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은행들이 달라졌어요

정재형 2023. 9. 1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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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바뀌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지주 회장들은 과도한 영업을 통한 실적 경쟁을 하면서 역대 최대 순익을 달성했고, 그 성과를 연임의 발판으로 삼았다.

예전에는 고객에게 필요 없는 상품이라도 실적을 위해 팔려고 노력했고, 은행의 수수료 수익을 위해 리스크 높은 상품에 가입하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그전에는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비중이 컸고, 국민은행은 소매금융이 훨씬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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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체적으로 보면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한 것 같다. 그동안 기업들은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이었지만 앞으로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도움이 되고 조화롭게 가야 한다. 사회적 책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그룹을 이끌어가겠다.”(지난 11일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정도(正道) 경영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경쟁사 실적을 따라가고 싶어 초조해하지 말고 정도(正道)로 가기 위해서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향후 2~3년간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할 수 있다."(지난 1일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은행들이 바뀌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지주 회장들은 과도한 영업을 통한 실적 경쟁을 하면서 역대 최대 순익을 달성했고, 그 성과를 연임의 발판으로 삼았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뒷전이었다. 그 결과는 라임 사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옵티머스 사태 등이다.

진 회장은 신한금융그룹 전 계열사에 크게 3가지를 당부했다고 한다. 첫째, (라임사태나 횡령사고 등) 스캔들을 내지 마라. 둘째, 고객에게 불편이나 불만이 생기도록 하지 마라. 셋째, 적정이윤을 추구하라. 예전에는 고객에게 필요 없는 상품이라도 실적을 위해 팔려고 노력했고, 은행의 수수료 수익을 위해 리스크 높은 상품에 가입하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상대 평가 때문에 지점들끼리 경쟁하느라 이미 목표치를 채웠는데도 무리해서 더 높은 실적을 추구했다. 이제는 그러지 말자는 것이다.

실제 영업 현장에서는 아직도 어리둥절하다고 한다. 그동안 해왔던 영업 방식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진짜로 무리하게 실적 추구를 하지 않아도 되나요.” “그러다가 경쟁사와 실적 격차가 너무 커지면 어떡하죠.”

또 한 가지 변화는 차별화 노력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2000년대를 거치면서 다 비슷비슷해졌다. 그전에는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비중이 컸고, 국민은행은 소매금융이 훨씬 더 많았다. 하나은행에 합병된 외환은행은 외환이 강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브랜드 이미지를 빼고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기업금융과 개인금융 비중도 모두 50대50 정도로 비슷하다. 자산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바람직할지 몰라도 경쟁력 강화와 은행권의 발전에는 도움되지 않는 것 같다.

우리은행은 지난 7일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 발표회를 개최하고 현재 4위인 기업대출 시장 점유율을 2025년 2위, 2027년에는 1위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대기업 주채무계열 38개 중 11개 계열의 주채권은행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해외여행 선불카드 개념의 '트래블로그' 서비스를 출시했다. 해외여행 필수 서비스로 자리잡은 트래블로그는 지난달 말 기준 회원수 214만명에 누적 환전액은 5900억원을 넘어섰다. 해외결제망 및 환전 인프라 연동, 해외 ATM(자동입출금기기)업체와의 제휴 등이 어려워 현재는 은행 중에서는 외환에 강점이 있는 하나은행만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앞으로 은행들이 이같은 비전과 목표를 얼마만큼 달성하고, 정도(正道) 경영이나 금융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얼마만큼 제대로 추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들 은행이 현재 각각 처해 있는 상황 때문에 그런 발표를 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그래도 일단은 진정성이 있다고 믿고 싶다. 부디 이 믿음이 깨지지 않길 바란다.

정재형 경제금융 부장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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