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놓치면 병 커지는데… 의료사고, AI가 대안될까
수가 개선·컨트롤타워 구축 등은 숙제
진단 시기를 놓쳐 환자의 상태가 위중해지거나 사망에 이르는 의료사고 발생을 막기 위한 해결책이 강구되고 있는 가운데 보조 진단 기술로 활용하는 의료 인공지능(AI)이 오류를 줄이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오진, 진단 지연 등으로 인해 의료진이 법적 소송에 휘말리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 접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전공의 시절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대동맥 박리를 진단하지 못해 재판을 받아온 응급의학과 의사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이달엔 제때 뇌출혈을 진단하지 못한 외과병원 의사가 인지기능 저하 등 후유증이 남은 환자에게 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요한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1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사들은 워낙 많은 영상, 병리 자료를 판독하기 때문에 진단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이 있다”며 “숙련된 의사는 데이터가 많아도 빠른 검토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진단을 위한 길잡이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진단을 보완하는 장치로 단연 돋보이는 존재는 의료 AI다. 의료 AI란 의료 서비스 영역에 AI를 결합한 기술로, 환자를 검사한 영상 또는 병리 이미지 자료를 AI를 통해 빠르게 분석해 문제점을 찾거나 활력 징후를 살펴 위기 상황을 미리 감지하는 기능 등을 수행한다.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분야 의료진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에서 영상·병리 판독 시 진단 보조 역할을 해 의료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진성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방사선종양학교실 교수는 “혁신 의료기술 도입 차원에서 의료 AI가 병원으로 진입하면서 AI에 대한 신뢰도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며 “진단 보조 기능도 긍정적 평가를 받아 의료사고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100% 신뢰하기 어려운 단계에 있다 보니 의사의 최종적 진단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향후 어느 범위까지 활용할지 검토하고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진단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임상 현장 속 AI는 도입 초기 단계다. 보다 나은 기술을 이끌어내고 활성화하려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뒤따른다. 이요한 교수는 “의료 AI는 정보 처리가 광범위하고 환자의 개인 의료정보를 이용하는 만큼 병원이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국가가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며 “아직 기술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도입을 꺼리는 병원들이 있는데, 의료 현장에서 AI를 활용하도록 수가 개선 등도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진성 교수는 “의료 AI의 경우 현장 데이터를 모아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이 핵심인데, 병원마다 데이터 성적이 달라 균등한 질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며 “병원들의 데이터를 통합·관리하는 정부 컨트롤타워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의료 AI로 인해 오진이 일어났을 때 그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를 갖는다”라면서 “법적 규제 등 관련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AI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진단 정확도, 민감도에 대한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세계적 학술지 란셋을 통해 의료 진단 AI 솔루션이 보조를 넘어 의사를 대신해 유방암을 검진할 수 있다는 논문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의료 AI 업계 관계자는 “진단 보조 영역에서 AI 의료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단계에서부터 이미 정확도와 민감도를 입증을 해왔다”며 “AI 특성상 데이터가 많을수록 기능이 고도화되기 때문에 임상 현장 도입이 활발해지면 이전보다 의료진의 니즈에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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