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선물 신기록에 웃는데…소상공인 '6일 연휴'가 두렵다

최은경 2023. 9.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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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연휴 된 올 추석의 ‘빛과 그늘’
자영업자도 지역·업종별 희비 교차
지난 10일 서울 관악신사시장에서 정육정을 운영하는 장은해씨가 칠판에 꽉 찼던 주문이 두 건 뿐이라며 경기 상황을 말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지난 10일 오후 7시쯤 서울 관악구 한 김치찌갯집. 10여 개 테이블 중 두 개 테이블만 차 있었다. 오겹살을 같이 팔아 고깃집으로도 알려진 곳이지만 찌개에 소주를 마시는 손님만 눈에 띄었다. 이 가게 유덕현 사장은 “그래도 일요일 저녁에 절반은 차는데 코로나 전보다 더 경기가 안 좋다”며 “원재료 가격이 오른 데다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6일 연휴’가 두려운 소상공인


추석 대목을 기대할 만하지만 유 사장은 두 손을 내저었다. “보통 고향을 찾는 명절에는 매출이 30% 정도 줄어듭니다. 이번에는 임시 공휴일(10월 2일) 지정으로 6일 쉰다고 하니 매출에 더 지장이 있을까 걱정입니다.”

긴 연휴를 이용해 해외나 도시 외곽으로 장기 여행을 떠나는 소비자가 늘면 도심 골목상권은 오히려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더 걱정”이라며 “선물·여행비 지출로 연휴 이후 1~2주가량은 지갑을 닫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 한 식당이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최은경 기자


인근의 관악신사시장에도 지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곳에서 10년째 정육점을 운영하는 장은해 사장은 매대 뒤 좁은 평상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장 사장은 “장사가 안되니 자꾸 폰만 보게 된다”며 “곧 추석이라고 해도 큰 기대를 안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이트보드를 가리키면서 “예전에는 여기 주문을 빽빽하게 썼는데 지금 두 개밖에 없다”며 “추석 물량도 작년의 3분의 1만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시 공휴일 지정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놀러 나가면 시장에 별 영향 있겠느냐. 연휴가 반가운 사람은 공무원과 대기업 직장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저녁 무렵 서울 관악신사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고 있다. 최은경 기자

추가 여행 수요에 여행 업계 ‘화색’


정부가 추석 연휴(9월 28일~10월 1일)와 개천절 사이인 다음 달 2일을 임시 공휴일로 정하면서 연휴가 6일로 길어졌지만 이를 바라보는 직장인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사이에선 이렇게 희비가 엇갈린다.

추가 여행 수요에 대한 기대로 여행 업계에는 화색이 돌고 있다.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가 사용자 1000명에게 ‘추석 황금연휴’ 중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82.2%가 ‘1박 이상 여행’이라고 답했다. 다른 답으로는 근교 나들이, 모임 등이 있었다.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여행 욕구가 커졌느냐는 질문에는 93.3%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71.5%가 실제 여행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여름휴가 성수기에 못지않은 여행 상품 예약률을 보인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에서 여행객들이 항공기 탑승장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가에서는 농·축·수산물 등으로 구성된 추석 선물세트 예약 판매 매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6일까지 선물세트 예약 판매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0%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각각 103.5%, 56.3% 증가했다. 이마트 역시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선물세트 예약 판매 매출이 전년 대비 22.2% 증가해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유통 업계는 연휴가 길어지면서 장기 여행을 떠나기 위해 고향에 미리 선물을 보내는 수요가 늘었다고 봤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가격 상한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오른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1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선물세트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임시 공휴일 지정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다. 경북 구미에서 중소 규모의 전자부품 제조회사를 경영하는 정모 사장은 “9~10월 안 그래도 쉬는 날이 많아 납품 일자를 맞추려면 휴일에도 전체 직원의 70% 정도는 나와야 하는데, 그러면 휴일 수당을 평소의 두 배까지 지급해야 한다”며 “인건비·자재비가 폭발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에게는 큰돈”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체 대표 “안 그래도 쉬는 날 많은데”


추석 연휴는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호재·악재로 모두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이달 경기전망 조사에서는 악재로 생각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들은 ‘명절’을 경기 호전으로 보는 두 번째 이유(26.8%), 악화로 보는 첫 번째 이유(28.5%)로 각각 꼽았다. 주로 개인서비스업 종사자들은 명절 연휴를 호전 요인으로, 음식점업 종사자들은 악화 요인으로 봤다. 일부에서는 연휴 기간이 길어지면서 악화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명절 전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금 애로 완화를 위해 9~10월 대출·보증, 매출채권보험 7조2000억원의 자금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덕현 사장은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등의 지원은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결국은 빚”이라며 “정부가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임시 공휴일을 정했다고 하는데 어떤 게 내수 경기인지 면밀히 검토해 시행했으면 한다”고 답답해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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