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시민이 100만 원으로 문화 사업을?

김희정 2023. 9. 1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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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직접 만드는 문화자치, '캐릭터 아트 갤러리', '흠뻑~피크닉', '小小영화제' 체험기

[김희정 기자]

 지난 9일 이천시 이천도자예술마을 내 별마을에 자리한 ‘뚱 갤러리 설’에서 뚱 캐릭터 아트 갤러리 체험 프로그램이 실시됐다. 이는 이천문화재단의 문화자치 백 사업의 일환이다.
ⓒ 김희정
이천 시민이 100만 원으로 톡톡 튀고 재미있는 이천 문화를 만든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어떤 이는 의구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시민이 백만 원으로 문화를 만들어?"

그래서 지난 9일 이천시 신둔면에 위치한 예스파크(이천도자예술마을)를 찾아가 봤다. 이날 함께한 문화사업은 '캐릭터 아트 갤러리 체험', '흠뻑~피크닉', '小小영화제' 였다. 이 사업은 경기도가 주최하고 이천시 (재)이천문화재단이 주관한, '문화자치 백(100만 원)' 사업의 일환으로 이천문화재단이 선정한 30개 프로그램 중 3개이다.

문화자치라니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나 낯설다. 문화자치(自治)는 지역의 특성과 필요를 잘 아는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 그 지역의 상황과 여건에 맞는 사업을 기획하고 지역의 다양한 인프라를 이용해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중앙에서 만든 문화가 지역으로 내려왔으나 이제는 지역민들이 문화정책 결정·집행 과정에 참여하고, 문화를 만들어서 중앙이나 다른 지역으로 전파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때 관은 예산을 지원한다. 시민의 일상 속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발휘되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활성화 되도록 지원한다.
 
 지난 9일 이천시 이천도자예술마을 내 별마을에 자리한 ‘뚱 갤러리 설’에서 뚱 캐릭터 아트 갤러리 체험 프로그램이 실시됐다. 이는 이천문화재단의 문화자치 백 사업의 일환이다.
ⓒ 김희정
'캐릭터 아트 갤러리 체험'에서 오늘 눈여겨 볼 부분은 수많은 캐릭터 상품과 작품, 그리고 26년간 캐릭터 업계에서 종사한 서민수 작가와 윤선미 작가, 그 부부가 만든 뚱 캐릭터에 담긴 스토리이다.

이 캐릭터의 시작은 서 작가와 윤 작가가 결혼하여 자녀를 낳은 2002년부터이다. 이 해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자녀의 성장기에 엉뚱함과 예술성, 상품성을 입혀 '뚱(ddung)'이라는 앙증맞으면서도 아름다운 캐릭터가 탄생했다. 그러니까 뚱이의 나이는 21살이다.

이 브랜드는 한때 전 세계 80여 개 나라로 수출되어 세계인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까지 그랬다. 하지만 코로나가 발발하면서 3년여 동안 침체기를 맞았다. 뚱이는 대한민국의 20대 초년생, 2022년 이천시 예스파크에 터를 잡고 20대를 활짝 펼치고 있다.

이날 갤러리 설에서는 작가가 다년간 현장에서 경험하고 쌓은 노하우, 일반인에게 쉽게 공개하지 않은 작가만의 고유한 것을 참가자들과 공유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 캐릭터 개발 입문 자료 매뉴얼과 포트폴리오, 캐릭터를 개발하고 세계와의 경쟁 속에서 알아야 할 정보 등.

갤러리 방문객 가운데 이슬(1999년생)씨가 뚱이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여덟 살 때였다고 한다. 이씨는, 당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세계 1위였던 야후(Yahoo)에서 뚱이 캐릭터로 만든 짧은 플래시몹 영상을 보고 단번에 팬이 됐다.

