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장관 사의…野 "꼬리자르기" 비판 왜?
홍준표 "국방부 장관에 정당 출신 임명 안돼"
야당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자 이 장관이 선제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국면이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민주당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 장관 책임을 물은 '해임'이 아니라 사의 표명을 통한 '단순 교체'는 합당한 해법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14일 의원총회에서 국방부 장관 탄핵 추진안에 대해 더 논의하기로 했다. 김한규 민주당 대변인은 12일 긴급 의총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해임이 아니라 본인의 사의 표명으로 단순히 교체되는 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채 상병 사건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점을 진상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에 대해 국방부 장관을 포함해 잘못 있는 분들의 사과와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탄핵안이 반드시 저희가 추구해야 하는 절차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개각은 이번 주 내에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12일 내각이 발표될 것이란 예측이 있었지만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동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순방 성과 발표가 핵심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 사표를 수리하면 탄핵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한 '꼬리 자르기식 인사 교체'라는 의혹이 이어지는 이유다. 이 장관의 후임이 거론됨과 동시에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과 임기훈 국방비서관 등 대통령실 국방 참모 라인까지 전격 교체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주일 전부터 후임 국방부 장관 하마평이 돌았기 때문에 야당에서 탄핵을 언급해서 교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채 상병 사건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며 "안보라인의 쇄신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해병대 수사 외압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혹은 그 사건을 잘못 다뤘다는 경질성 개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 역시 안보라인 전격 교체의 배경에 채 상병 사망 사건이 있다고 봤다. 그는 KBS '배종찬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우선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해 대통령실 개입 의혹이 계속 터져 나왔는데 이걸 초기에 진화하지 못하고 의혹이 증폭되고 급기야는 대통령 개입까지도 확산하는 분위기가 되다 보니까 이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해서 일종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관련자들을 전부 현직에서 교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두 번째는 이분들이 계속 현직에 남아 있을 경우에 지금 특검에 국정조사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다 증인으로 나와야 할 분들"이라며 "결국은 지금 정리해줘야만 이 의혹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일단 국회 공세를 조금 더 방어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고 부연했다.
국방부 장관에 정당 출신을 임명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후임으로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정당 출신 인사를 기용하면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이유로 야당으로부터 공격받기 쉽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MB(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임기 말까지 지킨 인사원칙 중 하나가 국방부·법무부 장관에는 절대 정당 출신은 임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고도의 정치적 중립을 요하는 그 두 자리에 정당 출신이 가면 반대 정당으로부터 공격받아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시절에는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군과 검찰이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적이 많았는데 적어도 MB 시절에는 박연차 수사로 시끄러웠지만 그런 시비가 비교적 적었다"고 주장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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