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넥스트차이나’ 인도·베트남 투자 때 환율·나비효과 주의
해당국 통화와 달러와의 변동성도 감안해야
미·중 갈등 봉합 땐 다시 중국으로 투자금 쏠릴 수도
미·중 갈등에 따른 탈 중국화 움직임 등으로 중국과 가깝거나 자원이 풍부한 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 등 '넥스트 차이나' 국가가 주목받고 있다. 금융투자시장에서도 '차이나 펀드' 대신에 베트남과 인도 펀드가 대체 투자처로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유행 따라 덥석 투자하기보다는 리스크 관리, 분산투자 대상으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이들 신흥국의 투자환경은 선진국보다 유리하지만, 변동성과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이다.
신흥국 펀드에 투자할 때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베트남, 인도 등이 탈 중국 가속화에 따른 수혜로 급부상했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미·중 관계 개선 때 투자심리 돌아설 수 있어서다. 미·중 갈등은 국가 안보는 물론 경제 분야까지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나오지만, 양국은 관계 개선 노력도 병행하고 있어 언제든 해빙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환율에 대한 리스크 관리도 필요하다. 환 헤지형(환율 변동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대비 목적으로 환율을 미리 고정하는 것) 상품의 경우에도 원화와 실제 해당국 통화가 아닌 원·달러 헤지를 하고 있어 해당국 통화와 달러와의 변동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황선아 KB증권 더퍼스트 WM지점장은 "신흥국 투자 때 유의점은 무엇보다 환율 환경이 제일 중요하다"며 "달러 강세기에는 자금이 미국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미국 금리 인상의 끝자락이라 약달러 흐름을 보이고 있고, 경기 침체는 얕은 분위기라 당분간은 신흥국 투자환경이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 경기 변동에 따른 '나비효과'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 지점장은 "미국의 경기 침체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신호가 오거나 달러 강세가 지속 또는 강화되는 상황에선 신흥국 투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선진국 시장에 자금이 생각보다 오래 머물거나 추가 유입되면 상대적으로 신흥국 시장으로 흐르는 자금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선진국 시장의 작은 변동성이 신흥국 시장에는 큰 변동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흥국의 정치적인 리스크와 제도 변화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정부 정책 변화, 부패, 불안정한 정치 환경 등은 투자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신흥국 정치적 상황이나 투자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 등은 급변할 수 있고, 정보 접근성은 낮다는 측면에서 항상 변동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여기에 리쇼어링(비용 등을 이유로 해외에 나간 자국 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현상)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재편을 통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본국 귀환을 결정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처럼 신흥국 시장은 높은 성장성에도 개인 투자자가 마음 놓고 투자하기엔 한계가 있다. 외국인 투자 소유 제한 종목이 존재하고, 높은 환전 비용, 그리고 낮은 정보 접근성 등이 투자의 걸림돌이 된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운용 본부장은 "개인 투자자가 증시에 상장된 종목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를 추천한다"며 "또 성장성이 큰 만큼 변동성에 대한 방어를 위해 분산 투자를 하거나 분할 매수를 하는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신흥국 투자에선 자신의 투자 성과를 과신하거나 '한방'을 노린 과감한 투자보다는 좀 더 신중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한편 시장에선 베트남과 인도 증시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무엇보다 중국에 진출했던 글로벌 기업 상당수가 생산설비를 중국 외 인접 국가로 옮기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인접국으로 생산기지 이전)'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인도, 베트남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니어쇼어링 효과를 노린 외국 기업의 투자가 늘며 해당 국가의 환율 강세가 이어지는 것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이다.
인도 증시는 신흥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편이다. 인도 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은 80%로 글로벌 펀드 중 1위다. 2위 베트남 펀드(50%), 3위 미국 펀드(36%)와 격차가 크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 등에서 중장기 수익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투자자가 많다. 베트남 증시는 변동성이 다소 큰 편이다.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 특성상 정책 리스크가 상수로 존재하는 데다,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작아 증시 변동성이 크다. 2020년 초부터 2022년 초까지 베트남 VN지수는 두 배 넘게 올랐지만, 그 뒤로는 30% 이상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황선아 KB증권 더퍼스트 WM지점장은 "베트남도 결국 공산주의 국가여서 중국의 뒤를 따라갈 가능성도 상존한다"며 "리쇼어링도 주의 깊게 살피면서 가야 하고 중국의 사례를 학습효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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