현재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는 이 씨는"지금도 뚱이를 너무 좋아해요. 힘들 때 힐링하고 싶으면 뚱이를 봐요. 인형 디자인 개발에 관심이 많은데 작가님을 직접 뵙고 현장에서 겪으신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이천시 이천도자예술마을 내 대공연장 잔디마당’에서 '흠뻑~ 피크닉' 프로그램이 실시됐다. 이는 이천문화재단의 문화자치 백 사업의 일환이다.
ⓒ 김희정
다음에 즐길 프로그램은 '흠뻑~ 피크닉(대표 안나래)'이다. 이 프로그램은 예스파크 야외공연장 잔디마당에서 진행됐다. 이날 사전에 참가 신청한 사람은 40명, 실제로 온 사람은 70여 명이다.

이들은 잔디마당 가장자리에 미리 준비해온 텐트를 치고 돗자리를 깔았다. 의자를 펼치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눴다. 학교나 유치원에서 실시한 운동회나 체육대회도 아닌데 잔디마당 중앙에서는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팀을 나누고 팀별 물풍선 던지기 게임이 시작됐다.

불타오르는 승부욕을 지금 발휘할 때라는 듯 아이도 어른도 게임에 집중했다. 서로 손잡고 달리기 게임, 양팀 아빠가 든 용기에 물풍선 던져서 넣기 등. 아이들도 어른도 물에 흠뻑 젖었지만, 표정은 오늘 이 놀이보다 더 즐거운 일은 없다는 듯 행복함에 젖어 있다. 승패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박수를.

물풍선 놀이를 한 후 생긴 쓰레기를 게임하듯 순식간에 주워서 모았다. 같은 일이어도 놀이가 되면 즐겁고, 처리해야 할 일이 되면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모두 힘을 모아 쓰레기 줍기 게임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정리 끝.

프로그램 일정이 끝난 후에도 아이들은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논다. 물놀이를 한다. 그 작은 몸 어느 곳에 그 많은 에너지, 지치지 않은 에너지가 있는 걸까. 아이들은 쉼없이 깔깔거리고 재미있게 논다. 이 아이들은 커서 어느 고단한 날 이 추억을 그리워할 것이다.
 
 지난 9일 이천시 이천도자예술마을 내 대공연장 잔디마당’에서 '흠뻑~ 피크닉' 프로그램이 실시됐다. 이는 이천문화재단의 문화자치 백 사업의 일환이다.
ⓒ 김희정
'흠~뻑 피크닉'을 기획한 안나래 작가는 예스파크 별마을에서 가죽공방 '427 크래프트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안 작가는 "이천에서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 특히 아이들과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 문화에 대해 고민했다. 경기도와 이천시, 이천문화재단 지원으로 이 행사를 한다고 하자 마을 주민들이 공감해주셨다. 먹거리와 물놀이 소품 등 다양한 협찬도 해주셨다.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누구라도 편하게 찾아오셔서 작품도 둘러보시고 작지만, 즐겁고 재미있는 놀이와 이벤트를 즐기셨으면 좋겠다"라고 프로그램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서울에서 살다가 도자기 작업을 하기 위해 이 마을에 입주했다는 조미현(갤러리 미음)씨는 "아이가 대도시에서 살았을 때와 생각이나 표현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흙길, 푸른 잔디밭, 하늘이 보이는 자연과 어우러진 곳에 살아서 그런 것 같다. 마을에 넓은 잔디밭이 있고 그곳에서 어른과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있어서 더없이 감사하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함께 놀면서 만들어가는 놀이문화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지수(신둔초4) 학생은 "여기 와서 친구를 사귀고 그 친구와 신나게 놀면서 협동심도 배울 수 있어서 좋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9일 이천시 이천도자예술마을 내 대공연장’에서 '소소영화제'가 열렸다. ' 이는 이천문화재단의 문화자치 백 사업의 일환이다.
ⓒ 김희정
 
시간은 흐르고 석양이 질 무렵, 소소(小小)영화제가 시작된다고 했다. 사람들이 예스파크 대공연장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드넓은 잔디밭 군데군데에 돗자리가 펼쳐지고 다채로운 캠핑의자가 놓여졌다. 가족끼리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화롯대 앞에 옹기종기 모여 쫀드기와 쥐포를 구워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이들도 있다. 팝콘이 튀겨지고 치킨과 콜라가 배달됐다.

