계에선 현 60세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현재 운영 중인 숙련 재고용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생산중인 아이오닉6<사진제공:현대차그룹>

당초 노조에서 요구했던 사안 일부가 빠졌는데도 합의점을 찾은 건 국내외 모빌리티(이동수단) 기업 간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힘겨루기로 시간을 지체하는 게 노사 모두에게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전동화·소프트웨어 등 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요소가 달라진 데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완성차 수요 둔화 조짐이 완연해진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본다. 현대차 노사는 이번 합의로 5년 연속 무분규 잠정합의 기록을 썼다. 1987년 노조가 생긴 후 처음이다.

이번 현대차 잠정합의는 앞서 교섭이 결렬됐다가 14일부터 재개하기로 한 기아는 물론 13일까지 잠정합의안 조합원 투표가 예정된 한국GM 사업장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 역시 이번에 잠정안을 합의하면서 "회사의 장기성장과 직원 고용을 위한 절차로 미래차 논의를 진행하고 연말까지 노조와 공유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대차는 물론 기아, 한국GM은 그간 교섭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파업을 목전에 둔 상태였다.

지난달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저출산 육아지원 노사 TFT 간담회가 열렸다.<사진제공:현대차그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셋째 500만" 저출산 고민하는 노사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합의점을 찾은 점도 올해 현대차 교섭에서 눈여겨볼 부분이다. 현대차 노사는 저출산·육아지원 임시조직(TFT)을 꾸려 특별합의서를 내놨다. 민간 기업의 노사교섭에서 흔치 않은 행보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번 합의로 현대차 직원이 받는 출산축하금은 기존 100만원에서 첫째 300만원, 둘째 400만원, 셋째 500만원으로 늘었다. 엄마아빠 바우처 제도를 운용해 첫째 50만원, 셋째 이상 150만원을 받는다. 별개로 만 4~5세 자녀를 위한 교육비 240만원, 생애 첫 등교 바우처로 50만~150만원을 받는다.

돈을 두둑이 주는 것과 함께 난임 유급휴가를 5일로 늘리고 난임 시술비를 회당 100만원 한도로 횟수 제한 없이 지원하기로 했다.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합산해 2년간 쓸 수 있는데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 기간을 1년 더 늘렸다. 근로시간 단축 보조금을 늘리는 한편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고 직장 어린이집과 관련해서도 중장기적으로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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