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프리랜서 아나운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 아냐"

10여년 간 라디오 방송 진행… ‘겸직 가능·출퇴근 자유’
法 "계약서에 근로조건 명시 안 돼… 회사에 구속되지 않아"

10년 넘게 라디오 방송프로그램 진행자로 일했던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계약서에 근로조건이 명시되지 않은 데다가, 출퇴근이 자유롭고 겸직이 가능했다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프리랜서 아나운서 A씨가 경기방송을 상대로 낸 퇴직금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2006년 8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회사와 프리랜서 방송 출연 계약을 맺고 라디오 방송프로그램 진행자로 일했다. A씨는 경기방송과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지장이 발생하지 않는 한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 있었고 겸직도 가능하다는 내용의 계약을 했다. 실제 A씨는 계약에 따라 방송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하면서 B사 강사, C사 사내 방송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A씨는 계약이 종료되자 자신은 회사의 공채 아나운서로 재직한 근로자이므로 회사가 근로기준법에 따라 돈을 지급해야 한다며 퇴직금과 각종 수당 64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봤다. 1·2심은 "계약서에 근로조건에 관한 기재가 없고 겸직이 가능했다"며 "회사가 출퇴근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A씨가 구속받았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A씨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였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하급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