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오심이 야속한 손흥민, '명백한 PK' 도둑 맞고 땅쳤다→최다 키패스로 '클래스 증명'

나승우 기자 2023. 9.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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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이해할 수 없는 심판 판정에 페널티킥을 강탈 당한 손흥민이 아쉬움에 땅을 쳤다. 하지만 경기 최다 키패스를 기록하며 클래스를 입증했다.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에 위치한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국가대표 A매치 친선 경기에서 전반 32분 조규성의 헤더 결승골로 1-0 승리했다. 지난 3월 부임 후 5경기에서 3무2패로 승리가 없었던 클린스만은 경질 위기까지 닥쳤으나 6번째 도전 끝에 첫 승을 따내며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이날 손흥민은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 받아 공격을 진두지휘 했다. 땅을 친 순간도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심판 판정에 페널티킥 기회를 도둑 맞으면서 땅을 쳤다. 그래도 한국 선수들과 사우디 선수들을 모두 더해도 손흥민보다 많은 키패스를 기록한 선수가 없었들 정도로 플레이메이커로서 클래스를 입증했다.

선발 명단은 지난 웨일스전과 동일했다. 김승규가 골문을 지켰고,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가 수비를 맡았다. 이재성, 황인범, 박용우, 황희찬이 중원을 구성했다. 손흥민은 조규성과 최전방 투톱으로 나섰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된 홍현석이 황희찬으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10명은 동일한 선수들로 채워졌다.

사우디는 4-3-3으로 맞섰다. 모하메드 알로와이스가 골키퍼로 나섰으며, 사우드 압둘하미드, 하산 알탐바크티, 알리 알볼레아히, 야시르 알샤라니가 수비진을 구성했다. 중원에는 모하메드 카노, 압둘라흐 알카이바리, 나세르 알도사리가 호흡을 맞췄다. 공격진은 압둘라흐만 가리브, 압둘라흐 알함단, 살렘 알도사리가 나서 한국 골문을 노렸다.

사우디전은 클린스만호의 첫 승을 위한 6번째 도전이었다. 한국 대표팀 사령탑 부임 이후 치른 A매치 5경기에서 3무 2패로 승리가 없었던 클린스만호는 3월 A매치 2경기에서는 남미 강호 콜롬비아와 우루과이에 1무 1패를 거두는데 그쳤다. 다만 당시에는 상대가 강력했던 탓에 큰 우려가 없었다. 

하지만 6월 A매치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남미의 복병이지만, 전력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페루를 상대로 패했으며, 이어진 엘살바도르와의 경기조차 1-1 무승부로 큰 아쉬움을 남겼다. 엘살바도르는 한국과의 맞대결 전 일본을 상대로 0-6 패배를 당했기에 팬들은 당연하게도 승리를 기대했는데, 아쉬운 경기력과 함께 무승부를 거두며 첫 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첫 승이 계속해서 미뤄지자 클린스만에 대한 비판 여론도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대표팀 역대 최초로 부임 후 4경기에서 승리가 없었던 기록, 부족했던 전술적 색채에 대한 비판과 함께 부임 당시 조건으로 내걸었던 한국 상주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해외 출장 및 재택근무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에 팬들은 큰 실망감을 내비쳤다. 

이후 클린스만이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엔 과장된 점이 있다.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를 떠나 이제는 선수들과 소통하고 관찰하는 방법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라며 재택근무 논란에 대해 해명했지만, 비판 여론은 줄어들지 않았고, 결국 팬들의 따가운 관심 속에 클린스만호는 9월 A매치에 돌입했다. 하지만 자신이 워커홀릭이라고 밝혔던 그의 이야기와는 달리 웨일스전에서도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은 반등하지 못했다. 

소속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좋은 모습을 보였던 홍현석을 측면으로 기용하고, 소속팀과의 갈등으로 실전 경험이 부족했던 황인범을 선발로 넣는 등 선수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여전히 전술적으로 뚜렷한 색채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무색무취 축구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특히 경기 내내 유효슈팅이 단 한 차례뿐이었다는 점은 클린스만의 전술 방향에 의문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때문에 사우디전에서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경질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영국 BBC는 "클린스만이 9월 A매치에서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원하는 만큼 미국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될 것"이라며 경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나섰다. 지난 웨일스전에서는 다소 낮은 위치에서 뛰었으나 사우디전에서는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 뛰었고, 주변 동료들을 활용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손흥민은 전반 12분 박스 정면에서 이재성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슛으로 마무리해 첫 유효 슈팅을 만들어냈다. 10분 뒤에는 다시 이재성과 호흡을 맞춰봤다. 절묘하게 침투하는 손흥민을 향해 이재성이 정확한 패스를 넣어줬고, 손흥민이 이를 받아 돌파 후 크로스를 올렸으나 골대 위로 넘어갔다.

전반 25분에는 박스 정면에서 슈팅 각도가 나오자 지체없이 왼발 중거리 슛을 때려 사우디 골문을 위협했다. 이후 조규성의 득점 장면에서는 센스 있는 플레이가 돋보였다. 이재성의 패스를 중앙에 페널티 아크 지역에 있던 손흥민이 흘려준 후 침투했고, 황인범이 곧바로 툭 찍어 차 찔러줬다. 이를 사우디 수비가 걷어낸다는 게 조규성에게 연결됐고, 조규성은 힘들이지 않고 머리로 살짝 방향만 바꿔 골망을 흔들었다.

조규성 골 이후 불과 2분 뒤 손흥민은 심판 판정에 땅을 치고 말았다. 조규성이 상대 패스를 끊어내 침투하던 손흥민을 향해 패스를 넣어줬다. 이를 받은 손흥민은 박스 안까지 돌파하며 일대일 기회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상대 수비의 뒤늦은 태클이 들어왔고, 태클은 공을 건드리지 못하고 손흥민 발만 쳤다.

상대 선수 발에 걸려 넘어진 명백한 페널티킥 상황이었지만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손흥민은 왜 페널티킥을 주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수차례 땅을 내려치며 격한 아쉬움을 표출했다. 친선 경기라 VAR이 없었던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그래도 손흥민은 끝까지 클래스를 증명했다. 후반 44분 오현규와 교체되기 전까지 89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며 공격 활로를 열어줬다.

축구 통계 전문업체 풋몹에 따르면 이날 손흥민은 기회 창출 7회를 기록해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기회를 만들어낸 선수로 나타났다. 결정적 기회로 2번이나 만들어내면서 역시 최다를 기록했다. 패스 성공률 81%, 긴패스 성공률 100%, 크로스 성공률 80%로 득점보다 주변 동료들을 돕는 데 치중한 플레이를 펼치고도 평점은 8.0으로 가장 높았다.

석연찮은 심판 판정으로 페널티킥 기회를 도둑 맞아 득점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공격을 이끄는 플레이메이커로서 클래스를 입증한 손흥민이었다.

사진=PA Wire/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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