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수익성·건전성 악화 비상… ‘서민 급전 창구’ 또 닫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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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개월 새 신용카드업계 카드론(단기 대출)과 현금 서비스, 리볼빙(결제 금액 이월) 잔액이 1조7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권과 대부업계가 문을 걸어 잠그면서 카드업계로 중·저신용자가 몰린 결과다.
이처럼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나빠지면 카드업계는 재무 지표 관리를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줄여나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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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개월 새 신용카드업계 카드론(단기 대출)과 현금 서비스, 리볼빙(결제 금액 이월) 잔액이 1조7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권과 대부업계가 문을 걸어 잠그면서 카드업계로 중·저신용자가 몰린 결과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요즘 수익성 악화와 자산 건전성 저하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마지막 남은 서민 급전 창구마저 닫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 전업 카드사 8곳의 카드론·현금 서비스·리볼빙 잔액은 49조1100억원으로 지난 3월 말(47조4200억원) 대비 1조6900억원 늘었다. 이 기간 카드론 잔액이 34조1200억원에서 35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이 뛰었고 현금 서비스(6조1800억→6조4100억원), 리볼빙(7조1200억→7조3100억원)도 2000억원 안팎씩 증가했다.
이 중 일부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대출이 막힌 데 따른 풍선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과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권에서 신규 공급된 가계 신용대출은 5조8000억원 규모로 지난해(17조2000억원)의 3분의 1에 그쳤다. 지난해 4조1000억원을 내줬던 대부업계 역시 올해 상반기 6000억원을 공급하는 데 그쳐 신규 대출액이 4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카드업계 상황도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우선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카드사 8곳 평균 연체율이 1.58%로 전년 말(1.2%) 대비 0.38% 포인트 올랐다. 특히 카드론 등 대출 연체율은 3.67%로 4% 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기간에는 하나카드(0.5% 포인트)와 신한카드(0.39% 포인트), KB국민카드(0.24% 포인트) 등 위험 관리 역량이 뛰어난 은행계 카드사의 연체율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카드업계 실적도 지난해 상반기를 정점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올해 상반기 카드사 8곳 당기순이익은 1조420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200억원) 대비 2000억원 감소했다. ‘조 단위 순익을 냈으니 아직 견실하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기간 카드사 8곳 총수익이 11조6400억원에서 13조2200억원으로 1조5800억원이나 늘었는데도 순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자(6900억원)와 대손 비용(5300억원)이 껑충 뛴 탓이다.
카드업계 실적 전망은 계속 부정적이다. 카드사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채 금리가 날로 오르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신용 AA+등급 여전채 금리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연 3%대에서 움직였지만 6월 4.12%, 7·8월 4.4%, 9월 4.56%(매월 7일 기준)로 꾸준히 상승했다. 카드사는 은행이나 저축은행과 달리 예·적금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필요액의 70~80%를 여전채로 끌어온다.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곧바로 이자가 늘어 순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이처럼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나빠지면 카드업계는 재무 지표 관리를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줄여나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분기 한국은행 조사 결과 올해 3분기 카드업계 대출 태도 지수는 ‘0’으로 전망됐으나 실제 수치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 3분기 대출 태도 전망치는 여전채 금리가 비교적 낮았던 5월 말~6월 초 조사된 것으로 실제로는 지표가 더 나빴을 것”이라면서 “카드업계마저 대출을 줄이면 중·저신용자는 불법 사채로 떠밀릴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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