치킨은, 사전에 참가 신청을 한 20팀에게 전달됐다. 여유분은 예스파크 주민회에서 지원했다. 소소영화제의 취지를 듣고 격려차 지원이다. 주민회 대표는 야외잔디밭의 예초작업을 해주셨다. 영화관에서 영화 상영 시작 전에 광고 시간이 있듯이 소소영화제에서 영화 상영 전에 신둔초 4학년 학생의 댄스공연이 있었다.

이 학생은 평소 집에서 엄마한테 구박과 지지를 번갈아 받으면서 꾸준히 춤을 췄고 무대에 서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는데, 드디어 무대 위에 서게 됐다고 한다. 이어서 무대 아래에서 춤을 추던 10여 명의 아이도 무대에 올라 주체할 수 없는 끼를 맘껏 발산했다. 즉흥 버스킹이었다. 현장에서만 볼 수 있는 묘미였다.

왕호림씨의 클래식 기타 연주도 있었다. 서정적이면서도 감미로운 영화주제곡 연주였다. 기타 연주가 끝난 후 상영된 영화는 <마루 밑 아리에티>, 사전에 참가 신청을 한 20팀에게 설문조사를 했고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영화이다. 사람들은 푸르른 잔디밭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영화를 관람했다. 하늘엔 별이 빛나고 있었다. 서울의 한강 둔치가 부럽지 않았다. 
 
 지난 9일 이천시 이천도자예술마을 내 대공연장’에서 '소소영화제' 가 열렸다. 이는 이천문화재단의 문화자치 백 사업의 일환이다.
ⓒ 김희정
 
소소영화제를 기획한 고민오 작가는 예스파크 내 별마을에 있는 유리공방 플럭스(FLUX)에서 유리공예를 한다. 고 작가한테 이 영화제를 기획한 취지를 들어봤다.

"2018년도에 이 마을에서 마을영화제 영화를 상영했는데 그때 반응이 너무 좋았다. 이후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어 아쉬움이 컸다. 이번에 문화자치 백 사업으로 그것을 재현해보고 싶었다. 영화는 집에서 혼자 볼 수도 있고 영화관에서 여러 사람과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우리 동네의 탁 트인 야외에서 영화를 보시면서 추억도 만드시고 이웃과 교류하시기를 바랐다."

세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다양한 소감을 말했다.

▶이천에 상당히 유명한 뚱 캐릭터 갤러리가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생겼다.
▶가족과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게 오랜만인 것 같아요. 정말 좋아요.
▶가족과 물풍선 놀이도 하고 보고 싶던 영화도 봐서 너무 즐거웠어요.
▶일반 사람들은, 문화는 흔히 공연이나 전시 등 예술적인 것을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노는 것이 문화야? 라고 되묻는다. 문화는 광범위해서 우리 일상에 스며 있는 것, 인간의 모든 삶 속에 있는 것이 문화라고 생각한다. 즐겁게 잘 노는 아이가 어른이 공부도 잘한다.
▶평소 어떤 축제나 행사 때 우리는 손님처럼 즐기고 놀았다. 이번에는 우리가 사업의 주제선정, 제안서 작성, 기획, 준비, 실행, 홍보, 초대, 마무리 등 참가자분들께 뭔가를 제공했다. 우리가 문화를 만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이 사업을 기획하시고 준비하신 경기도와 이천시 이천문화재단 관계자님들의 노고가 절로 느껴졌다. 그 노고에 감사드린다.

한편, 경기도는 2021년 7월 14일 경기도 문화자치 기본조례를 제정했다. 이는 대한민국 최초이며 문화정책의 인식 전환이라는 데 의미가 깊다. 경기도는 2023년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문화자치 활성화 공모사업도 시행했다. 그 결과 이천시를 비롯한 5개 지역이 선정됐다.

이천시에서는 현재 '이천 문화 싸롱 '예술 한잔 하실래요?' '뜻밖의 사진관', '어린이와 함께하는 우리마을 이천이야기 전' 등 이천 곳곳에서 다양한 영역의 문화자치가 실시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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