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어지럼증… 혹시 뇌졸중은 아니겠지?
어지럼증은 증상 유형으로 원인 질환을 유추할 수 있다. 증상 유형은 크게 두 가지, ▲사물이나 공간이 빙빙 도는 것 같은 회전성 어지러움 ▲주변이 돌지는 않는데 중심을 잡는 게 어렵고, 술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고, 갑자기 쓰러질 것 같은 비회전성 어지러움으로 나뉜다.
이중 회전성 어지럼증이라면 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일 수 있다. 이석증은 귓속에 있는 이석(耳石)이 세반고리관에 들어가 내림프액의 움직임을 유발해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자세를 변화시키면 잠시 후 갑자기 수십에서 수 분간 빙빙 도는 회전감이 발생하다가 어지럼증이 멈춘다. 반대 방향으로 다시 머리를 움직이면 바로 어지럼증이 생긴다. 증상이 심하면 메스꺼움, 구토를 유발하기도 한다. 어지럼증을 초래하는 질환 중 20%를 차지하는 흔한 질환이고, 중년 여성에게 흔히 발생한다. 이석을 제자리로 꺼내는 방향으로 머리를 기울여 주면 바로 치료된다. 이석의 위치에 따라 기울이는 방법이 다르므로, 이비인후과를 찾아 전문의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빠르다.
전정신경염은 갑자기 뇌의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긴 질환으로, 초반엔 이석증처럼 회전성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그러나 수 시간 내에 점차 심해져 하루 이상 지속되면 심한 구역·구토가 동반되고, 앉거나 일어서려면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넘어지는 비회전성 어지럼증으로 바뀐다. 심한 어지럼증은 수일간 지속되고, 그 이후에도 머리나 시선의 움직임에 따라 몸의 불균형이 유발된다. 증상이 매우 심각해 환자는 응급실에 주로 내원하며, 뇌졸중과 혼동될 수 있다. 증상은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조금씩 회복된다. 초기에 적절한 전정 재활치료를 받으면 증상 호전 기간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메니에르병은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의 압력이 높아져서 생긴다. 어지럼증뿐만 아니라 난청, 귀 먹먹함, 귀울림 등 특징적인 4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한쪽 귀에서만 나타나고, 이석증과 마찬가지로 중년 여성에게 흔하다. 어지럼증이 나타나기 전에 청력 저하, 귀 먹먹함, 귀울림이 나타나고, 갑자기 빙빙 도는 회전성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어지럼증은 20분에서 수 시간 동안 구토를 동반하며 지속된다. 어지럼증이 없어졌다가도 시도 때도 없이 다시 재발하곤 하는데, 재발할수록 청력이 소실되는 경향이 있다. 1차 치료는 카페인이 포함된 음식, 술, 담배 등을 삼가는 생활 습관 개선과 약물치료로 이뤄진다. 치료에 반응이 없으면 고막에 약물을 주입하거나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비회전성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뇌졸중, 재발성 전정 편두통, 약물, 저혈당, 빈혈, 정신과 질환 등이 있다. 이중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빠른 치료가 필요한 뇌졸중일 가능성은 매우 적다. 지난 8일 대한이과학회에서 개최한 제57회 귀의 날 맞이 '대국민 귀 건강 포럼'에서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 김민범 교수는 "어지럼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말초 전정기관 이상으로 전체 어지럼증 원인 중 절반 이상에 이른다"며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4%가 어지럼증 때문인데, 그 환자 중 약 3.2%만 뇌졸중이고 그중에서도 동반 질환 없이 어지럽기만 한 사람 중 뇌졸중인 사람은 0.7%뿐이다"고 했다. 팔다리 감각이 없거나 얼굴이 마비되는 등의 증상이 어지럼증과 함께 동반되면 뇌졸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편두통성 어지럼증은 생활 습관 교정과 편두통 치료 약물로 완화할 수 있다. 약물이 오히려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는데, 고혈압 치료약물, 전립선비대증치료약물은 기립성 저혈압을 유발해, 갑자기 일어나려고 할 때 아찔한 어지럼증이 느껴지게 한다. 고혈압, 전립선비대증 치료약물의 종류나 용량을 조절하면 어지럼증이 해소될 수 있다. 어지럼증이 너무 심할 때 처방하는 디멘하이드네이트와 디아제팜도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 약물들은 단기로만 사용하고 빨리 끊는 게 좋다.
흔히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빈혈을 떠올리기 쉬운데, 실제로 빈혈이 어지럼증의 원인인 경우는 5% 미만이다. 빈혈일 때는 오히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가슴이 아픈 증상이 더 잘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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