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1위 노리는 삼성…'엑시노스' 부활 신호탄
삼성 AP 비중↓…MX 가격 경쟁력도↓
파운드리 신뢰성 회복 관건
갤럭시 전용 칩 부활에 집중할 수도
삼성전자가 자사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브랜드인 '엑시노스'에 힘을 실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에 엑시노스를 탑재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엑시노스를 향한 삼성의 의지는 시스템반도체 1위를 향한 의지와도 연결된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필두로 한 시스템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해 삼성이 엑시노스를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엑시노스는 삼성의 시스템반도체(시스템LSI부+파운드리사업부) 주력 제품 중 하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칩셋을 가리킨다.
최근 중국 벤치마크 사이트 안투투는 삼성전자에서 개발 중인 '엑시노스 2400'으로 추정되는 칩셋의 세부사항을 발표했다. 엑시노스 2400은 ARM의 최신 코어 중 최고 사양인 코텍스(Cortex) X4 코어 1개와 고성능 A720 코어 5개, 고효율 A520 코어 4개 등 10개를 탑재한 데카코어로 그래픽코어(GPU)는 AMD와 협력해 지난해보다 성능을 배 이상 끌어 올린 이클립스 940을 장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 모듈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X75' 모뎀과 동일한 10Gbps 속도를 내는 '엑시노스 5300 5G' 모뎀을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양방향 위성통신 기능도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그간 갤럭시S 시리즈에 엑시노스와 퀄컴에서 제작한 AP인 '스냅드래곤'을 병행 사용하는 전략을 써왔다. 스마트폰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AP 가격의 협상력을 유지하고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난해 '엑시노스 2200'을 탑재해 출시했던 '갤럭시S22'가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을 일으키자 정책을 바꿨다. 결국 올해 출시한 '갤럭시S23'에는 엑시노스를 제외하고 미국 퀄컴의 '스냅드래곤8 2세대' 칩이 전량 탑재됐다.
그 결과 모바일 AP 시장 내에서 엑시노스의 위상은 지속 하락 중이다. 지난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4% 수준에 그쳤다. 대만 미디어텍(32%)과 미국 퀄컴(28%), 애플(26%)과의 격차는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AP를 타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삼성전자 MX(모바일 경험)사업부의 가격 경쟁력은 약해졌다.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올 상반기 모바일 AP 매입액은 5조7457억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 DX부문의 전체 원재료 매입액(32조4846억원) 중 모바일 AP의 비중은 17.7% 수준이다.
시스템 반도체 사업 강화라는 삼성전자의 큰 그림에도 차질이 생겼다. 무엇보다 엑시노스를 전량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의 신뢰성에 금이 갔다. 미세공정이 삼성전자 초격차 전략의 핵심인 만큼 이를 활용해 생산되는 엑시노스 시리즈의 성공 여부가 파운드리 사업의 신뢰성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능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공개석상에서 "엑시노스냐, 퀄컴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칩셋이 소비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지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에 삼성이 최고가 모델인 갤럭시S24 울트라를 제외한 기본형 모델과 플러스 모델에만 엑시노스 2400을 일부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AP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엑시노스 대신 갤럭시 전용 칩 개발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브랜드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말 시스템LSI사업부는 MX사업부와 함께 'AP 솔루션개발팀'을 신설해 AP 최적화와 차세대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AMD와 ARM에서 핵심 개발자를 영입해 내부에 CPU 최적화 전담팀도 꾸렸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 사장은 지난해 8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2' 행사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 전용 AP' 개발과 관련해 "여러 파트너사들과 논의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답하며 전용 칩 개발을 기정사실화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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