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씹' vs '안읽씹', 뭐가 더 나쁠까? [별별심리]
메시지를 보낸 지 한참 지났지만 답장이 없다. 읽으면 읽은 대로, 안 읽으면 안 읽은 대로, 그저 묵묵부답이니 기다리는 사람만 속이 탄다. 오죽하면 저런 노래가 다 나왔을까. ‘왜 대답이 없냐’ 물으면 그들도 할 말은 많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불편해서, 싫어서, 귀찮아서, 무서워서…. 그래서 답장하지 않는 걸로 답장을 대신한다.
◇연인·친구·직장 동료 간에도 빈번한 ‘읽씹’, ‘안읽씹’
‘읽씹(읽고 씹다)’과 ‘안읽씹(안 읽고 씹다)’은 각각 메시지를 읽고 답장하지 않는 것과 읽지 않고 답장도 안 하는 것을 뜻한다. 둘 다 메신저에 상대방의 메시지 확인 여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기능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말들이다.
모든 상황에 읽씹과 안읽씹이 적용되는 건 아니다. 보통 읽씹과 안읽씹은 무언가 묻거나 요구하는 등 대답이 필요한 메시지를 보냈을 때 대답이 없는 걸 뜻한다. 상호 합의 또는 암묵적 합의하에 대화가 종료돼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걸 ‘읽씹했다’고 말하진 않는다. 메신저를 쓰다보면 한 번쯤 읽씹이나 안읽씹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가족, 연인, 친구는 물론, 대학교 조별 과제 대화방, 회사 대화방 등에서도 빈번하다. 어제 읽씹·안읽씹을 당한 사람이 내일은 읽씹·안읽씹을 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메신저상의 수많은 관계에서 답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미리보기로 어느 정도 내용을 알 수 있는 데다, 얼굴을 보지 않으면 상대가 누구든 즉답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메신저로 대화하면 표정이 안 보이고 바로 대답할 필요도 없다”며 “누군가에겐 분명하게 거절 의사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게 장점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불편하거나 싫거나… 혹은 ‘밀당’이거나
부답(不答)도 나름대로 대답의 의미를 담고 있다. 크게 두 가지다. 상황을 말하거나 생각·감정을 말하거나. 상황은 답장할 여유가 없음을 뜻한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아닌가. 그럴 수 있다. 읽었다면 읽을 시간만 있었고, 읽지 않았다면 읽을 시간도 없었다는 뜻이다. 이 경우 대개 일회성이거나 답장 주기가 규칙적으로 불규칙하다. 안 바쁜 시간엔 늘 ‘칼답’이지만, 바쁠 때는 읽씹이나 안읽씹이 많다.
지나치게 자주 또는 매번 특정 상황에서만 선택적으로 대답이 없다면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대답을 ‘못’했거나,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받은 메시지에 기분이 상해서 ‘안’ 했을 수도 있다. 과거에 대화를 이어갔을 때 불편했던 경험도 대답을 피하는 이유가 된다. 대답하지 않는 게 대답하는 것보다 강한 의사 표현인 셈이다.
예외도 있다. 바쁘지 않고 답장도 보내고 싶은데 일부러 답장하지 않는 경우다. 의도된 대답 지연, 일명 ‘밀당(밀고 당기기)’이다. 대답하지 않음으로써 상대방이 더 궁금해 하고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것이다. 관계에서 갑의 위치가 되고자 할 때 이 같은 방법을 자주 쓴다. 임 교수는 “호기심은 예측 불가능할 때 더 커지는 법이다”며 “상대방 마음을 알고 싶을 때 일부러 침묵이라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론 읽씹, 장기적으론 안읽씹이 더 나빠”
읽은 뒤 답을 안 하는 것과 읽고도 답을 안 하는 건 분명 다르다. 고의라는 전제 하에, 읽씹은 회피보다 거부의 의미가 강하다. ‘읽고도 답이 없는 게 내 답’이라고 분명하게 말하는 거다. 반면 안읽씹은 회피의 뜻이 함께 담겼다. 오히려 회피 의도가 더 강할 수도 있다. 거절을 어려워하는 사람, 싫은 말 하는 걸 불편해 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수용도 거부도 아닌 중립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거부든 회피든 메시지를 보낸 입장에서는 답장을 받지 못하면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무시·거절당했다는 생각도 강해진다. 메신저 특성상 답장 외에 어떤 방법으로도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할 수 없기에 답답한 마음 역시 커져만 간다. 둘 중 상대방의 기분이 더 나쁠 수 있는 건 뭘까.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는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각자의 사연이 있고 감정이 있다”며 “그래도 골라야 한다면 단기적으론 읽씹, 장기적으론 안읽씹이다. 안읽씹의 경우 당장은 괜찮아도, 대답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본인 대화방식도 돌아봐야
정상적인 메시지에는 어떤 식으로든 답을 해주는 게 맞다. 메시지에 문제가 없음에도 오랜 기간 답장을 받지 못하면 오해와 분노만 쌓인다. 대답이 없는 게 대답이라는 것도 본인 생각일 뿐이다. 상대방이 곡해하면 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잦은 읽씹·안읽씹을 상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다수에게 자주 읽씹·안읽씹을 당한다면 자신의 대화 방식 또한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모든 대화체가 물음표로 끝을 맺진 않는지, 빨리 답을 듣기 위해 매번 상대방을 재촉하진 않는지, 불편한 질문을 서슴없이 하거나 지나치게 관여하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진 않는지 등을 생각해보는 식이다. 이동귀 교수는 “자신이 자유롭게 메시지를 보냈으면, 상대에게도 자유롭게 답할 자유를 줘야 한다”며 “상대방의 대화 방식, 특성 등을 이해하고, 대답이 없으면 다른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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