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글쓰기에 도전하고 알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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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현 기자]
"너무 잘 읽었어요!"
매번 이런 반응은 아니지만, 낑낑대며 쓴 글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면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퇴고를 많이 하고 마음을 더 쏟아낸 글일수록 나도 모르게 사람들의 반응에 더 민감해지는 것 같다.
요즘 들어 느끼는 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잘 쓰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글은 마치 오랫동안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듯이 거침없이 술술 써지는 반면,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글도 있다.
유독 잘 써지는 글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 같다. 음식, 사람의 마음, 직장생활처럼 익숙하거나 좋아하는 주제를 쓸 때가 그런 경우였다. 가끔 어떤 주제에 대해 '어머, 이건 꼭 써야 해!'라는 강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 대부분 글에 대한 만족도와 집중력이 높게 나타났던 것 같다.
한 매체에서 기사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연락을 받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내가 잘 쓸 수 있을까?'였다. 평소에 쓰는 글인 일상 이야기가 아닌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내 생각을 써야 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원해서 쓰는 글이 아닌 데다가 자신 있는 주제도 아니라서 청탁을 거절할까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글을 써보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한번 도전해 보았다.
▲ 마감이 있는 글쓰기는 결코 쉽고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지만, 지속적인 글쓰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
ⓒ 픽셀 |
마감이 있는 글쓰기로부터 얻은 가장 큰 기쁨은 성취감이었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내용은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하며 하나의 글이 완성되는 순간 글의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나도 할 수 있다'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힘들게 마무리하는 글이 늘어날수록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이 더 견고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글쓰기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이 익숙함과 자신감으로 변해갔던 것을 기억한다.
글쓰기를 통해 바라본 삶의 모습
지속적인 글쓰기, 어제보다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해서는 쓰고 싶은 글만 쓰는 게 아닌, 때로는 낯설고 새로운 글쓰기에도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계속해서 내가 원하는 글만 쓴다고 해서 아무도 비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양한 글쓰기는 사고의 폭을 넓게 해 준다. 더 많은 생각들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해 내는 과정을 통해 주체의식을 갖고 삶을 살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우리네 삶도 글쓰기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글쓰기처럼 인생 또한 내가 좋아하는 삶이 있고, 원하지 않지만 감당해야만 하는 삶이 있다. 하지만 삶은 취미나 흥미가 아닌 '생존'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글쓰기와 구별된다.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 만큼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개인의 가치가 자산과 통장잔고로 규정지어지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바라는 것이 아닌 원하지 않는 노동으로 그들의 삶을 채워나간다.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우리의 삶이 대부분 '해야만 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면, 그러한 삶을 견디게 하고 유지시키는 것은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상식적인 고객의 폭언과 갑질로부터 자영업자들을 견디게 하는 것, 치열한 경쟁의 압박 속에서 직장인들이 하루를 버티게 하는 것, 돌봄의 최전선에 있는 보육교사와 교사, 그리고 이들과 함께 하면서도 공식적으로 함께 언급조차 되지 못하는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늘을 살게 하는 것, '4대 보험'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마련되지 않은 곳에서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을 일어설 수 있게 하는 것은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의 존재 때문이 아닐까.
삶은 결국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공존하며 그것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갈 때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형태를 보이는 것 같다. 해야 하는 것만 가득한 삶은 외롭고 공허하며, 하고 싶은 것들로만 채워진 삶은 생존의 위협과 늘 맞닿아 있다.
▲ 팍팍한 현실 속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
ⓒ 픽셀 |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자산과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돈을 많이 버는 것에 가장 큰 우선순위를 둔다. 하지만 수익을 창출하는 생산수단으로써의 주체가 아닌, 내적인 만족을 누리며 품위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에는 어색하고 인색한 태도를 보인다. 돈이 많지만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부유하지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대수명이 자꾸만 늘어난다. 건강하고 존엄한 노후를 위해서는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지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알아가야 할 것 같다. 우리를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서 살아가게 하는 것은 온통 해야만 하는 일들로 가득한 삶이 아닌, 마지막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하는 삶일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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