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바이든 탄핵 조사…백악관 “최악 정치”
미국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의회 차원의 공식 탄핵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대여 강경투쟁을 원하는 공화당 극우파 의원들을 달래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최악의 정치’라고 반발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해 탄핵 가능성은 작지만, 대선 과정에서 양측 지지층을 결집할 핵심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매카시 의장은 1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지난 몇 달간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행동, 즉 부패의 문화에 대한 심각하고 믿을만한 혐의를 밝혀냈다”며 “나는 하원 위원회에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식적 탄핵 조사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매카시 의장이 조사를 지시한 상임위는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감독위원회, 세입위원회 등 3곳이다.
매카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관련 의혹을 언급하며 탄핵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헌터는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아버지의 영향력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 홀딩스와 중국 사모펀드 BHR 파트너스로부터 부당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화당은 또 국세청(IRS) 내부고발자 등의 증언을 토대로 바이든 행정부가 헌터 탈세 문제 관련 기소를 막았다고 주장해 왔다.
매카시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가족의 해외 사업과 관련해 자신이 아는 내용에 대해 미국인에게 거짓말을 했다”며 “권력 남용이자 (사법) 방해, 부패 혐의”라고 말했다.
매카시 의장은 과거 탄핵 조사를 개시할 때 의원 전체 의견을 물어 투표로 결정하겠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절차 없이 의장 직권으로 조사를 지시했다. 매카시 의장의 강수는 그가 처한 정치적 상황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외신은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매카시 의장은 (정부) 지출 문제를 둘러싼 치열한 싸움 과정에서 그를 축출하겠다고 위협한 극우 의원들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카시 의장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피하기 위해 2024 회계연도 시작 전인 이달 말까지 임시 예산안을 처리하는 방안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극우파는 바이든 행정부가 정부 지출을 더 줄이도록 강경 대응을 해야 한다며 매카시 의장 해임 필요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매카시 의장의 탄핵 조사 착수는 이를 무마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실제 강경파인 매슈 게이츠 하원의원은 매카시 의장이 임시 예산안을 상정하면 곧바로 의장 해임안을 제출하겠다고 경고했다.
NYT는 매카시 의장이 투표 절차 없이 조사 착수를 지시한 것에 대해서도 “공화당 분열 때문에 조사 개시를 의결할 표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인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곳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헌터 의혹에 직접 관련됐다는 증거가 없으면 탄핵 조사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탄핵은 하원의 탄핵 소추안 가결, 상원에서의 탄핵 재판 순으로 진행된다. 1797년 이후 모두 60차례 탄핵 조사가 이뤄졌고, 이중 탄핵소추가 가결된 대통령은 앤드루 존슨(1868), 빌 클린턴(1998년), 도널드 트럼프(2019, 2021년) 등 3명이다. 다만 세 차례 모두 상원의 탄핵심판에서 탄핵이 인용되지 않고 부결됐다.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여서 이탈표만 없다면 이번에도 가결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상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인용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언 샘스 백악관 감독·조사 담당 대변인은 엑스에 “하원 공화당은 대통령을 9개월간 조사하고서도 그가 잘못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최악의 극단적 정치”라고 비판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유감스럽고 무모하며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사실과 헌법적 근거가 결여된 정치적 복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탄핵 소추 움직임이 무당파 유권자를 자극해 공화당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 민주당을 지원하는 슈퍼팩(정치자금 기부 단체) 애비 커런 이사는 “이번 조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지역구에 있는 18명의 공화당 의원들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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