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바꾼 유통지도]'팝업스토어' 승부수 띄운 백화점
신세계, 전시화·가방 협업
더현대서울, 슬램덩크 선봬
롯데, 메트로 테니스 등 오픈
중산층·MZ세대 등 집객 노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 작품을 디자인으로 담은 벨기에 명품 브랜드 '델보'의 가방을 팝업스토어를 통해 선보였다. 르네 마그리트 탄생 125주년을 기념해 델보가 아시아 단독 상품으로 론칭한 '마그리트 캡슐 컬렉션'이었다. 신세계는 당시 팝업을 위해 중앙 더 스테이지를 르네 마그리트 작품 전시회처럼 꾸몄다. 명품에 문화예술 콘텐츠를 녹여 소비자들과 접점을 늘린 영업 전략으로 평가됐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은 올해 초 일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당시 영하권 추위에도 한정판 피규어·유니폼 등을 사려는 팬 1000여명이 '오픈런'(문을 열자마자 입장해서 구매하는 것)에 뛰어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 집객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새롭다고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행사 기간 13일 동안 약 2만여명의 고객이 방문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쿠팡의 성장은 기존 백화점의 영업 전략에도 변화를 줬다. 과거 백화점은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주로 명품 등 고급 소비재를 다뤘다. 그런데 쿠팡을 비롯한 e커머스 업체들이 빠른 배송을 앞세워 해당 분야에 빠르게 침투하면서 파이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기존 고객을 잠그면서 새로운 소비자층을 유입시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백화점이 쿠팡으로 대변되는 온라인 시장 성장에 맞서 새롭게 꺼내든 영업 전략은 새로운 이슈 브랜드를 발굴해 입점시키고, 특정 콘텐츠를 녹이는 방식으로 요약된다. 단순히 상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문화 등 콘텐츠 접목으로 소비자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겠다는 취지다. 체험형 공간을 추구한다는 점은 대형마트와 비슷하지만, 결은 엄연히 다르다. 대형마트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식료품과 생필품 등을 취급한다면 백화점은 중산층 이상을 주 고객층으로 해서 명품 등 고급재를 주로 다룬다. 콘텐츠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백화점을 찾는 고객층은 일정 소득 이상인 분들이 많다"며 "해당 고객층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를 선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백화점이 올해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런던베이글뮤지엄', '마르디 메크르디', '테니스 메트로' 등을 입점시킨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모두 국내 유통사 최초로 선보인 고급 브랜드 매장으로, 선점 효과가 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해당 매장들은 국내외 고객 모두에게 오픈 당시 오픈런과 품절 대란 등을 일으키며 큰 화제를 모았다"며 "지금도 매장 앞에 긴 줄을 세우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소비자층을 유입하는 데에는 팝업스토어를 활용하고 있다. 쿠팡 등 온라인 시장에 뺏긴 MZ세대를 겨냥한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현대백화점 더 현대가 올해 진행한 웹툰 '데못죽(데뷔를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팝업스토어, 레고 BTS Dynamite 팝업스토어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몇해 전까지만 해도 팝업은 백화점 유휴 공간에 행사 상품을 판매하는 임시 매장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MZ세대 고객 집객 효과가 입증되면서 유동 고객이 많은 주요 장소에 팝업을 배치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들 전략은 한시적으로 통하는 모양새지만, 언제까지 그 효과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쿠팡 등이 명품 등 기존 백화점이 점령하고 있던 분야에 대한 쿠팡 등의 도전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쿠팡은 지난 7월부터 명품 화장품을 주문 다음 날 배송해주는 '로켓럭셔리'를 운영 중이다. 아직 화장품으로 국한돼 있지만, 향후 카테고리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 백화점 양적 성장을 이끈 명품, 패션, 잡화 등 매출이 정체를 겪고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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