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님, 몰락의 길로 가지 마십시오
정치권력이 '돈줄'로 언론을 옥죄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2022년 TBS 지원을 중단하는 조례를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제작 마비 상황에 직면한 수도권 유일의 공영방송 TBS는 새로운 조례가 없으면 2023년 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 시민의 소중한 미디어 자산인 TBS를 이렇게 빼앗길 순 없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제안으로 언론단체, 마을미디어, 5개 야당 서울시당 등이 모여 제대로 된 공영방송 TBS를 만들기 위한 '주민조례발안운동'을 시작했다. 오는 9월 26일까지 2만 5천 명의 서울시민 서명을 받는 게 1차 목표다. 권력에 빼앗긴 TBS를 주민조례를 통해 시민이 직접 되찾자는 '리셋 TBS', 그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 보려 한다. <기자말>
[송지연]
▲ 지난 9월 8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TBS지원폐지조례안 무효확인소송 기자회견이 열렸다. |
ⓒ 민주언론시민연합 |
전국언론노조 TBS지부장 송지연입니다.
저는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나와서 과연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밤새 고민했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했던 것과 다른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TBS는 지난 3월 제작비가 모두 동이 났습니다. 제작비 없이 반년을 버텼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TBS 대부분의 인력이 정규직이기 때문입니다. TBS는 2020년 사업소에서 재단 전환을 하면서 비정규직을 대부분 정규직화했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실험이었고 모범적인 사례였습니다. 특수노동자인 방송작가들을 정규직으로 뽑은 최초의 방송사였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TBS는 외주 인력들에게 최저임금보다 20% 높은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방송사였습니다. TBS는 지역 공영방송으로 재난과 환경과 지역의 역사와 문화, 소외된 계층, 거주 외국인들을 위한 방송을 만드는 방송사였습니다. TBS는 대한민국 전체 라디오 채널 중 점유율이 최상위권이고 청취율 1위 프로그램을 가진 방송사였습니다. TBS는 지역 공영방송이지만 해외 동포와 전국의 시민들이 즐겨 듣던 방송사였습니다. 그리고 TBS는 3년 전 서울시 산하 사업소도 교통방송도 아닌 수도권 유일의 공영방송으로 전환해 눈부시게 성장해 나가던 방송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TBS에는 그런 자부심이 없습니다. 지난 화요일(5일) 사측은 청취율 1위를 6년간이나 했던 대표 프로그램 진행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TBS의 명예를 실추시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상식적인 눈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 겁니다. 외부 진행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제대로 된 방송사가 아니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겁니다. 우리 프로그램을 즐겨 들었던 시민들에게 또다시 상처 주고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그런 자해 행위를 우리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
▲ 지난 9월 8일 TBS지원폐지조례 무효확인소송 첫 재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송지연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장 |
ⓒ 민주언론시민연합 |
새로운 도전을 하고 모범적 사례를 만들던 공영방송사를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 프로그램 하나 때문에 없앤다는 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그 프로그램이 이제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음에도 괴롭힘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그 진행자가 돌아올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TBS를 아주 철저히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TBS 구성원들을 갈라치기 해 서로를 공격하게 하고 원망의 화살이 어느새 권력이 아닌 동료를 향하게 합니다. 생존을 볼모로 굴욕적이고 위법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종용합니다. 권력은 돈줄을 쥐고 흔들며 저희를 노리개로 삼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비단 저희뿐만이 아닙니다. 바로 서울시민들입니다.
저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제 하나입니다. 바로 법적 수단을 동원하는 것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동안 서울시 출연기관인 TBS에 대해서 팔짱을 끼고 방관만 했습니다. 서울 시민들에게 사랑받던 TBS가 처참히 망가지는 상황을 언제까지 그냥 두고만 보실 겁니까? 진정 공영방송을 없앤 최초의 서울시장이자 정치인이 되시렵니까. 무상급식 낙인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불명예스러운 낙인을 스스로에게 새기려 하는 것입니까.
▲ TBS 주민조례 서명에 참여할 수 있는 QR코드 |
ⓒ 민주언론시민연합 |
* 응원의 목소리는 큰 힘이 됩니다. 링크(https://www.juminegov.go.kr/ordn/reqDtls?pSfLgsReqOnlineSno=C20230000000553) 또는 QR코드를 통해 서명에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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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언론노조 TBS지부 지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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